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개봉 전엔 별 관심없다가 개봉하자마자 1000만 찍고 마케팅 甲이길래 기대치가 한껏
높아져서 보러 간 후 '볼 만 하다.'라는 말과 함께 드높힌 기대치에 후회를 느끼며
극장 문을 나선 작품. '택리지'가 아닌, '난중일기'만을 토대로 고증을 발췌, 묘사해
리얼감이나 역사 서술감은 뛰어나지만 드라마틱한 인상이 다소 강해 납득면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비록 이순신 장군이 왜군에게 있어 인간 재해나 다름없었고
실제로 사상자가 거의 전무한 전투가 명량이었다고 하나 영화적 상상력을 이용해
어마어마한 비장미에 다이나믹하고 박빙의 인상을 풍기는 해전을 그려냈다면 훨씬
시원하고 무릎을 탁 칠 만한 지략과 지형지물 이용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물살·조류,
화포 활용, 백병전만으로 이렇다 할 강력한 한방없이 왜군을 격퇴하는 모습은 너무
극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쇠사슬의 부재가 제일 컸던 것 같다.
'불멸의 이순신'에서 섬과 섬 사이에 쇠사슬을 걸어놓고 강강수월래로 눈속임을
하여 왜선들을 묶음과 동시에 파쇄하는 그 짜릿함과 통쾌함에 비할 만한 장면이나
아이템이 없었던 것 같아 안타까웠다. 물론 그 역시 여타 기록들과의 견해차이자
나름대로 사실감을 위해서 택한 것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증에 힘을 많이 썼으나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자세에 입각한,
객관적으로 너무 압도적인 승리는 현실감이나 긴박감이 떨어져 각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조금만 더 그럴 듯한 진행을 보여줄 수 없었을까... 어차피 우리 모두는
이 전투의 결과를 알고 있으니 말이다.
천만급은 아니다. 하지만 시기 잘 맞춰 나온 호소력 짙고 인물간·시대적 표현력도
좋은 수작이라고 본다. 그저 너무 기대했던 게 아쉬운 작품. 초등학교 선생님인
울 엄마의 발언을 인용하자면 근래에 사회에 흉흉하고 암울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
국민들은 지도자에 대한 굶주림에 휩싸여 있었고, 그 때문에 이 영화가 단기간에
어마어마하게 흥행함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활력소를 제공했다고 한다. ㅋㅋ 공감.
대외적으로 큰 힘이 된 영화임은 확실한 것 같다. 영화로서 그 이상의 존재 가치가
어디 있겠나 싶기도 하고~
※조총의 포물선 사격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ㅋㅋ
☆☆☆☆☆☆☆☆★★+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