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 SF의 향기를 가미한 가족신파극

영화감상평

인터스텔라 - SF의 향기를 가미한 가족신파극

2 칼도 0 1997 0


롯데 시네마 잠실 월드 타워 19관에서 봤습니다. 아맥은 아니지만 화면 큰 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인터스텔라보다 잠실 월드 타워가 훨씬 더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 자본주의의 대표적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을듯 합니다.

인터스텔라에서 제가 기대했던 것은 포스트 휴먼에로의 길을 둘러싼 갈등입니다. 인간의 본성을 개조하는 길과 지구를 벗어나는 길 - 이 두 포스트 휴먼에로의 길에서 인터스텔라는 후자를 개척하는 인간들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휴먼으로서 해결하지 못한 많은 고질적 문제들은 우리가 포스트 휴먼이 되면 쉽게 해결될까요? 우리가 어떤 포스트 휴먼이 될지는 아직 휴먼인 우리가 결정합니다. 따라서 포스트 휴먼에는 휴먼의 한계가 각인되게 됩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품종 개량을 하듯 더 낫고 좋은 사람들을 장시간의 자연적/문화적 진화과정을 거치지 않은채 단시간내에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아이디어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이 있습니다. 피땀어린 노력과 투쟁없이 얻은 낫고 좋은 것의 문제들을 그 낫고 좋은 사람들도 가질것입니다.

휴먼이 그 안에서 형성되어온 지구라는 자연을 떠나는 것 역시 인간 본성 자체를 개조하는 것 만큼이나 포스트 휴먼에로의 길입니다. 그러나 고향에서 더이상 살기힘들게 된 원인이 고향 자체가 아니라 휴먼한테 있다면 다른 살곳을 찾아 떠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아닙니다.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반성하지 않은 채 우주로 진출한 인간들은 건담 시리즈들의 리얼한 상상력이 잘 보여주듯이 고향에서 했던 못난 짓들을 되풀이 할 것입니다. 영화는 이 반성에는 거의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습니다. 군대가 없어졌다는 등등 이 반성은 단순히 전제됩니다.  

포스트 휴먼에로의 길은 선택해 마땅한 길인가, 그 선택이 의미있는 것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를 둘러싼 근본적 갈등은 보여주지 않은채 그 선택에 수반되는 희생 및 고생의 스펙타클적 및 신파적 제시에만 초점을 맞추는 영화를 저는 높게 볼 수가 없습니다.  

상대성 이론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이는 분들의 논평에 의하면, 인터스텔라는 인류의 미래를 '제대로' 걱정하는 리얼리즘적인 휴먼 드라마가 되는 데만이 아니라SF의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는 데도 실패한 듯 보입니다. 물론 그렇기에 'SF의 향기를 가미한 가족 신파극'으로는 성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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