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네추럴 본 킬러'와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를 잇는 정신 나간 커플 이야기...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가 아니라는 것과 여론의 강력함 및 잔혹함, 이성을 초월한 가족애, 그리고
'원초적 본능'에서 느꼈던 사랑과 살의간 종잇장 한장 차이의 오묘한 감정을 상기할 수
있는 영화였다. 솔직히 소름끼쳤다. 자기 이익을 위해 가장 가까운 사람마저 철저히
이용하고 언론까지 자기 시나리오대로 좌지우지하다니... 세상엔 정말 간악한 자들이
많이 존재하고 이런 걸 구상하는 대단한 사람들도 참 많은 것 같다.
(제목 의역 센스도 괜춘한 듯. '가출한 내 멘탈 찾아줘~'같은 삘이라ㅋ)
소재는 분명 훌륭했고 자잘한 반전들과 변수도 임팩트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작품의
총체적인 퀄리티가 훌륭하다는 말은 못하겠다. 우선 초반과 중후반은 완전 개별적인
영화같은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진행 속도도 더디고 큰 한방없이 페이드아웃되어 가는
도중에 방향을 급선회해서 다각도로 조명을 비추는데, 그리 자연스러웠는지 모르겠다.
앞부분이 너무 비장하고 뜸도 들이길래 파격적인 걸 보여줄 걸로 기대해서 그런가?
그리고 영화속에서 비춰지는 여론은 경솔 그 자체이다. 물론 이 작품은 뜨거운 감자나
도마위에 오른 화제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어 과장한
감이 있겠지만 의식이 깨어있는 사람들이라면 전후관계 따져보고 생각과 검토를 하며
의사표현을 하지 이렇게 냄비근성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단체 감정의 기복은
마치 심장 박동 그래프같다. 누가 뭐라 하든 정당화도, 합리화도 될 수 없는 행동들의
연속이 전파를 타고 있는데 단 한명의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우르르 몰려가
옹호했다 쪼르르 달려가 욕했다 왔다 갔다 한다. 왜 이렇게까지 시민들이 자기주관
하나 없는 극단적인 플롯을 택했는지 아직까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피의자를 피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살인. 긴 말이 필요없다. 스포가 될까봐
길게 설명하진 않을텐데... 이유가 어찌 됐건 살인을 행했고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는데
사람들의 대우나 경찰의 조사, 그 이후 나날들이 너무나 모순적이었다. 사실 이 부분도
위 두번째 항목의 연장선상이다. 복합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게 많은 상황에서 살인까지
가버리니까 문득 막장 드라마 보는 기분이 들어서ㄷㄷ 뭐 조커처럼 자신의 행동에 완전한
확신을 가지고 악행을 유감없이 행하는 인간군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이해는 하려고
노력하겠지만, 피부로 와닿긴 힘들 듯 하다.
적잖은 기대와 함께 관람에 임했는데... 평타는 친 것 같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흥미가 동했고 오한이 서리는 요소도 있었으니. 자잘자잘한 문제점이 눈에 띄었지만
큰 그림은 좋았다. 하지만 표현 방식면에서 (굳이 연출은 아니더라도) 조금조금씩
손봤으면 훨씬 강하게 와닿고 흡입력도 더 뛰어나지 않았을까.
좋은 소재에 양호한 작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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