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령공주 다시 보기..

영화감상평

원령공주 다시 보기..

1 치우천황 3 5712 2
일본의 걸출한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끼 하야오는 한때 은퇴선언을 한 적이 있었으나 원령공주를 발표하면서 이를 번복했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문제. 오직 그 한 가지 화두에 매달려온 하야오가 그렇게 지치게 된 이유가 무었이었을까.

아무튼 원령공주로 돌아온 하야오는 따스한 시선 대신 다분히 시니컬해진 모습으로 그간의 심경변화를 나타내고 있는듯 했다.

원령공주는 물론 작화, 음악, 모든 부분에서 어느정도 경지에 다다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작이며 특히 음악은 뭐라 말할 수 없이 아름답지만 무언가 탐탁치 않은 부분이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원령공주의 주제는 물론 전작들과 큰 차이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에 덧붙여 자연에 그져 순응하지 않는 모습들..

무언가 바꾸고 변화시키는 . 이를테면 진화라는 주제를 한 가지 더 엇대었다는 느낌이다.

원령공주에서 에보시 부족은 산을 개간하여 밭으로 만들고, 철을 녹이는 일로 먹고 산다.

그러므로 원래 산의 주인인 동물들에게도 그렇지만 산은 부족에게 있어 삶의 근원이다.

그들은 힘찬 개간과 자발적인 노력을 통한 인간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개간과 제철은 적자생존의 치열한 틈바구니에서 그들을 살아남게 하는 도구인것이다.

그렇기에 생존을 위하여 조총을 개발하며 이 조총, 즉 기계라는 도구가 바로 인간이 모든 생명들의 지배자가 된 이유임을 말하고 있다.

물론 살기위해라지만 자연을 파괴하는 에보시 부족에 대항하여 산(원령공주)과 자연신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고 극한의 몸부림을 보인다.

그들 역시 강한 자가 살아남는 법칙에 충실한 것이다.

이렇게 에보시, 지코 등의 인간들과 원령공주와 모로 등의 자연신들은 각자 인간만을 위한 혹은 자연만을 위하여 각자의 극한을 향해 달려가 버린다.

이전의 하야오 작품들이 가진 가장 중요한 명제.. 인간과 자연 사이의 대화는 사라지고 오직 서로의 생존을 위한 대립.

그러면서 인간이 보여주는 잔인함을 부각시켜 자연이 당하는 억울함에 더 무게를 두는 듯 하나 서로 어우러지지 못하는 단일 객체로써 어쩔 수 없는 대립임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야오 감독의 의도는 분명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사실상 원령 공주가 보여주는 대립은 어느 쪽이 선이나 악이 될 수 없는 피터지는 생존의 문제아닌가..

단지 객체간의 투쟁일 뿐이다. 서로 먹고 살겠다는데 누구 편을 들 수 있으며 누가 나쁘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타협할 수 없는 대립에서 주인공 아시다카는 결국 공존의 문제를 고민한다.

아시다카의 고민에 대한 답은 원령공주에 나오는 인물들은 결코 가지고 있지않다.

인간은 자연보다 휠씬 영악하며 자연과 동등한 위치에 있지는 않다..

토끼가 상처입은 사람에게 음식을 주지 못 하지만 인간은 가능하니까.

결국 인간과 자연의 공존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성을 어떻게 슬기롭게 쓰느냐의 문제다.

그렇다면 아시다카의 질문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묻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차피 먹고 살아야 하니까 자연을 파괴할 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하야오는 지나친 명확함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풀고 있지만 사실.. 인간이 행하는 자연파괴를 그렇게 악으로 몰아부치는 것은 투정이 아닐까하는 ...

자신이 속했던 과거세대의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잃어버린 한탄일 수도 있겠지만 원령공주에서 보여지는 그런 과격함과 시니컬함은.. 어쩌면 배부른 타령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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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신제규  
전 이거 책으로 밖에 못봤느넫.....애니도 보구 싶네요
 
1 강만호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개인적으로는..원령공주의 기본적인 플롯이라던가..
 말하고자 하는바가..조금은 진부한 내용이지만..그것을 제외하고...영화적인
 테크닉이라던가..화면을 보여주는 구성..극의 전개 등등에서 정말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살아오면서..많은 영화와 애니를 봤지만..순수하게 재미만 놓고
 봤을때 저에게는 가장 뛰어난 작품중의 하나였습니다..어쨌든..미야자키는 애니를
 가장 잘이해하고 있는 고집불통의 일본 노친네가 아닐까 합니다..
1 김종성  
참 재미있게 봤던 애니죠..아니 놀라웠다라는 말이..더...
 그리고 더 놀라운건 원령공주 주제음악인가를 조수미가 불렀다는 사실...나만 몰랐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