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없는 것들 - 감독은 영화나 예의있게 만드세요.

영화감상평

예의없는 것들 - 감독은 영화나 예의있게 만드세요.

1 김명호 17 16417 151
예의없는 것들

감독: 박철희
출연: 신하균, 윤지혜, 김민준
 
옛날 백두산 호랑이가 하루에 담배 4갑 정도는 우습게 피워버리던 시절에는 동방예의지국이라 칭송받았던 우리나라였지만 작금의 현실에서는 예의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예의없는 것들이 차고 넘치는 실정이다. 뒷돈 챙겨먹는 의원이나 선량한 사람 등처먹는 조폭이나 기타 등등 짐승의 정신세계를 크로스오버한 인간들이 명랑 사회 건설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예의없는 것들에게 크로캅의 불꽃 하이킥이라도 날려주고 싶지만 그러다 불꽃같이 산화할 위험이 있는 터 불타는 가슴만 쥐어든 채 노심초사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감독이 대리만족이라도 쥐어줄 심산으로 만든 영화 같지만 오히려 불꽃 하이킥은 감독에게 한방 날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로또 당첨확률을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알고 보니 소꿉친구’ 설정과 삼천포를 넘나드는 역마살 낀 시나리오, 내 살이 사람살인지 닭살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양계장스런 연출, 웃으라고 만든 장면 같은데 전혀 웃기지 않고, 슬프라고 만든 장면 같은데 전혀 슬프지 않는 초자연적 능력 등 감독은 관객들을 전방위에 걸쳐 예의없는 상황들에 빠뜨리고 있다. 고로 당 영화는 관객에게 예의없는 것들을 응징하는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예의없는 상황을 체험하게 만드는 일종의 ‘체험. 삶의 현장’ 같은 영화이다.

예비역들이 보기에는 해병대 캠프 따위를 가는 것은 남극기지에서 선풍기를 공구하는 것 만큼이나 쓸모없는 짓으로 보이지만 돈을 내고 자기 발로 해병대 캠프를 찾아가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 해병대 극기훈련 캠프에 참여해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예의없는 영화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7천원을 넘어선 인생의 무언가를 배울 수 있겠지만 그저 예의바른 영화를 보고픈 사람이라면 하균 횽님한테 속지말고 다른 영화를 선택하길 바란다. 

p.s 관객들이 감독 딴에는 코메디 영화라고 만들었을 법한 이 영화를 보며 딱 두 번 소리내어 웃었는데 그 중 한 장면은 윤지혜가 김소월의 시집을 들고 울던 장면이었다.
이건 정말 ‘뉴욕 한복판 빌딩 옥상에서 돌을 던졌는데 그 돌에 맞은 사람이 내가 초등학교 때 짝사랑하던 여자애였다’스런 초등학생이 발로 쓴 것 같은 스토리의 하이라이트라 하겠다.

p.s 2 김민준은 국어책 낭독하지 마라. 이건 영화지 낭독회가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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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omments
1 김민영  
시놉 맡기고픈 발랄한 글솜씨네요.
시놉 쓰다 단편소설 쓰고 있는뎅. ㅠ.ㅠ
1 쯧쯧쯧  
-_- 역시 사람마다 차이는 있는거
대단한 글솜씨로 영화를 평가하셔서
진짜 돈 버린거 같은 기분이 들게되네요;;
그렇지만 전 그리 아깝지는 않다는..
1 유프린스  
ㅎㅎ 글이 잼있어서 술술 읽히네여.. 그나저나 설량→선량;;;
1 Dark B;John  
명호님 보셨어요?...흠~ 나름 볼까말까 고민중이었는데, 고민끝! 하게 만들어주셨네요. ^^
역시 명호님 글은 볼때마다 즐거움이 가득하단말야~덕분에 웃고갑니다...
16 김미선  
글솜씨가 아주 좋네요........
대신 맡아서 하셨으면 좋은 영화 만들었을 것 같군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 TERA  
겉멋만 잔뜩 부려서 너무 심각하게 평할려는 글 보다 이렇게 조금은 발랄하고 풍자적인 글이 훨씬 매력적이네요.. '무비위크'에 연재되는 시나리오 작가님의 글이 연상되는 것이..
글솜씨에 댓글 한번 달아봅니다.. 부러워요~~^^
1 임형진  
글세요...2번 웃었다는 솔직히 과장같군요...제가 볼땐 사람들 웃느라 정신 없던데...
1 이영하  
진짜 시원한 감상평입니다. 저는 2번 찌푸렸습니다. 웃긴장면에서 웃기지 않아서 표정이 찌푸려지고 슬픈장면에서는 안슬퍼서 찌푸려졌습니다. 개연성없는 인물관계하며,,, 다음부턴 사전정보를 꼭 보고 영화를 봐야지 원~~
1 이경진  
평점3.9?
2 김현상  
글쎄요.. 저는 영화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건지 무척 재미난 영화였네요. 뭐, 영화 보는 눈이 없다고는 해도 저는 재미가 있었으니 별로 불만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느긋하게 영화를 감상하셨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1 이정연  
볼만한 영화를 까는 너에게 불꽃 하이킥을 날리고 싶다~~~~~~
1 최혜욱  
김명호님...어쩜!! 제가 느낀 것 하나부터 열까지 같네요..하지만 제겐 명호님처럼 글 솜씨가 없어서 간단히 짜증나게 한 영화라고 밖에 할 말이 없네요...^^ 부럽다~~
7 촌장  
  각자의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다를진데 당연히 그 차이로 인해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도 틀린것은 자명한 일...어찌 무섭게 하이킥이 나온단 말이요..(ㅡㅡ)..억지로 남의 시선..눈높이에 맞힐려다보면 인생의 무게로 인해 허리에 디스크 걸릴 확률은 100%!!
편하게 어느정도는 구부리고 삽시다.  절대 창피한것이 아닐지리니.....
1 양준하  
흐음.. 저의 경우는 그다지 거부감 없이 잘 봤습니다 :)
하지마.. 저도 역시.. p.s.2 .. 에는 동의합니다 :)
1 김화섭  
저두 김민준의 연기에 감동을 먹었습니다 국어책읽기...

대본을 코앞에두고 그냥 읽는줄알았어요 연기를하는거냐 졸면서 잠꼬대하는거냐 시발
1 강병목  
  약간 특이하면서도 잼있었어요~
1 몽수이  
영화보다 글 쓰신분이 더 궁금하다는 ㅎㅎ 정말 솜씨 굿 이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