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 - 맘에 들지 않는 물건도 버리려면 아까운 법.

영화감상평

이터널 선샤인 - 맘에 들지 않는 물건도 버리려면 아까운 법.

G 김명호 4 8354 72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감독: 미쉘 곤드리
주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인간은 기억(추억)이 있음으로 자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 새싹반을 평정했던 유치원 시절, 꼴통계보의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던 고등학교 시절, 어제 순희한테 차이고 고수부지에서 눈물의 뜀박질을 했던 일 등 이러한 기억들이 쌓여서 나를 이루고 또 당신과 나를 구분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기억들은 너무나 괴로워서 현재의 나를 붕괴시키기도 한다. 특히 이별의 고통은 종종 인생 마감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수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를 보다못한 신은 인간에게 망각이란 선물을 하사하였다. 물론 전국의 수험생들은 무슨 크리스마스 선물도 아니고 어느날 눈떠보니 하사 받아버린 이 선물에 환장 할 노릇이겠지만 확실히 이 망각이란 넘은 감수해야할 부작용에 비해 뛰어난 효능을 가지고 있다. 평생을 잊혀지지 않는 고통스러운 기억이라던가 쪽팔린 기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아무리 황우석 교수가 배아세포 복제에 성공했다 한들  인간의 수명은 50을 넘기기 힘들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망각이라는게 약발을 받으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터라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다는 인간들이 자연치유를 기다리기는 만무할테니 당 영화에서는 라큐나 주식회사라는 보험공단에 가입되어 있지 않을 듯한 의료기관을 만들어내어 이러한 고통스런 기억만을 콕콕 집어서 지워주는 시술을 자행한다. 주인공 조엘의 애인이었던 클레멘타인은 조엘과 이별후 요기로 냉큼 달려와서 그 연애 추억을 홀딱 지워버린다. 이에 분개한 조엘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의 법통을 계승하려는 듯 자신도 클레멘타인과의 추억을 지워버리려 한다. 

당 영화는 '존 말코비치되기'에서 재기발랄라~한 아이디어를 보여준 찰리 카우프만 형님이 각본을 맏았다. 그런고로 '존 말코비치되기'만큼은 아니지만 꽤 재밌는 상상의 나래를 펼져주고 있다. 이 영화로 찰리 형님은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하지만 영화는 수작의 반열에 올려놓기엔 좀 함량미달인데 영화 곳곳에 설치해 놓은 작위성 지뢰는 밟을 때마다 허탈함을 금할 길 없음이다. 요 작위성 지뢰만 눈 딱 감고 살포시 지려밟고 간다면 나름대로 괜찮은 영화니 대략 평작과 수작의 중간 어디메 정도에 갔다 놓면 될 듯 싶으다.

p.s 참고로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의 현란한 머리 색깔은 조금은 헷갈리는 영화 진행 속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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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G 혼돈의상처  
  님의 글은 정말 자신의 색체가 듬뿍 묻어나는군요.
부럽습니다. 그림을 직접 그리시는지도 궁금하군요.
G 조성민  
  딱딱하지 않은 문체는 참 읽기 편하고 재밌기도 해서 좋은데..정작 영화에 대한 자세한 평은 거의 없네요.쓰다만듯한 느낌도 들고..재밌는 맛도 좋지만 날카로운 맛이 부족하네요..^^;;
G 김명호  
  음..그림 그리는 재주가 조금 있어서 여기 삽입하는 그림은 제가 직접 그려넣고 있습니다. ^^

글을 쓰면서 영화에 대한 평은 되도록 자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 영화를 평하겠다고 하기 보다는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 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씁니다.

멋진 영화평을 적어주시는 분들은 여기 게시판에서도 많이 계시고, 또 저 자신이 날카로운 영화평을 적을 정도의 영화에 관련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편하고 재미있게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제 글만의 색채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글이 좀 어중간합니다. ^^;

뭐 계속 쓰다보면 글의 완성도는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유유자적한 생각을 가지며 오늘도 미흡한 영화 이야기 하나 올렸습니다. ^_^
G sweety  
  와~ 어찌 글을 이리도 맛나게 쓰시는지요? 굿~~
전 짐캐리의 독백 부분에서의 목소리가 어찌나 맘에 들던지 ..ㅎ
연기를 너무나 잘 하더군요..
그리고 보면서 계속 저런 회사가 진짜로 존재 해서 기억을 함 지워 보고 싶기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