[리뷰: 5점] 007 스펙터(Spectre, 2015)

영화감상평

[리뷰: 5점] 007 스펙터(Spectre, 2015)

28 godELSA 4 2162 0

품격 있는 '클래식'과 있어보이는 척하는 '클리셰'는 한끗차이

평점 ★★☆  

 

<007 스펙터>. 007 시리즈의 24번째 작품이며 전작 <007 스카이폴>의 샘 멘데스 감독의 연출작이기도 합니다. 53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첩보 액션 시리즈물인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클래식적인 요소들이 산재해있습니다. 액션은 물론이고 추적극과 테러 집단, 추격물과 위험한 로맨스, 그리고 기관 내 음모론 등 007 특유의 오락적인 요소들이 첨가되어 있죠.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하나의 서사로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많은 캐릭터들이 일회적으로 소비되다보니 사건이 연쇄적이라기보다는 장면마다 분절되는 데에 가깝습니다. 여러 인물들을 만나면서 많은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데 로맨스를 통해서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면모까지 부각하죠. 그렇지만 모든 사건이 혼합되다보니 개별적으로 일정한 리듬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영화의 박자가 계속 어긋나게 됩니다. 영화의 가장 큰 틀을 이루고 있는 추격물의 긴장감과 드라마틱한 감정 모두 흐름이 깨지고 있는데 사건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분리되면서 영화 전체가 루즈해지죠.

 

그리고 주인공과 악당의 밸런스도 상당히 깨져있습니다. 악당이 테러 집단의 수장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존재감이 부족하죠. 영화 내에 제임스 본드가 악당의 부하에게 쫓긴다는 설정이 일부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 만한 악당의 위협을 암시하는 설정이지만 설정 자체가 점진적으로 확장되지 않아 체감적인 악당의 존재감은 작아집니다. 그리고 악당의 권력 탐욕적인 면모를 그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연결을 해주지 않아 체감적인 악당의 캐릭터는 부각되지 못하며 설명적인 설정에 그치고 말죠. 그중 ‘정부 기관 내 음모론’도 악당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장면이 없어 분리된 사건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납득이 되지 않는 악당의 동기는 매력은 물론, 감정적 설득력마저 잃어버립니다. 영화는 악당에 대해 제임스 본드의 가족사와 연관을 짓지만 여러 작위적인 설정이 더해져 후반부에선 제임스의 행동과 결정에마저 설득력을 잃죠.

 

제임스 본드의 능청스러운 캐릭터는 시리즈물 차원에서 그렇다 치더라고 그 외의 서브 캐릭터들은 납득이 되지 않는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에 의해 설명적인 인물로 읽혀지고 있죠.(특히 '매들린 스완' 캐릭터) 영화 전체에서 감정적 설득력을 잃어버리게 되는데 장면들은 설명적으로 변하고 전개에 있어서 당위성을 주지 못해 첩보 영화의 ‘클리셰’처럼 보이게 됩니다. 촬영도 클로즈업과 핸드헬드를 통해서 액션의 역동성만을 강조하고 음악도 액션, 스릴러를 끊임 없이 강조하지만 액션 장면이 불필요하게 길고 영화의 불규칙한 박자에 더불어 관객이 피로해질 수 있는 덫으로 작용됩니다. 액션도 일시적인 눈요깃거리에 그치고 있습니다.

 

개인적 후기) 한줄평을 길게 적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시나리오의 박자감이 원인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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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9 오징어야  
혹평이 쏟아지던데, godELSA님의 리뷰도 좋지 않군요.
다니엘 크레이그가 더 이상 007을 찍지 않겠다는 이유가, 지쳐서-쉬고 싶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심 시나리오가, 영화구성이 맘에 들지 않아서 일지도...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타깝네요.
22 박해원  
전 이 감독이 다신 영화를 찍지 않았으면 합니다.
스펙터는 영화가 아니었어요. 스티븐 시걸의 부활도 아니고
28 godELSA  
전 '스카이폴' 빼고는 007 시리즈가 와닿진 않더라구요.
14 토렝매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