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리뷰: 10점] 열대병(Tropical Malady, 2004)

영화감상평

[보자마자 리뷰: 10점] 열대병(Tropical Malady, 2004)

28 godELSA 0 2035 0

스포 有!


영혼과 육체의 신성한 접촉이 이뤄지는 몽환적인 정글

평점 ★★★★★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열대병>은 뭐라고 딱 잘라 정의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이성과 본능, 문명과 자연, 인간 세계과 영혼 세계를 가르는 가치관 때문이지요. 위라세타쿤 감독은 각각의 정의를 넘나들며 인간의 내면적인 모습에 대해 고찰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는 사실적이고 건조한 전반부와 신성하고 몽환적인 후반부의 대비가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영화는 이런 자막으로 시작됩니다. "인간은 본래 야생적 동물이며 인간으로서의 우리 의무는 그 동물들을 억제하고 야수적이지 못하게 조련하는 조련사처럼 되는 것이다" 이 내용을 통해 영화는 '이성적인 자아'와 '본능적인 자아'로 인간의 내면을 구분합니다. 인간은 두 자아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본능이 드러나지 않도록 인내심과 침착함을 가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죠. 영화는 이 두 자아를 드러내는데 있어 문명과 자연이라는 장소를 가져옵니다.


이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부는 '켕'과 '통'이 데이트를 하는 내용이고 2부는 '켕'이 정글에 들어가서 마을을 습격하는 괴물을 찾는 내용이죠. 서로 다른 분위기를 띄지만 영화는 본능과 이성의 분가분 관계으로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문명은 본능이 이성에게 잘 조련된 공간으로 대표됩니다. 군복을 입으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실업자 '켄'의 모습을 보면서 '문명'은 불완전한 곳으로 묘사되죠. 그 안에서 영화는 '켄'과 '통'이 서로 사랑하는 동성애 관계를 묘사하는데 이것은 본능을 대표합니다. 적당히 잘 조련되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피력되는 본능의 영향력을 동성애를 통해 위라세타쿤 감독은 인간의 단면을 그려냅니다.


2부로 영화는 넘어가면서 신화적인 이야기로 변모합니다. '켄'이 정글로 들어가면서 영혼과 만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위라세타쿤 감독은 '정글'이란 공간을 야생적이고 원시적인 공간으로 그려내며 인간의 본성을 이끌어내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혼이 머물고 있는 공간으로 신성하고 몽환적으로 묘사하면서 영적 세계를 상징적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1부의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도 귀신 이야기나 두 명의 나무꾼 이야기 등을 통하여 영적 세계와 현실 세계를 포개놓는 태국 사람들의 가치관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영화는 육체와 영혼의 긴밀한 관계의 동양적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옮겨냅니다. 정글에서 영혼은 육체의 이성이 벗겨진 본능만이 남겨진 존재이며, 영화는 크메르인 무당 이야기를 통하여 인간과 동물을 일치시킵니다. 그 세계 안에 들어가는 '켄'은 이성적인 인간을 상징합니다. 야생의 세계에서 그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관찰하며 영화는 인간의 진정한 내면을 끌어올립니다. '켄'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공포와 슬픔을 통해서 인간의 꾸밈없는 본모습을 심도 있게 탐구하는 사유를 가지는 작품입니다.


위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열대병>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세계관이 대비되는 작품입니다. 같은 인물이 두 세계관을 체험하게 함으로서 영적 세계와 현실 세계가 긴밀함을 가지는 동양적 세계관을 잘 묘사하고 있죠. 영화는 세계관을 서로 다른 형식과 설정으로 확연한 차이를 만들게 합니다. 전반부가 사실적이라면 후반부는 판타지적이죠. 특히 위라세타쿤 감독은 후반부의 판타지적 분위기를 몇몇 특수효과와 장치만으로 구현해냅니다.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동양적 그림과 무성영화처럼 대사 없이 설명하는 자막 그리고 영화 내의 몇몇 미술과 소품만으로 정글을 신성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죠. 편집과 미술만으로 만들어낸 판타지는 디테일과 어우러지면서 더 무르익습니다. 단순하지만 섬세한 연출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감상을 넘어 관객에게 세계를 체험하게 만듭니다. 단순하지만 몽환적이고, 신성하지만 황홀한 걸작.


개인적 후기)

위라세타쿤 감독을 처음 접한 <메콩 호텔>은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안 왔는데 <열대병>을 보니 이해가 조금씩은 가네요.. 세계관이 보편적이면서도 영화로 보니까 독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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