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의 펜] 유쾌한 라디오의 시간 -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영화감상평

[Rock의 펜] 유쾌한 라디오의 시간 -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G Rock 0 6017 3
영화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는 秀作들의 공통점 중 한가지는 "진실한 눈"이 아닌가 싶다. 영화의 대부분은 인간이란 대상을 그려낸 것이고, 인생이란 짧은 단어로 함축되는 그들의 이야기들을 거짓 없는 "진실한 눈"으로 바라보는 영화야말로 감동과 더불어 여러 가지 느낌들을 관객들에게 선물한다. 하지만 거짓 없는 "진실한 눈"을 지닌 영화라고 해서 꼭 지루하거나 심각할 필요는 없다. 얼마든지 가볍고 자유로운 흐름 속에서도 "진실한 시각"과 잊지 못할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몇 자 적어보는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한 편의 유쾌한 연극을 보는 듯 한 착각을 일으켰다. 하지만 나중에 영화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접하면서 그것이 착각이 아니었음을 알게되었다. 영화를 만든 미타니 코키 감독은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로 영화에 데뷔한 신인 영화감독이지만 이미 오랫동안 연극 대본을 써온 작가였고 연극 연출가였다 한다. 연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과 군더더기 없는 스피디한 전개를 영화에 접목시키기 위해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것은 물론이고,  본 촬영이 있기 3주전부터 모든 스텝들을 모아놓고 연극 리허설처럼 실제 촬영분위기의 리허설을 강행한 성과가 있었을까?
미타니 코키의 고집스러운 노력은 영화 전체에서 톡톡 튀는 퓨전재즈 리듬감처럼 흥겨운 모습으로 돋보인다.
 라디오 드라마 작가라는 낭만적인 소망의 성공을 눈앞에 둔 작가 지망생 주부 스즈키 미야코,  그녀의 데뷔작 「운명의 여인」은 과연 라디오 드라마 생방송이라는 시험을 거치면서 작가의 바램대로 끝날 수 있을까?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세상에 무슨 일이든 그 결과를 그리 쉽사리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라고 외치는 작가들(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들.)에게 볼멘 소리로 묻고 싶다.
"좀 쉽게, 산뜻하게, 실타래 엮듯이 복잡하지 않게…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는지?"라고
(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영화의 구조에 회의감을 느끼는 필자의 하소연.^^)
왕년의 대 스타라는 이유로 캐릭터의 이름부터 직업까지 트집을 잡는 여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의 생트집에 질투를 부리며 동등한 대우를 부르짖는 남자 주인공, 주인공들의 으르렁거림에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해보고 눈치만 살피는 프로듀서, 미야코의 열의를 냉소 가득한 미소로 비웃으며 맡겨진 일에만 충실인 디렉터, 아내의 작품을 실제 상황과 오해하며 방송사고 까지 일으키는 남편, 정석에 어긋나는 해설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버티는 날카로운 아나운서 해설자, 단 4분만에 몇 십장에 이르는 극본을 뜯어고치는 옆 스튜디오의 작가…. 미야코의 처녀작「운명의 여인」은 종횡무진, 좌충우돌로 재구성되고 재해석(?)되면서 알 수 없는 생방송의 결말을 향해 치닫는데…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뚜렷한 주, 조연의 구분이 없다. 오히려 열거한 캐릭터들이 맡은 바 양념 역할을 제대로 해 주면서 모두가 극을 이끌어간다.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팀웍과 패스웍이 잘 어울려져 승리를 이끌어 가는 농구팀을 보는 느낌이었다. 역시 연극 무대에 익숙한 감독의 연출력과 어울리는 캐스팅에 연기들이었다. 아마도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가 98년 일본 아카데미상의 거의 전 부분을 휩쓸었던 이유도 감독과 배우, 스텝들이 훌륭하게 보여준 팀웍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아직도 일부 스타들의 "얼굴"에만 의존해 영화 전체가 끌려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한국영화들을 떠올리면서 배우들의 저변 확대, 진지한 연기력, 스타보다 "영화"를 우선하는 기획, 역시 스타보다 "영화"를 먼저 봐야할 관객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좋아졌다. 분명히 전에 비해서, 그리고 계속 좋아질 것이다… 한국영화.

유쾌한 코미디의 마지막?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단순한 코미디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진지함이 들어있다. 단지 그 모습이 그리 심각하게 비춰지지 않을 뿐이다.
우리들의 삶은 모두가 미야코의 대본처럼 굴절되고, 뒤틀리고, 진실과 거리가 먼 모습으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다양하기도 하지만 무섭게 달라지는 세상의 기류가 진실을 감추는 가면을 부추길지도 모른다. 본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투영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신뢰하지 못하게 되는 세상의 공기가 지금도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미타니 코키 감독은 영화 내내 흐르던 희극적인 분위기를 애써 망치지 않고 작은 희망을 주면서 극을 끝냈지만, 우리들의 굴절된 이야기들은 어떠한가? 가면을 벗어 던지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진실한 모습만을 보일 준비가 되었을까? 진실한 모습.

스스로 "영화는 어떤 것을 함축하고 있다. 어떤 소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라는 편견에 빠져서 영화를 본다. 결국 심각하지 않게, 경쾌한 리듬감으로 영화를 지켜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나의 편견 역시 하나의 가면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참 궁금하다.
이크, 또 시비를 거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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