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두 여배우 이미숙, 전도연

영화감상평

<스캔들>의 두 여배우 이미숙, 전도연

1 성유경 1 16185 177
[그녀 이미숙]

흔히들 배우의 색깔이 강하다는 말을 할 때, 그것은 그 배우의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아름답다는 외양 이상의, 그 배우가 가진 내구성과 수명이 얼마큼 강하냐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놀기좋은 화창한 봄날의 원색이나 유채색이 아닌, 때로 음지식물이 자라나는 음습하고 서늘한 탁색일 수 있다.

이미숙은 내구성과 수명이 강하면서도 음습하고 서늘한 기운이 도는 배우다.

최근작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그녀의 자태 고운 한복이 서로 제 잘난 맛을 보여주려는 듯 붉을 단, 푸를 청, 흰 백, 붉을 홍, 자주빛 자가 물결을 치며 미풍에 날아제껴도, 흑단 같은 머리채로 독선과 투기의 싯구를 풀어내도 이미숙이 품고 있는 신성한 정서적 그늘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도도한 여우의 위용감이 느껴지듯 기막히게 잘생긴 얼굴. 하지만 정신을 단련하여 근육질이 된 사내처럼 그녀의 얼굴에는 육적인 성장 아래의 번뇌가 보인다. 마치 그늘이 자라 숲이 된 것처럼 말이다.


[모노톤의 애상]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에서의 그녀를 기억한다. 그리고 <뽕>에서의 그녀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두 영화에서 그녀는 화장기 거의 없는 청순하면서도, 동양적인 요염함이 물씬 풍기는 외양으로 많은 사람들을 홀렸던 것 같다. '조선팔도 다 뒤져도 임자만한 인물이 없더라'라는 대사는 얼마나 상냥하게 들렸던가.

하지만 사내들에게 첫 눈에 번쩍 뜨이고 마는 농염함보다는 그녀의 얼굴엔 비극적인 놀이, 낮에 곱게 치장한 백분 같은 사랑을 부정한 몸서리쳐지는 구설수와 횡액의 느낌이 어려 있었다. <정사>에서도 <단적비연수>에서도 <베사메무쵸>에서도, 심지어 드라마 <고독>에서까지. 이것을 모노톤의 애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스캔들>에서 이미숙은 내기와 투기에 강한 조씨 부인역을 분했지만, 얄궃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숙이 조씨 부인을 '새파랗게 젊지도 않으며, 뼛속까지 안락하지도 않으며, 흰 물결치듯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지도 않는' 캐릭터로 그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씨 부인은 고독하게 보였고, 마지막 씬에서 노출된 비애는 아름다운 하늘빛의 핏자국처럼 처연하게 나부낀다.

실제로는 활달하고 조금은 괄괄한 성격의 그녀이지만, 그녀의 연기에는 고독이 숨죽여 따른다.

 

[그녀 전도연]


개인적으로 나는 전도연이라는 배우를 몹시 좋아한다.

예전 일기에 그녀의 얼굴을 '뽀시시한 눈매, 브라보콘 같은 미소, 오종종한 몸매, 거기다 아마 자연광같은 광채를 지닌...본능적으로 친화력을 지닌 얼굴. 올록볼록 톡톡, 햇빛받아 불거진 숲속 어딘가의 짱돌을 연상시키는 앞이마와 흐지부지 모습을 드러낸 백치아이의 눈썹, 지방이 없고 얄팍한...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짝 쌍꺼풀의...흔들리는 전조명 같은 눈, 넌 작고 평범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젤리 코, 아침 이슬을 물고 온 탄력있는 새의 부리처럼 뾰로롱하고 새초롬한 입술. 그리고 무, 엇, 보, 다...너무 예쁘고 완벽한 티티새의 볼'이라고 쓴 적이 있다.

그녀의 연기에 대해서는 '야무지게, 토끼가 풀을 씹어먹듯이 얌냠냠 대사를 삼킨다. 애들립도 좋다. 천생 여우다. 머리가 정말 좋은 배우다. 목소리는 마음에서 울려퍼져 듣는 이의 귀천장에 착착 안기는, 그런 효과를 낸다'라고 썼다.

어느 역할이나 그렇지만, 전도연은 <스캔들>의 숙부인 역을 근사하게 연기했다. 처음에 걱정은 그녀에게는 소녀가 부풀어가는 듯한 묘한 선정성이 있는데, 과연 정절녀 숙부인을 이미숙의 조씨 부인에 밀리지 않으면서 할 수 있을까였다. 전도연이라면 어떤 식으로 당당한 목소리를 낼까, 인물 접근방식은, 리액션은?

우선 전도연은 이 세가지만 유념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첫째, 조선시대 청실홍실 엮으며 못 사는 여자는 어떨까.
둘째, 사랑이란 마음 한구석이 벌개져오는 것.
셋째, 활발한 명상, 튀지 말자.

활발한 명상, 튀지 말자. 풍성하지만 절제가 되어 있고, 절제가 되어 있지만 넉넉하게 아름답다. 옥색과 푸른빛으로 소박함과 정절미를 과시한 그녀의 장신구는, 붉은색이지만 화류 여인네들보다 채도가 낮은 색깔의 목도리(?)의 보색대비로...점입가경인 얼음판 위로 눈물 뿌리며 육신보다 멀리 날아간 사랑의 화살을 잡으러 가는 씬의 동양화적 화면구성의 백색미학으로 극에 달한다.

영화를 보고 "전도연, 진짜다!"라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는데, 전도연은 우리의 꽃님^^;;이다.

색과 힘이 조화되는 광경, 거기에 전도연이 있다.



[이 둘의 만남, 그 전에 있었다]


예전 성준기 PD의 연출력이 빛났던 '달팽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이미숙은 이경영의 부인이었고, 전도연은 이경영에게 호기심을 팍팍 안기는 연모의 대상쯤 되었다.
이미숙은 정숙+고독했고, 전도연은 자유분방+속물적이었다.
이경영이 실종된 후, 이 둘은 조우한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미숙이 전도연에게 밥을 주려고 하는데, 전도연이 지가 전기밥솥에서 밥을 푸며 이미숙을 위로하더라. 그러면서 어찌나 야물게 연기를 하든지.
이미숙은 분위기 쩌렁쩌렁했고, 전도연은 똑소리 났다.

그런 그들이 <스캔들>에서는 역할을 뒤바꿔 했다. 하지만 뒤바꾼다 해도 뉘앙스는 변하지 않는 듯, 이미숙에게는 신성한 정서적 그늘이 있고, 전도연에게는 튀지 않는 활발한 명상이 있다.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07-11-08 01:08:29 씨네칼럼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09-08-23 02:10:31 씨네리뷰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09-08-23 02:15:08 특집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11-07-11 05:44:23 씨네리뷰에서 이동 됨]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1 Comments
1 송성민  
  역시 이미숙은 연기를 잘 하넹
배용준 연기가 조금 부족한면이 있는것 같군요..
그래도 잼 있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