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머멘토)..

영화감상평

Memento(머멘토)..

1 박상훈 3 6614 4
머멘토 Memento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가이 피어스 / 캐리-앤 모스 / 조 팬톨리아노

정말 기발한 영화입니다..
베니스 영화제에 상영되서 기립박수를 받은 영화죠..
아내의 살인범 추적하는 장면을 역순으로 그렸는데요..
하지만 그만큼 복잡하구 머리쓰게하는 그런영화예요^^
오죽하면 시사회때 영화를 본 배급사 간부들이 이런말을 했을정도..
‘너무 똑똑한 이 영화를 어떻게 팔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록 흥행에 실패했지만 긴장감 늦출 수 없는 누아르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런영화입니다.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독립영화 감독이구요..
다음은 감독에 대한 글입니다


 머멘토’의 시사회를 관람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 스티븐 소더버그는 이제 독립영화계는 끝났다고 확신한 듯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그 영화를 만든 신예 독립영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30)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 오히려 소더버그는 이 영화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가 어이없어한 것은 웬만한 배급사란 배급사는 전부 이 영화를 봤는데도 아무도 사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소더버그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누가 내게 그 대본을 보여줬다면 내가 영화화하게 해달라고 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딱 그런 종류의 영화였다. 객석에 앉아 영화를 보면서 나 개인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소더버그는 놀란 감독과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 “배급자중 몇몇은 아예 영화를 안봤다고 발뺌했고 또 다른 몇몇은 ‘너무 똑똑한 이 영화를 어떻게 팔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엄살을 부렸다.” 결국 이 영화는 과감하고 기발한 것을 추구하는 독립영화 옹호자들조차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영화였던 셈이다.

영화 ‘머멘토’는 자신의 집에 침입해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직 보험회사 조사원 레너드 셸비(가이 피어스)의 이야기다. 예측을 불허하는 이 흥미진진한 누아르 영화에는 시적 서정과 냉소적인 유머가 언뜻언뜻 섬광처럼 빛난다. 영화 전체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전개된다. 레너드가 누군가의 머리에 총을 쏘는 첫장면을 시작으로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며 영화는 조금씩 조금씩 진실에 가까워진다. 영국의 극작가 해럴드 핀터의 희곡 ‘배신’(Betrayal)을 연상케 한다. 또 한가지. 레너드는 아내를 구하려다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아 기억장애에 빠진다.
대화가 10분 정도 계속되면 도대체 누구랑 무엇 때문에 이야기하고 있었는지도 잊어버린다. 그는 과연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할까. 그는 누가 누군지도 기억할 수 없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사건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대본을 찢기까지 했다. 피어스는 “대본을 찢어서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 순으로 배열해봤다. 감독은 내 심정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놀란은 “사람들에게 대본의 순서를 바꾸지 말라고 말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들 내가 안보는 데서 그렇게 했다.”

놀란은 절반은 미국인이지만 직접 만나본 그는 영락없는 영국인이었다. 그는 자신감 넘치고 분석적이며 꽤 매력적이다. 그리고 매력인지 단점인지 약간은 싸늘한 듯한 태도도 인상적이다(이 영화 촬영중 그는 제작진에 대한 예의상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블레이저를 입었다). 놀란은 런던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경영자들에게 위기상황에서의 대외홍보 방법을 가르치는 회사에서 가짜 인터뷰를 촬영하는 카메라맨으로 일했다. 1996년 그는 친구들과 함께 부모님 집에서 ‘팔로잉’(Following)이라는 흑백영화를 찍었다. “돈이 없었다. 그래서 일주일간 번 돈으로 15분 분량을 찍을 수 있는 기자재를 샀다. 그리고 또 일주일을 일해서 15분을 찍었다.” ‘팔로잉’은 호평을 받았고 널리 개봉되지는 않았지만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놀란은 “우리는 필름 한벌 단위로만 따지면 ‘007’ 시리즈보다 더 많이 벌어들였다”고 농담했다. ‘팔로잉’의 필름은 단 한벌뿐이었던 것이다.

놀란은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는 차안에서 형 조너선은 그에게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죽음의 경고’(가제·Memento Mori)라는 단편소설에 대해 얘기했다. 형은 소설(에스콰이어誌 3월호에 전재)을 쓰고 동생은 같은 주제로 시나리오를 쓰기로 결정했다. 놀란 감독은 이 시간을 거스르는 대본을 영화 파이낸싱 및 제작사인 뉴마켓社에서 일하는 친구 에런 라이더에게 보여줬다. 그 초벌원고는 매우 난해했던 모양이다. 라이더는 웃으면서 “너무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마켓社 사람들은 깊은 인상을 받았고 영화에 돈을 대기로 결정했다. 또 회사측은 완성된 영화가 미국 배급사들로부터 찬밥 신세가 되자 직접 배급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머멘토’는 관객들이 영화가 맘에 안들면 서슴없이 야유를 퍼붓기로 유명한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머멘토’가 끝난 후 장내에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곧 기립박수가 터져나왔고 그날은 놀란과 라이더 모두에게 인생 최고의 날이 됐다.

‘머멘토’가 흥행대작이 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작비가 5백만달러에 불과한 이 영화가 과거 ‘유주얼 서스펙트’가 그랬듯 열성 팬층을 형성하며 주류 문화에 파고들 수 있다면, 그리고 2천만달러만 벌어들일 수 있다면 성공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놀란의 영화는 엄청난 집중력을 요한다. 관객을 피곤하게 하는 동시에 유쾌하게 해주는 이 영화는 우리가 이제껏 영화를 얼마나 수동적으로 감상해왔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아내의 죽음은 생생하게 기억하지만 사진을 찍어두지 않으면 새로 산 자동차도 못 알아볼 정도로 기억력이 쇠약해진 주인공은 ‘L.A 컨피덴셜’에서의 냉철한 형사 연기로 가장 잘 알려진 피어스가 맡았다.

그는 격정에 휩싸인 인물 셸비를 탁월하게 소화했다. ‘매트릭스’에 나왔던 캐리-앤 모스와 조 팬톨리아노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두 사람은 각각 바텐더인 나탈리와 교활한 남자 테디로 나온다. 레너드는 나탈리의 사진 뒤에 이렇게 적어둔다. “그녀 역시 누군가를 잃었다. 그녀는 연민에서 너를 도울 것이다.” 테디의 사진 뒤에는 이렇게 써둔다. “그의 거짓말을 믿지 말라. 그가 바로 당신이 찾던 사람이다. 그를 죽여라.” ‘머멘토’는 액션 장면과 세부묘사 모두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놀란의 출세작인 셈이다.

놀란은 최근 차기 작품의 촬영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캐나다 밴쿠버에 다녀왔다. 어느새 그는 독립영화 감독 딱지를 떼고 어엿한 대형 영화사 감독이 돼 있었다. 워너 브러더스社가 5천만달러를 들여 제작하는 노르웨이 스릴러의 리메이크 ‘불면증’(Insomnia)의 감독으로 낙점된 것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등 영화계 거물들이 제작에 참여하며 알 파치노와 힐러리 스왱크가 주연을 맡는다. 놀란은 “아카데미상을 받은 두 배우와 일하게 돼 너무나 흥분된다”고 말했다. ‘머멘토’에 쏟아진 열광적인 반응과는 별도로 놀란은 벌써 이 차기작 준비로 분주하다. 이제 감독이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머멘토’는 자생력을 갖게 될 것이다. 레너드 셸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 영화를 금세 잊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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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1 박상훈  실버(2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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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Memento  
전 촬영할 때 시간순으로 찍고 나중에 편집에서 역순배치한 게 아닐까 생각했는 데... 후후
1 카리수마  
감독 이름 조차 놀랍네요 . 놀란 혹은 논란
2 김철  
이 영화는 모든게 거짓이라는 게 핵심인듯..스스로 만들어 허구속에 자신조차 이용당하고 마는 불신의 미스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