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에서 살 수 없는 것"...악단의 방문
잘 차려 입는 것도 잘 차려 먹는 것도 좋지만
뭐 복잡한 것 딱 싫어하는 내 경우는
왠지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할때가 많다.
늘 정장차림으로 따라주는 잔을 들고 나이프 바꿔가며 스테이크를 오물오물...
그런 클래식한 삶이 주는 만족감보단 차라리 츄리닝에 치킨이 좋으니...
이 시대가 지향하는 훈남이 되기는 이미 틀린 것 같다.
친절하고 고상하게 한참을 돌고 돌아오는
잔뜩 예의차린 상투적 멘트보단
무식이 철철 흐르는 내 친구의 단 한마디의 대답이 더 살가운 이유는
그 가운데 얼기설기 얽혀있는 솔직 담백한 정감 때문일 것이다.
화려함이나 세련됨이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그 따뜻함...
모유를 대체한 우유나 분유가 엄마의 애틋한 마음까지는 담아낼 수 없는 것처럼
공감이 빠진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그 끝에 오는 공허함을 지우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갈수록 텁텁해지는 조미료 찌개처럼 첫 맛은 달콤하나 끝끝내 개운한 맛은 오지 않는다.
지겨울 틈이 없이 변하는 재미난 세상, 갈수록 예뻐지고 고급스러워지는 상품들...
그리고 패션감각이라곤 전혀 없는 내 눈에도 멋있는 거리의 사람들...
눈으론 한없이 즐겁고 만족스러운데
그러면 그럴수록 더 그리워지는 이 소박한 감정들은 도대체 뭔지...
유행에 저만치 떨어진 나 만큼이나
오래되고 낡아버린 감성을 향한 대책없는 향수일까?
어렸을 적, 여름철
찌는듯한 무더위가 찾아올 때면
온 동네 사람들이 집 옥상에 모기장 펴고 누워
쏟아질 것같은 수많은 별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잠들곤 했는데...
서울하늘 전체에 폭죽을 터트린 것 같이 반짝반짝 하던 별들이 지금 하나 남지 않은 것처럼
그때 함박 웃음 짓던 정겨운 마음들은 가물가물 더듬어 찾기도 어려우니...
없는 중에도 나눠 퍼줬던 그 정들이 풍요한 이 시대엔 왜 사라지고 있는지...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정체모를 아련함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마음을 헤집어 놓고 있다.
머나 먼 타국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이런 걸 느끼다니...
먼 나라의 외지요리에서 구수하고 담백한 된장찌개의 맛을 느낀다고나 할까?
부르긴 불렀는데
누가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사진 찍는데 그냥 지나 가다니..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
좀 뺀질대기는 해도...
그 안엔 숨겨진 사연이 있다.
가장 정이 가는 캐릭터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연주하는데 그 선율이 가슴에 살포시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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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롤러장을 아시나요?
내 나라는 싸우고 있을 망정..
조화로운 지휘에 하나되는 이스라엘 여인과 아랍 장부
이 장면 안보시면 후회 쓰나미
하지만
내 마음이 뿌듯해짐은 왜 일까?
다른 음악 다른 노래를 불러도
그 마음이 느껴지니
소박한 교감으로의 초대
"악단의 방문"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