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결정되어 있는가?" -Minority Report

영화감상평

"미래는 결정되어 있는가?" -Minority Report

1 Memento 6 2440 14
처음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에 홍보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그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의
만남이었다. '아.. 최소한 2 시간 동안 심심하지는 않겠군' 라는 생각만 잠시 머리를
스쳐지나갈 뿐 딱히 반드시 보고 싶다라던가 하는 끌림은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후 원작자의 이름을 보는 순간, "봐야만 한다. 기필코" 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 원작자가 누군인가? Philip K. Dick 이름만 들어서는 누군인지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써낸 원작이 어떤 영화의 기반이 되었는 지를 알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스크리머스 등등이 있고, 기타 다른
작품들도 영화나 TV 시리즈물로 만들어 사랑을 받아왔다. (이 영화 제목들을 듣고도
어.. 별거 아니네. 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지 나와 개인적인 취향이 다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Philip K. Dick 의 원작을 읽지 못했다는 것을 먼저 고백하고, 그저 영화로 얻은 간접적인
그의 작품들에 대한 감상은 이렇다. "미래의 기술에 의해 비로소 야기되는
인간성과 윤리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미래의 도시 모습과 눈을 확끄는 갈등구조속에
관객에게 던진다."라고 하면 그의 소설들에 대한 총평이 될까? 
"미래의 기술에 의해 비로소 야기되는" 이라는 구절에서 굳이 "비로소"를 넣은 것은
"물론 이전에도 존재해왔던 것이지만 기술 발달에 의해 다른 양상으로 혹은 확연히 드러나는 "
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인간의 근본의 문제는 시대에 의해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
간단히 해결될 의문이었으면 근본 문제도 아니겠지만. 긴 인류 역사를 관통하면서
존재해왔던 근본적인 의문, 질문을 미래 기술의 발달로 인해 나타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다시 반추해보는 것에 그의 작품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순전히 개인 적인 취향이라는 단서를 앞에 붙이고 말하자면,
난 그 3편의 영화를 모두 좋아한다. 블레이드 러너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중에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아끼는 소장품속에 넣길 좋아한다. 가끔보면 다른 사람들이
워낙 좋다기에, 시간이 지날 수록 명작이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의무적으로 좋아하는 듯한
사람을 보기도 했다. 아니 내가 그랬다. 처음 보고 이 영화가 왜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는거지?
그렇게 강한 액션도,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도 없는 데??  한참 지난 후에 또 보고 왜 그렇게
날카로운 칼날위를 뛰는 듯한 위태로운 인간에 대한 질문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다루었는 지를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깨끗하고 편리하기만 할 것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했던
예상과 반대로 우중충하고 잔뜩 매연에 찌든 듯한 미래 도시의 모습은 주제와 맞물려
더욱 영화의 분위기를 아늑하게(?) 살려준다. 너무나도 유명한 데커트가 진짜 인간인지 아니면
레플리컨트(인조인간)인지의 논란은 차라리 부차적이다. 내가 가슴 아팠던 것은
'무엇이 존재를 인간이게 하는가' 에 대한 너무나도 원초적인 질문이었다. 어? 그게
그 영화의 핵심이 아니었던가? -.-

아직까지 "인간임"을 다루는 영화는 내게 있어 큰 돌을 던진다.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el)의 그 오묘한 배경음악과 핵심적인 질문은 몽롱한
장면들과 난해한 대사 속에 여젼히 강렬히 남아 있다.  그런 영화들 중에 스크리머스 라는
영화도 살포시 들어있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인조인간들은 인간임을 목표로 만들어
졌다면, 스크리머스에서의 기계(?)들은 전혀 다른 모습과 목적으로 만들어 졌으나
역시 생존을 위해 인간과의 벽을 깨뜨리려고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는 존재로 나온다. 역시 배경은
핵전쟁후의 지구가 그럴 것 처럼 황량한 우주 어느 별의 황량한 사막이다. 기본 전제에
있어서 약간은 도약이 심하고 인간과 기계의 전투라는 상투적인 장면을 전면 배치함으로서
작품성과 완성도는 블레이드 러너에 비해 확실히 떨어진다라는 게 개인적인 감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있는 존재가 인간인가 아니면 인간인 척하는 위험한 기계인가? 를
고민해야만 하는 상황은 내게 여전히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감상을 하게 만든다.

토탈 리콜에서는 가상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요즘은 너무나도 많은 영화들이
가상현실을 다룬다. (그중 "13th floor"은 역시 개인적인 취향에 힘입어 독보적인 영화로
기억하고 아끼는 소장품에 들어 있다) 1990년에 만들어 졌으니, 그런 류의 영화들의
선구자격이 아닐까? 흥행위주의 캐스팅과 감독으로 인해 약간 퇴색된 감도 있지만,
역시 어느 세상이 내가 정말로 존재하고 살아가는 세상인가? 를 고민하는 장면은
어쩌면 내가 나비꿈을 꾸는 건지 아니면 나비인 내가 사람꿈을 꾸는 건지를
고민했던 인류의 역사를 통해 항상 존재해왔던 존재론적인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Philip K. Dick 의 작품들은 "미래의 기술에 의해 비로소 야기되는
인간성과 윤리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라는 점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의 근간에 대한 얘기를 쓸 수 있는 작가중 하나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서설이 길었다. 이제 마이너리티 리포트 얘기를 해보자. 물론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본의아니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왜 제목이 마이너리티 리포트인가? 라는 질물에 대답을 한다고 해도
심각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피하기로 하자.
티져 트레이러 정도로 줄거리를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서기 2054년 미래를 볼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들이 있는 데, 그 들은 precog라고
불리운다. (영어로 '예지'에 해당되는 단어가 precognition인데 거기서 따온 말인듯) precog들의
예지능력을 이용해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국가 기관
Department of Precrime 이 워싱턴DC 에 시험적으로 운영되고, 결과 지난 6년간 단 한건의
살인사건도 발생하지 않는다. Department of Precrime의 국장은 이 결과를 토대로
전국적인 범죄예방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특수체포팀(SWAT 같은)의
팀장(chief) John Anderton (Tom Criuse)가 얼마 후 어떤 사람을 살해하는 것으로
precog들에 의해 예지된다.  톰 크루즈는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죽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내기 위해 도주를 한다.

일단 배경을 그렇다. 내가 이 영화에서 Philip K. Dick 에게 받은 질문은 "미래는
결정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그 결정된 것처럼 보이는 미래로 인해 현재의 삶이
제약받는 것은 옳은가?" 이다. 역시 미래의 기술발달로 불가능의 영역으로 믿어졌던,
함부로 말하기 힘들었던 미래의 예측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 획기적인 기술의 발달이
불러 일으킬 인간본연의 윤리, 가치관을 질문한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지능력이 반드시 기술발달에 의한 것이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지금까지
미래를 본다고 주장하는(실제로 그럴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이 있었고, 다분히 인간의
정신적인 능력의 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소 갸우뚱하더라도,
그러한 초능력을 가진 인간들에게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얻어 내는 인터페이스
측면에서는 미래 기술의 개가라 할만하다. Precog들의 예언만을 믿어야 한다면
그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리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이런 류의
영화는 근사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뽀대가 나지 않겠는가?

영화 초반에는 의심의 여지없이 미래는 결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예측된 미래에 대비해
인류는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처럼 보인다. precog들과
Department of Precrime의 활약으로 위험한 살인사건을 모두 예방했다는 기록도
기록이지만 직접 그 범죄 예방 현장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야.. 이제 범죄없는 세상에 살게
되겠구나"라는 감탄이 나올 만하다. 정말 그럴까? 여기서 이 의문은 영화의 줄거리상 의문이며
영화보면 자연히 답을 알게 될 질문이다.

여기서 나의 생각은 좀 다른 곳에 머문다. 정말 미래를 결정되어 있을까? 물론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 우선 그렇다고 치고, 결정된 미래을 알게 된다면 현재의 삶이 영향을 받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내일 비가 올까? 비올 확율이 90%라니 우산을 가지고 가야겠군.
아.. 이 정도면 얼마나 좋은가? 아기의 DNA를 검사해보니 유전적인 결함이 있어서
20세쯤 되면 병을 앓게 된다는 데, 지금 미리 치료할 수 있다면? 이것도 정말 멋진 일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모두 현재의 물질적인 원인이 직접적으로 인과관계를 거쳐
미래에 사실로 당연히 나타나는 경우일뿐이며, 윤리적 요소가 끼어들 여지는 극히 적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어떨까? 지금 아내 몰래 다른 여자 만나다가 걸려서 1개월 후에
이혼하게 되는 걸로 예측이 된다면? 지금 몰래 만나는 혹시 나의 영혼의 짝일지도 모르는
여자를 단념할까? 아니면 그걸 알더라도 계속할까?

더 나아가 그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의 결과를 미리 알고 싶어질까? 더 나아가 미래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다수 대중의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이 과연 옳을까? 사람에게는 미래의 불확실함이
양날의 칼이 아닐까? 내일 일이 뭔지 모르기에 오늘이 재미있는 게 아닌가? 지금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이던 그렇지 못한 사람이던......

미래를 알고 싶은가요? 내일의 주가? 한달 후의 환율?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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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박지용  
  부럽습니다
1 이병일  
  거침없는 시각...현란한 글... 멋진 평론 감사드립니다...
1 이병일  
  잠시 뇌리를 스치는..."내일 일이 뭔지 모르기에 오늘이 재미있는 게 아닌가"
1 카자미하야토  
  존경스럽네요..-_-;;; 하지만 이렇게 깊게 생각하면서 영화보면..스트레이가 쌓일지도..- -;
1 신재현  
  이야.. 영화 한편을 보면서 많은걸 생각하시네요..^^ 스크리머스.. 재밌죠.. 살상용 기계에 불과하던 것이.. 사람의 모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를 한다.. 정말 신선한 내용이었던 것 같네요. ( 지금은 너무 흔해서 별루지만..당시엔.. 뜻밖의 반전이었습니다..^^;) 암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 이동진  
  영화감상문투고해서 자유기고가식으로 활동하시면....멋질것같아요....

진짜 대단히 존경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