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토미2] 더이상 호러가 아니다

영화감상평

[아나토미2] 더이상 호러가 아니다

G 이덕형 2 8861 95
전작인 <아나토미>는 초자연적인 현상에서부터 오는 공포를 진부하게 생각한 나머지 보다 현실적인 공포물을 만들겠다는 [슈테판 루조비츠키] 감독의 욕심이 담겨있는 작품이었다. 살아있는 인간을 해부 실험에 사용하는 반 히포크라테스 조직(AAA)이 저지르는 살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아나토미>는 당시에 충격적인 영상으로 흥행과는 별개로 문화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유럽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성공할 경우 응당 해당 감독은 헐리우드로 날아가 속편을 만들기 일쑤인 풍토 속에서 [슈테판 루조비츠키] 감독은 조국인 독일에서 마치 헐리우드 영화같은 속편을 만들어 냈다. 스스로 각본을 썼다는 <아나토미2>는 전편과의 연결고리가 그다지 튼실하지는 않다. 전편과 중복이 되는 부분은 기껏해야 반 히포크라테스 조직이 다시 활동을 한다는 것과 전편의 히로인 [파울라- 프란카 포텐테]가 잠시 등장하는 것이 고작이다.


019475m8.jpg새로운 이야기는 선천적으로 근육수축증을 안고 태어난 동생을 치료하겠다는 꿈을 가진 채 베를린의 대학병원에 인턴으로 출근하는 [요- 바르나비 멧슈라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곳에서 그는 특별 연구팀을 만들어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뮐러] 박사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그 팀에 들어가 최고가 되길 원한다. 그런데 때마침 축구팀의 일원으로 발군의 실력을 보이던 [요]에게 [뮐러]박사는 스카웃 제의를 하는데.. 그러나 [뮐러] 박사가 진정 원하던 것은 은밀하게 생체실험을 하기 위해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될 수 있는 젊고 건강한 신체였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요]는 안성맞춤이었던 셈. 근육수축증으로 몸이 굳어져 가는 동생에게 [뮐러]박사가 연구하고 있는 인공 근육을 이식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던 바램과 맞아 떨어져 [요]는 반 히포크라테스 조직과 깊게 연관되어 있는 이 팀에 합류하게 된다.


영화는 베를린의 한 대학병원이라는 집단을 한정하고 그 안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따르는 일반적인 의사 집단과 반 히포크라테스 조직을 극명하게 대립시킴으로써 선과 악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인류의 진화에 대한 욕심과 도덕성 중 어느 것이 더 가치가 있는지 질문을 한다. 인류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개념의 인간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연구를 위해서 인륜에 반하는 행위도 묵인할 수 있는지 아니면 모든 연구는 법과 규범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화자 격인 [요]는 그 대상으로 꽤나 적절한 선택이었다. [요]는 형제 중 한명은 유전적으로 반드시 발병하는 근육수축증을 안고 태어난 동생을 위해 본디 선한 심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고민을 하고 갈등에 휩싸이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 상징적이면서도 분명한 대립구조의 경계에 선 [요]의 심리 변화에 의지해 버티고 선다.


019475m2.jpg<아나토미2>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편의 후광을 그대로 업고 간다. 그렇지만 전개 방식에는 분명한 차별을 두고 있다. 충격적인 영상과 사실적인 해부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전편과는 다르게 영화는 빠른 템포의 영상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쾌하게 흐르는 비트에 발 맞춰 역동적인 액션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면서 MTV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양념의 과용이 영화의 초점을 흐리는 악재로 작용한다. <아나토미>시리즈는 뭐니뭐니해도 보다 현실적이면서 논리적인 공포를 표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과도한 액션 장면으로 인해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신은 인간을 창조했지만 해부에 대해서는 우리가 우월하다’라는 대사는 <아나토미2>의 주제이기도 한 도덕성을 상실한 인간의 오만을 여실히 드러내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 대사는 전작과 훨씬 더 부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게다. 더 이상 <아나토미2>는 호러의 색을 더한 메디컬 드라마가 아니라 뜨뜻미지근한 액션 영화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키>



http://www.cyworld.com/emptywall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09-08-23 02:10:31 씨네리뷰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09-08-23 02:14:29 특집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11-07-11 05:44:23 씨네리뷰에서 이동 됨]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2 Comments
G 엽기당근  
  호러로 구분하기 보다는 스릴러 영화로 구분하고 싶네요.
근데 대부분 1편이 더 재밌었다고 하시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2편이 더 긴장감 넘치고 좋았습니다. 물론 절대 공포와는 거리가 멀지요. 그래도 스릴러 장르로 놓고 봤을 때 볼만했습니다.
G 이덕형  
  ^^ 전 신체를 튜닝한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더군요. 그 이외에는 별로.. 그저그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