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8점, 스포] 더 차일드(L'Enfant, 2005)

영화감상평

[리뷰: 8점, 스포] 더 차일드(L'Enfant,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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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윤리의 딜레마, 그 안에서 발생하는 성장통

평점 ★★★★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의 <더 차일드>는 10대 부부가 원치 않는 아기를 가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전작 <로제타><아들>에서 다르덴 형제는 인간과 사회의 유기적인 관계에서 생기는 개인의 비극을 사실적으로 포착하면서 관객에게 윤리와 현실의 딜레마에 대한 질문을 화두로 던졌습니다. <더 차일드>에서도 그런 궤를 벗어나지 않고 있죠.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회 하층민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정한 계층 내부에서 생기는 사회 문제를 직접적으로 내세우지만 비교적 일상적인 사건을 통해서 ‘비극’의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죠. 사회 문제의 직접적인 구현은 캐릭터에서 잘 드러납니다. 궁핍한 현실에 쪼달려 아기를 몰래 팔고 강도짓까지 하게 되는 ‘브뤼노’ 캐릭터는 하층민의 현실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물질 만능주의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사회의 부산물로 상징됩니다. ‘브뤼노’의 산발된 머리나 유아적인 면모를 보이는 장면은 미성숙하고 인간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지 못한 10대의 군상처럼 그려지죠. 사회에 무책임하게 내던져진 인물의 현실을 관조하면서 영화는 자본주의의 이면을 고발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물질 만능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을 설치하면서 인물을 딜레마에 빠뜨립니다. 아기를 팔고 나서 자랑스럽게 돈을 내보이는 ‘브뤼노’와 질겁하는 ‘소니아’의 행동에서 나오는 가치관의 차이가 그것을 내비치고 있죠. ‘돈’에 대한 책임감(현실)을 중시하는 ‘브뤼노’와 ‘인간’에 대한 책임감(윤리)을 중시하는 ‘소니아’가 서로 갈등하게 되면서 영화는 딜레마의 무게감을 더 높여갑니다. ‘브뤼노’가 선택을 번복할수록 ‘브뤼노’ 주변 인물 관계에 변화가 생기면서 ‘현실’에 대한 압박감이 더 커져갑니다. 경찰과 사채업자(현실)가 찾아오기 시작하고 ‘소니아’와 친구(윤리)와의 관계마저 의도치 않게 멀어지죠. 영화는 주인공을 사회의 밑바닥으로 가라앉히면서 오로지 ‘궁핍한 현실‘만 남기는데 주인공에게 대립되는 두 개념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브뤼노가 선택한 개념을 인물 관계를 변화시키면서 메시지로 부각시키죠.


<더 차일드>는 원치 않는 ‘아기’가 생김으로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더 차일드(어린이)’라는 제목은 ‘브뤼노’라는 캐릭터도 포괄합니다. 사회 하층민의 현실과 맞물리고 ‘브뤼노’가 현실과 윤리의 사이를 선택하면서 사건이 전개되는데 인물이 선택을 번복하는 행동도 유아적인 면모를 띕니다. ‘브뤼노’가 선택을 번복할수록 생기는 악순환의 굴레는 ‘브뤼노’를 현실의 나락에 점차 빠지게 되는데 더 궁핍해지고 더 외로워지면서 ‘브뤼노’는 결국 자본주의의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고 인간에 대한 책임감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이 줄거리는 미성숙한 인물이 성숙한 존재로 각성하게 되는 성장 드라마 장르의 구성을 띄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사회에 대한 성장통 같은 요소도 어우러지며 현대 사회에 대한 우화 같은 분위기를 띕니다.


<더 차일드>는 다르덴 형제의 기존 극영화 작품들처럼 다큐멘터리적인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영화에서 인물의 감정은 쉽사리 드러내지지 않습니다. 배경음악이 없다는 점에서 내면이 부각되지도 않죠. 배우들도 대부분 건조한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다르덴 형제도 건조하게 인물을 관조하기만 할 뿐입니다. 그렇지만 다르덴 형제는 핸드헬드 기법을 통해 인물의 행동에 중점을 두면서 관찰하며 인물의 내면에 가까이 접근합니다. 클로즈업을 통해 주위를 배제하고 인물의 동선과 시선만을 따라가는 연출도 인물과 관객을 밀접하게 연관시키죠. 롱테이크와 핸드헬드 기법으로 이루어진 화면에서 나오는 현실감도 그런 일환이며 인물의 내적인 갈등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영화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대신 인물의 내면을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을 연속시킵니다. 감정표현을 억제함으로써 인물의 내면이 드러날 때 더 감동적인 효과를 낳죠. 브뤼노와 소니아가 행복하게 뛰어노는 장면, 교도소에서 서로 껴안고 울부짓는 장면 등에서 그런 자제로 인해 장면의 감정이 폭발적으로 부각됩니다.


개인적 후기)요새 영화 보는 걸 쉬고 있어서... 극장 가는 건 좀 뜸하네요. 어차피  상영작 중 보고 싶은 작품도 몇 없어서 말이죠.

다르덴 형제 작품들은 거기서 거기 같아도 디테일로 보면 서로서로 뛰어난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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