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호장룡, 그 애잔한 감정의 흐름에 잠기어...

영화감상평

와호장룡, 그 애잔한 감정의 흐름에 잠기어...

1 Memento 9 5102 8
아직 DvixLand에 와호장룡 감상평이 없네요. 놀랍기도 하지만 워낙 다들 잘 아시는 영화라 굳이
올리기도 뭣 해서 그런가봅니다. 그러나 한번은 꼭 제 유치한 감상이라도 평을 쓰고 싶어서
제가 총대를 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으며 아카데미상에
후보로 올랐단 말도 아주 나중에 들은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래서 정식개봉극장도 아닌 근처 음악당에서 주민들을
위해 상영해주는 기회에 표를 얻어 보게 되었지요.

그렇게 좋은 화질도, 그렇다고 그렇게 좋은 음질도 아닌 음악당에서의
2시간쯤의 상영시간이 끝난 다음 느낌은
뭐랄까... 이제 가자고 옆에서 손을 잡아 끄는 여자친구가 그렇게 미웠던 영화는
와호장룡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냥 한 없이 그 자리에 앉아 영화 주인공들의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죠. 1시간이고 2시간이고...
그리고 이 영화는 다시 보면 안 되겠구나 하고 다짐도 했습니다.
다시 볼만한 가치가 없다는 뜻은 절대 아니고, 만약 다시 한번 본다면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유지할 자신없어서 그냥 멋도 모르고 보면서 그냥 나자신을
푹잠기게 만들었던 그 장면, 그 음악에서 헤어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 경험있자나요. 좋은 꿈꾸고 있으면 깨기 싫은 그런 느낌........
저 개인적으로는 Memento를 아주 좋아하는 데, 와호장룡은 Memento와 정반대의
느낌으로 좋아합니다. 전자는 자꾸 파고 들면 들수록 플랏과 주인공들의 심리상태를
잘 알게되서 계속 새로운 느낌을 주는 영화로서 좋구요, 후자는 뭐랄까...
그냥 처음보고 그 느낌에 푸욱 젖어서 모호하고 말로 설명하기는 힘든 그 느낌을 계속
가지고 싶은 그런 영화로서 좋아합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은 대나무위에서의 액션장면을 가장 인상에 많이 남는다고 하시던데
저는 마지막에 용이 무당산에서 뛰어내릴 때 장면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왜 뛰어내렸을까? 무엇을 저렇게 갈망하고 있을까?
뛰어내리는 용을 바라보는 호의 그 묘한 미소는 무슨 뜻일까? 등등의
의문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지요.
어떤 형식으로든 대답이야 나오겠지만 그 대답을 말로 해버리기엔 너무 나타까와서.
그냥 그 무당산을 감싸는 안개처럼 그저 내 마음속에 조용히 떠오르는 용과 호의
느낌을 그냥 공유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 이젠 그냥 저도 호의 그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흉내내며 가슴 아려합니다.

화려한 검술, 역동적인 무협, 다소 비현실적인 듯한 경공술....
글쎄요. 제겐 중요하지 않게 다가오던걸요. 그저 그 아름다운 중국의 화면들과
음악, 그리고 그 알듯 모를 듯한 여백가득한 수묵담채화같은 감정의 흐름만이
떠오릅니다. 화려한 색채나 강한 소리로 다가오는 감정이 아닌
너무나도 절제되어서 오히려 더 처연한 감정의 애잔한 선율........
왕자웨이 감독의 동사서독에서도 유사한 느낌을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영화또한 제가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미국에서 와호장룡이 성공리에 흥행되었지만 그 서양인들이 이 동양적인 감정을
어떻게 느낄지는 참 궁금합니다. 그냥 이국적인 장면, 음악, 액션에 흥미를 가졌던
것은 아닐까 하는 성급한 추측도 합니다. 서양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꼭 한번 물어보고 싶네요.

지금은 OST를 듣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oco Lee가 부른 주제가
(A Love Before Time) 보다는 Yearning the sword, Farewell 등의
잔잔하고 애잔한 선율을 좋아합니다. 한번 밖에 안 봤고 앞으로도 다시 안볼거기 때문에
잘 기억은 못하지만 아마 용이 무당산에서 뛰어 어디론가 날아갈 때 (떨어진다라는 생각은
절대 안듭니다. 전 그냥 그렇게 느낄래요) 나온 음악이 Farewell같습니다.
듣고 있으면 그 장면이 떠오르고 다시 그 느낌에 서서히 그리고 오랫동안
잠겨있을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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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G Rock  
용은 무당산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며 지난 시간의 후회를 씻어달라는 기원을 하지 않았을까요...
G Rock  
사랑과 책임감에 대해서도..
G Rock  
그리구 다시 보기 힘든 영화에 대한 머멘토님의 느낌....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정말 그런 영화 한 편 만나기 힘들지요...요즘....
1 respondg  
오늘..이 작품의 원류인 협녀를 보았는데...와호장룡..청출어람!!
1 노승권  
원래 소설도 한번 읽어보는것도 괜찮아여.. 영화를 생각하며
1 노승권  
淸江萬里라고 고려원에서 출판됐어여
1 박종웅  
이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엔딩크레딧이었습니다... 계속 장깨풍으로 나갔어야 했는데 갑자기 팝송풍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한마디로 분위기 깼지요. 허헐
1 김성준  
저도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마지막 다이빙(^^=)장면....대나무위씬은 그져 멋있구나 정도입니다.그간 중국무협에넘 질려서 그러가??여하튼 미묘한 여운을 주는  영화로 기억에 남을것입니다.
1 고종현  
잘만든 영화지여~짱깨들이 서양시장에 자신있게 내놓을수준의..화려한 영상미와 중국대륙기질을 느끼게하는음악...정적인가운데 이루어지는 무협씬...엔딩도예상밖이어서더 기억에 남았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