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의 펜] The show must go on! - 「물랭루즈」

영화감상평

[Rock의 펜] The show must go on! - 「물랭루즈」

G Rock 2 5808 14
The show must go on! - 「물랭루즈」

아직도 「딴따라」란 단어는 살아있다. 딴따라는 대중예술, 혹은 대중예술인을 싸잡아 얕잡
아 보는 시각에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유랑극단 시절부터,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된 남사당
패 시절부터 딴따라라는 말이 사용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고, 신세기
프론티어를 부르짖는 新감각형 인간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딴따라는 새삼 새로운 시선을
받게 되었다. 유랑극단의 춤추는 어릿광대 딴따라는 수 백 억의 돈을 움직이는 재벌이 되었
고 수 십 만의 사람을 움직이는 카리스마 덩어리가 된 것이다. 가난한 삶에 지친 민초들의
웃음과 눈물을 되찾아 주었던 초창기 딴따라의 쇼는 이제 대중의 가치관을 지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종교나 철학, 교육과 같은 통념적 메신저들이 오랜 시간을 투자해도 쉽사
리 만들 수 없는 대중 가치관의 이미지를 딴따라들의 쇼는 단숨에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
금 까지 그래왔듯이 메스미디어의 엄청난 지원을 받으면서 新세기 딴따라의 쇼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발전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토록 영향력이 강해진 대중예술을 비하
하는 「딴따라」는 왜 아직 살아 있는 것일까.
……답은 그들의 "쇼"에 있다고 생각한다.

「The show must go on」
이제 전설이 된 영국 그룹 「Queen」의 명곡이다.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영화 「물랭 루즈 (원제:Moulin Rouge)」를 만든 바즈 루어만 감
독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대중 예술인들의 정신이 한마디로 압축된 말이 아닐까. 무언가를
생각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듬고 매만지는 고통의 과정을 거쳐서 생각했던 것을 만들어
내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일의 연속. 대중예술이 발전해온 발자취일 것이다.
영화 물랭 루즈는 정말 잘 만들어진 일류 "쇼"이다. 물랭 루즈를 보고 있으면 전혀 지루
하지 않다. 보는 사람의 흥을 돋구는 양념거리가 넘친다. 가볍게 넘길 부분은 재치 있는 리
듬감으로, 무거운 대목에서는 간담이 서늘한 장중함으로. 시종일관 영화를 이끌어 가는 호흡
의 흐트러짐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칫 흔한 이야기에 뻔한 전개방식, 감독의 전작을 짜 맞추
었다는 시비가 붙을 수 있겠지만, 삐딱한 시선은 금새 사라진다. 그만큼 신선한 재미가 바라
보는 시선을 100년 전 파리의 극장 물랭 루즈로 끌어 모으기 때문이다.

맨 처음 마돈나의 노래가 들렸다. 그리고 비틀즈, U2, 티나 터너, 너바나,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들이 들렸다. 퀸의 노래까지. 전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감독은
귀에 익은 팝 명곡들을 다시 만들어 사용했다. 하지만 전작과는 큰 차이점이 있다. 전작에서
는 관념적이고 이미지 중심적인 화면과 어울리는 음악의 사용이었지만 물랭 루즈에서는 노
랫말을 염두에 두고 음악들을 고른 흔적이 역력하다. "새틴"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 "크리스
찬"이 "새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크리스찬"이 질투로 번민하는 장면, 극장 주인
"지들러"가 "새틴"에게 헤어짐을 이야기하는 장면 등 영화 내용과 잘 맞는 노래 가사들은
흥겨움과 더불어 너무 빠른 편집에 산만하게까지 느껴지는 카메라 워킹의 단점을 보완하며
이해를 돕는다. 그 유명한 팝 명곡들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불행스러운 일이지만, 100년 전
무대와 사랑이야기에 현대의 노래들을 가미한 독특한 앙상블은 물랭 루즈를 돋보이게 하는
일등공신임에 틀림없다. 니콜 키드먼, 이완 맥그리거의 훌륭한 연기와 더불어.

물랭 루즈를 보고 오르페우스 신화나 오페라 춘희를 거론하는 사람이 있다. 따지고 보면
영화 속 사랑이야기는 신화나 오페라 스토리처럼 뻔한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그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 하지만 사랑이라는 주제가 그래서 더 매력적인 소재가 되는 것일지도 모
른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 선남선녀가 서로 눈이 맞아 사랑에 빠지고 돈 많은 방해꾼
이 항상 훼방을 놓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는 이야기. 그 결말이
비극적이거나 해피엔딩이거나 관계없이, 과정에서 얻는 기대감은 항상 풋풋하다. 어쩌면 그
런 우화적 사랑이 메마른 세상이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이 뻔한 이야기를 그
려내는 대에는 고민과 책임이 뒤따른다. 사랑이야기가 주제이지만 그 주제는 이미 널리 알
려진 이야기. 주제를 다치지 않게 부각시키고 돋보이게 할 "방법"과 재미를 안겨줄 "양념"이
필요하다. 뻔한 스토리의 뻔한 "쇼"가 될 수 있었던 물랭 루즈는 음악적 재미와 더불어 현
란한 "보는" 재미를 주면서 훌륭한 "쇼"로 탈바꿈한다.

세기가 바뀌는 유럽의 중심, 혁명과 환락, 예술의 고뇌와 자유의 탄식이 머물던 곳 - 1900
년의 파리. 그들의 밤은 붉은 풍차 「물랭 루즈」에서 벌어진 석류처럼 익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색깔은 화려하고 속박 없는 완전한 자유, 그 자체였다. 필름은 100년 전 첨단의 색감
과 아름다운 여자들의 의상과 몸을 기가 막히게 찍어냈다. 영화라는 예술은 어느 한 분야만
튀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했다. 아직 자료가 많지 않은 관계로 미
술감독과 의상감독의 이름을 알아 낼 수 없었지만 그들이 붓과 바늘로 만들어낸 영화 속 색
깔과 의상들은 정말 황홀한 아름다움이었고 존경할만한 것이었다. 그것들을 고스란히 담아
낸 촬영감독 역시. 실제 물랭 루즈가 이 보다 더 아름다웠을지 사뭇 궁금하다.
바즈 루어만이 물랭 루즈를 끝으로 소위 "레드 커텐" 시리즈를 마칠지, 이어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댄싱 히어로」에서「로미오와 줄리엣」까지 그의 작품을 놓고 찬반론이 적지
않았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은 고전을 현대로 이끌어와 독특한 전개와 극중 대사로
인해 많은 찬반론이 있었다. 「물랭 루즈」역시 칸느에서 상영되고 난 후 평론가들의 찬반
론 격차가 상당했다고 한다. 물론 영화를 대하는 개개인의 느낌이 다르기에 얼마든지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재미난 "쇼"를 "쇼" 자체로 즐기지 못하고 외향적인 것에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는 개인적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바즈 루어만의 전작에 대한 선입견보
다는 정말 재미있는 한 편의 영화로 「물랭 루즈」를 대한다면… "새틴"과 "크리스찬"이 부
르는 영원한 사랑노래의 피날레 장면에서 기립박수를 치지 않았을까? 극중 관객들처럼.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딴따라라는 단어가 통용된다. 딴따라는 대중예술과 대중예술인을 싸
잡아 시비를 거는 말이다. 세계 어느 사회보다도 대중예술 발전속도가 엄청난 우리 나라에
서 "딴따라"라는 단어가 살아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하지만 딴따라들의 쇼를 생각하면,
아직 "예술"보다는 "딴따라"에 어울리는 모양이 많다고 느낀다. 그 "쇼"를 위해서 모든 것을
던지는 진정한 딴따라들의 훌륭한 "쇼". 눈물과 웃음을 쏙 빼놓는, 한 동안은 그 장면만 기
억해도 눈물이 핑 돌게 만드는 그런 위대한 "쇼".
"지들러"의 말처럼 그런 쇼들이 계속되는 한, 언젠가는 딴따라도 사라지겠지.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힘차게 펜을 들고 소리친다.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훌륭한 영화도 계속 되어야 한다." 라고. ^^

영화 「물랭 루즈」는 정말 훌륭한 쇼였다. 당연히 계속되어야 하는.
붉은 커텐이 닫히기 전에 조용하게 들리던 크리스찬의 독백과 노랫소리,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그의 이야기를 뒤로하며 이야기를 가름한다.

"이것은 사랑이야기, 영원히 죽지 않을 사랑이야기입니다…"
"배우게 될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 그 자체...그리고 사랑 받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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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G Rock  
spkor님들..자막 참 훌륭했습니다. 덕분에 영화 잘 봤네요..
1 Infinity  
글잘읽었습니다... 저도 어제 감상했는데...감동받았어요..ㅠ.ㅠ 참고로 OST먼저 들어보시구 영화관에 가는것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