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형만한 아우 없다

영화감상평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형만한 아우 없다

G 이덕형 0 9754 86
검은 장발에 검은 색 가죽옷. 총이 가득 든 기타케이스를 들고 황량한 벌판에 놓여진 도로를 따라 걷는 사나이가 있다. 그는 [황야의 무법자]도 [돌아온 장고]도 아니고 [존 웨인]은 더욱더 아니다.


그가 바로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이 10여년에 걸쳐 만들어 오고 있는 [마리아치] 시리즈의 최종판 격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이하 <멕시코>)>의 [엘 마리아치('연주자'라는 뜻)]이다. 단돈 7000달러로 <엘 마리아치>라는 영화를 만들어 단번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은 3년 후 후속편인 <데스페라도>를 만들어 흥행감독의 입지를 굳혔다. 어릴 적부터 VHS 카메라를 항상 손에 쥐고 살았다는 그의 재치가 돋보이는 <멕시코>에서 그는 감독뿐만 아니라 각본, 제작, 촬영, 미술, 편집, 음악을 직접 도맡아 했다. 그렇다면 <멕시코>는 어떤 영화일까.


[엘 마리아치(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멕시코에서 이미 전설로 불리워지는 사나이다. 사랑하는 아내 [캐롤리나(셀마 헤이엑)]와 딸을 [마르께즈] 장군에게 잃고 자신도 치명상을 당한 채 숨어지내고 있다. 삶의 의미를 잊고 지내던 그에게 CIA 요원인 [샌즈(조니 뎁)]가 접근한다. 마약 카르텔의 보스인 [바리요(윌렘 데포)]가 계획하고 있는 쿠데타를 저지하기 위해 [엘]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바리요]의 오른팔인 [마르께즈]장군에게 복수할 기회라는 생각에 동참하기로 하는데..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의 작품에서 늘 보여지듯 <멕시코>도 또한 한껏 가벼운 유머가 주를 이룬다. <스파이 키드>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멕시코>에서도 비슷하게 등장한다. 통기타 대신 등장하는 일렉기타는 마치 기관총과 같은 성능을 내고, [엘]의 동료인 [벨리니]의 기타 케이스는 폭탄을 실은 버기카로 돌변한다. 감독의 장난스런 상상이 돋보이는 장면들이다.


<멕시코>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꽤나 많이 등장한다. 2편부터 함께 했던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셀마 헤이엑]을 비롯해 빼어난 연기력과 매력으로 헐리우드에서도 상한가를 치고 있는 [조니 뎁], 그리고 [윌렘 데포]와 [미키 루크]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또한 가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아들이자 자신도 라틴 팝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엔리케 이글레시아스]도 한 몫을 한다. 3000만 달러라는 제작비로 어떻게 이런 라인업을 짤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데스페라도>에서 '바텐더는 죽지 않는다'고 믿지만 결국 죽어야만 했던 그 '바텐더'가 이번에는 CIA요원인 [샌즈]에게 정보를 파는 역할로 등장하고, 전편에서 [엘]을 죽이기 위해 단검을 던지던 '킬러'가 이번에는 [샌즈]의 수족인 [쿠카이(대니 트레조)]로 모습을 보인다. 유명배우들의 그늘에 가려 단번에 눈에 띄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반가운 얼굴들이다.


감독의 빼어난 능력, 화려한 출연진은 분명 <멕시코>를 믿음직스럽게 만들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폼잡는 데 여념이 없는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하고 산만한 연기를 보여주는 [조니 뎁]은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쉽게 공감을 하기 힘들다. 여기에 비중이 높은(유명한) 배우들이 너무 많이 등장을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아내의 복수를 하고자 하는 [엘], 쿠데타를 노리는 [바리요], 동료의 복수를 하려는 퇴역 FBI 요원, 뒤에서 이를 조종하는 CIA 요원 [샌즈]는 저마다 자기 이야기를 2시간동안 뱉어낸다. 얽히고 설킨 그들의 복잡한 관계는 흥미롭지만 플롯의 핵심을 흐리게 하는 요소다.


<멕시코>는 적은 돈으로 블록버스터 급의 영화를 만들어 제작자와 평단, 그리고 관객들까지 열광케 만들었던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의 신작이지만 왠지 또 한편의 '전편만 못한 속편'이 나왔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게 만든다.





...사족이지만 <멕시코>를 보면서 내가 웃지 못하는 것이 번역이 잘못 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 눈에 들어온 '번역- 이미도'.... 이미도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 번역가 아닌가. 그럼 역시 '문제적' 감독의 '문제작'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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