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의 펜] 「memento」 新세기 독립영화의 당당한 선봉장.

영화감상평

[Rock의 펜] 「memento」 新세기 독립영화의 당당한 선봉장.

G Rock 5 3874 9
「memento」 新세기 독립영화의 당당한 선봉장.


  언젠가 코엔 형제의 「바톤 핑크」와 「밀러스 크로싱」을 보면서, 영화 내내 그리고 끝난 후에
도 한참 나는 망설이고 의아해했다.
'이 영화들은 왜 이렇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하면 더 정확할 일이었지. 그랬다. 나는 코엔 형제의 스타일에 쉽게
섞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이소룡과 성룡, 수퍼맨이었거나
마징가로 대변되었던 소년시절의 스크린 이미지를 완전히 무시한, 뚱딴지같은 코엔 형제의 영화가
어찌 처음부터 친숙했겠는가. 어리둥절한 의구심은 커피에 각설탕이 녹아 들 듯이 신선한 충격으
로 서서히 바뀌더니, 새로운 영화 만나기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금새 깨닫게 해주었다. 일방통
행으로 달려 왔을지도 몰랐던 나의 영화 편견과 오만을 속시원하게 헐어내면서, 그들의 「독립
군」영화들은 그렇게 20대 중반이었던 내게 여러 가지 질문과 제안을 건네 왔다.

  「바보상자」는 TV의 불명예스러운 별명이다. 저녁 식사 후 온 가족들이 모여 앉아 단 몇 마디
의 대화만을 나눈 체, 모두가 TV 속의 세계로 빠져들면서 바보가 되어간다는 괴리감. 이 괴리감이
오래 전부터 스크린으로 옮아 온 느낌이다. 사람들은 몇 천 원의 돈을 지불하고 두 시간동안 바보
가 되기 위해서 극장으로 무리 지어 들어간다. 단 몇 시간, 몇 분만 지나면 흐릿하게 잊혀질 우스
꽝스러운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꽤나 삐딱하게 이야기했지만 굳이 흑백
논리의 짜 맞추기로 몰아가지 않더라고 스크린이 「바보극장」이 되어간다는 것에 수긍하는 사람
이 많을 것이다. 특히 「블럭버스터」란 단어가 돌기 시작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지 않은가? 엄
청난 볼거리와 유명한 「얼굴」로 중무장한 그들의 블록버스터는 정말로 스크린을 찾아 온 사람들
의 사고력을 날려 버리고 있다. 물론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 타란티노의 영화지론을 빌리지 않더
라도 나는 당연히 재미없는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재미라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영화
를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이나 감독/배우의 명성과 정비례할까? 사람마다 느끼는 재미가 다르고 재
미를 느끼는 느낌도 다르겠지만 요즘처럼 CG와 같은 몇 가지 요소에 목숨을 거는 필름 메이킹의
형태는 별로 반갑지 않다. 어차피 그 몇 가지 요소들도 영화를 이루는 부속품과 같은 것을…, 타이
어나 엔진만 보고 비싼 자동차를 쉽사리 고를 수 있을까?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아니 후회하는
것조차 잊은 체 우리 관객들은 극장으로 향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바보극장」으로…

  소위 「독립영화」라 하면 사람들은 돈을 적게 들인 저 예산 영화를 먼저 떠올린다. 언더그라운
드를 떠올리고 게릴라를 떠올린다. 물론 자본으로부터도 "독립"되어 있는 영화가 독립영화일 수도
있지만, 나의 사견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독립영화의 이미지처럼 모든 독립영화가 反헐
리우드的이거나 反오버그라운드的이지는 않다. 그리고 약간의 천재성을 가진 건방진 시네마 키드
가 세상을 향해 퍼붓는 독선의 외침도 아니다. 독립영화는 말 그대로 독립적이다. 일방적이지 않
은,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함께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이 배어 있다.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영화가 흥행이 된다. 이런 장면이 감동을 주지…'
이런 기본적인 영화 만들기의 일반적 발상으로부터 우선 독립적이고, 눈만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엄청난 돈을 투자하지 않는 예산의 자유로움, 그리고 쉽사리 흥행만을 위한 타협을 하지 않는 작
가정신의 독립성이 멋지게 불타오른다. 마치 「독립영화」 홍보맨처럼 중얼거리고 있지만, 이 짧은
펜으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독립영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즐겁고 새로움을 준다. 바보극장에서 펼
쳐지는 엄청난 블록버스터의 홍수 속에서, 그들만이 가진 흥미진진한 무기로 무장한 체로 유쾌한
전쟁을 펼치고 있다. 만만치 않게.

  영화 「memento」는 대단히 유쾌하고 즐거운 독립군 영화의 당당한 선봉이다. 아마도 세기가
바뀌면서 이렇게 흥미진진한 영화는 처음 만나는 기분이다. 공룡 같은 덩치를 자랑하는 헐리우드
의 엄청난 배급회사들이 이런 훌륭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무시했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이자,
그들이 얼마나 바보극장을 만들어 가는 일등공신인지를 알게 한다. 결국 소더버그나 타란티노 같
은 사람들의 입김에 의해서 간신히 극장에 걸리긴 했지만 이미 비디오나 DVD가 출시된 후라는
것, 그러나 당당히 미국 박스 오피스 10위안에 머물면서 필름 사는 것을 꺼려했던 배급회사들을
비웃었던 것, 관객과 평론가가 만장일치로 단연 좋은 영화로 꼽은 것 등 일련의 아이러니들은
「memento」가 훌륭하고 재미있는 독립군 정신 영화라는 것을 의심 없이 각인 시킨다. 얼마나 바
보들인가? 이런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영화 배급회사들 말이다. 바보들.
 
 크리스토퍼 놀란, 기억에 없는 이름이다. 이 사람이 「memento」의 각본을 쓰고 끝까지 몰고 가
완성을 시킨 감독이란다. 이 사람은 단연코 대단한 천재이거나 편집증 환자일거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만큼 이 영화의 흐름은 지독하게 정교하다. 짧은 대사 하나, 배우의 눈 빛 한 조각으로
보는 사람을 의심하게 만들고 그 의심은 이중 삼중의 확인과 의미를 남기면서 런닝 타임 내내 두
뇌를 회전시킨다. 마치 감독이 만든 거대한 방화벽을 이리 저리 뚫고 들어가는 생생한 기분, 정말
오랜만의 느낌이다. 누군가 묻는다. 엄청난 반전을 기대해도 좋겠느냐고. 반전이라…, 이 영화가 극
장에 걸리고 나면 사람들은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센스를 들먹일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앞선 두
영화와 반전에 대해서 비교할 것이다. 그러나 그 비교 자체가 상당히 어리석은 시간낭비이다. 적어
도 반전이란 요소를 가지고 비교한다면 분명히 그럴 것이다. 단 몇 초의 엄청난 반전을 위해서 두
시간동안 연막과 복선을 피우는 다른 영화와는 달리, 「memento」는 10분 간격으로 새로운 형태
의 반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억을 남기지 못하는 어눌한 주인공의 상황 설정은 구태여
다른 복잡 다변한 복선 설정이 필요가 없고, 자연스럽게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혼돈과 진실을 오가
는 게임을 하도록 한다. 순간순간 다가오는 반전, 날카로운 면도날처럼 예리하고 정교하게 짜여진
흐름. 이미「memento」는 주인공 설정 자체부터 그저 그런 헐리우드 영화와 차별화 되어있는 독
보적인 영화이다. 이런 대단한 기본 설정에 가이 피어스란 배우의 연기는 불길에 휘발유를 끼얹은
모양이다. 나는 배우라면 가이 피어스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어느 누가 「mement
o」에서의 가이 피어스를 보고 「LA 컨피덴셜」을 떠올렸겠는가. 저 사람이 어디에 나왔었지? 분
명히 낯이 익는 배우인데…, 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배우는 훌륭한 배우이다. 그만큼 캐릭터에 맞춰
서 자신의 본 모습을 가릴 수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가이 피어스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레니"
를 연기하면서, 단 한 번도 느슨한 모습이나 빈틈을 보이지 않았고 캐리 앤 모스와 존 팬톨리아노,
매트릭스 팀 두 조연의 흠 잡을 데 없는 연기와 어울리며 단 세 사람이 내내 등장하는 영화이지만
"레니"의 기억처럼 매번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는 신선한 낯설음을 주었다.
역시 좋은 영화는 이렇다. 탄탄한 기본 구조와 훌륭한 연기,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 상태를 유
지하며 끌고 가는 감독의 의지와 뚝심.  ……그렇기에, 「memento」같은 투철한 독립군 정신 영화
가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보고 즐기는 재미를 뛰어 넘어, 생각하게 하고 추리하게 하는 재미를
선사하는 이런 영화. 그리고 가슴에 오래 남도록 그림자를 투영하는 영화. 「memento」. 너 참 좋
은 영화다. 정말~!

 앞으로 영화는 계속 달라질 것이다. 발전적이고 전투적인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 분명하다. 지루하
고 뻔한 영화는 생명력을 오래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영화를 염두에 두는 영화인들도 역시
마찬가지겠지. 나는 그 유쾌한 진화에 대해서 전적으로 찬성한다. 발전적이고 전투적이라 하여 블
록버스터의 장기집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즐거움, 자유로운 도피, 유쾌한 파행, 하지만
변함없는 감동. 내가 바라는 전투적인 미래형 영화의 요인들이다. 나는 「memento」에서 그런 요
인들을 빠짐없이 맛보았다. 이런 영화가 사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적을 가리지 말고 이런
좋은 영화들이 사랑 받아야 한다. 그래야 더욱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감동적인 영화들이 만들어진
다. 요즘 국내 영화보다도 못한 덩치만 커다란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적어도 제법 긴 이 글을 여기 까지 읽은 사람들에게.
「memento」- 정말 볼 만한 영화라고.

시놉시스는 절대 말하지 않습니다.... 직접 보며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요...
어? 내가 지금 뭐하고 있었지?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5 Comments
1 kdeuxist  
^>^
1 서재동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수가 없군요.. 뒤집에서 보여주는 장면과 반복..하지만 너무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G 두레박  
영화도 대단하지만, 이런 감상평을 쓰시는 분도 참 대단하군요...^^
G 두레박  
줄거리를 들먹이지 않고도 영화의 모습을 소개하는 락님의 감상평이 더 대단합니다...정말....
1 신승목  
감상편 정말 잘 봤습니다.저두 받아놓고 아직 못보고있는데 오늘 밤에 꼭 봐야겠단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