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 브로코비치###

영화감상평

###에린 브로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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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로버츠'하면 당신에겐 뭐가 먼저 떠오르는가. <귀여운 여인>의 재치 발랄한 거리의 여인? <사랑을 위하여>의 슬픈 연인? <노팅 힐>의 소박한 톱스타? 혹은 이 모든 이미지들? 그러나 이제는 줄리아 로버츠도 성장을 거듭했다. 부유하는 스타 이미지가 아니라 현재 미국의 살아있는 당당한 여성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에린 브로코비치>의 가장 큰 매력이자, 줄리아 로버츠의 변신의 포인트이다.


80, 9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가장 큰 결점은 영화 속의 인물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는 것. 즉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다. 극장에 가서 그냥 2시간 동안 즐거우면 그만이라는 엔터테인먼트에 치중해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90년대 초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덕분에 미국 영화의 총아로 각광받았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생각은 좀 다르다. 거의 천재 감독 소리를 듣던 그는 최근 '천재의 강박'에서 벗어나 멋진 작품들을 많이 만들고 있다. <조지 클루니의 표적>이 그랬고, 이 작품이 뛰어나며, 또한 곧 개봉할 <트래픽>이 수작이라고 한다.


그가 대안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현실감이 물씬 나는 캐릭터. 줄리아 로버츠가 왁자지껄하고 다혈질의 매력만점 여인 '에린 브로코비치'가 된 것은 그녀의 연기력에 힘입은 바도 크지만, 전체적인 조율에 나선 소더버그 감독의 역량이 컸다. 그렇다면, '에린 브로코비치'는 어떤 여인이길래, 이런 상찬이 가능한가. 영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이 영화는 실화이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세 아이의 엄마고, 두 번 결혼했다 실패한 이혼녀이다. 항상 옷차림은 젖가슴과 엉덩이가 과장된 옷을 입는다. 노출도 노출이지만, 그녀는 섹시하다. 하지만 통장에 있는 겨우 16달러가 가진 것의 전부고, 일자리는 구하기가 힘들다. 자신은 육아에만 힘쓴 지난 3년의 공백 때문이란다. 수틀리면 걸쭉한 욕설부터 내뱉는 그녀의 다혈질은 이길 수 있는 재판도 패소하고 만다. - 교통사고(그녀의 차는 현대 엑셀)를 당해서 법정공방을 하지만, 상대쪽 변호사가 자신의 사생활을 자극하자 그녀는 욕설로 응수한다. 그 바람에 보상금이 날아간 것. 자신의 변호사 에드 매스리에게 변론 잘못했다고 타박한다. 에드는 할 말이 없어서 멀뚱멀뚱하고 만다.

 
이런 욕쟁이 이혼녀 에린은 매사에 당당하고 낙천적인 여인이다. 또한 싫은 소리도 잘하고 욕도 잘하지만, 자신이 잘못하면 곧바로 진지하게 사과할 줄도 안다. 가령, 이웃에 사는 오토바이족이 모터사이클의 소음을 내자, 당장 달려가서 혼구녕을 내준다. 하지만 어느새 바빠진 자신의 일상 때문에 그 오토바이족 남자 조지가 아이들을 봐주자, 고맙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가 가진 사랑과 진정을 알고, 머물러달라고 얘기한다.
에린은 이처럼 자신의 변화를 수긍할 줄 아는 당당한 캐릭터이다. 페미니즘에서 말하는 '남자에 대한 피해의식'이 없는 여인이다. 모든 일에 남자 탓만 하며, 정작 자신의 앞가림은 못하는 여인이 아니다. 이런 타입의 캐릭터를 살아있는 생선처럼 펄떡거리게 연출해내지 못한 것이 할리우드의 지난 과거이다.

 
에린은 자신의 매력을 사회적 관심, 문제의식으로 확장시킬 줄 아는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의 재판 변호사 에드 매스리 밑에서 법무 보조로 일하게 된다. 어느 날 대기업 PG&E사가 60년대부터 수십년 동안 어느 마을의 주민들을 속이고, 공장을 지어서 주민들을 중금속 중독에 빠뜨린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자 그녀는 몸소 공장에 가서 시료를 떠서 증거를 확보하고,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가 설득하고 면담한다. 도시 수도국에 가서는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증거서류를 복사한다. 사람들은 그녀의 진심을 알고, 함께 유대감을 느낀다. 심지어 PG&E사의 직원들도 그녀를 도와준다.


그러나 대기업의 협박과 미국 재판 제도의 결함 덕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미국의 재판 제도가 대기업의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목격한다. 문제 해결까지 10년이 넘게 걸린다니, 사람이 다 죽고 난 다음에 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결국 미국 역사상 최대의 중재재판인 635명이 그녀의 열성과 사회적 관심 덕분에 3억 달러 이상의 엄청난 보상금을 받게 된다.


에린은 어느 지방 소도시 미인대회인지 '미스 위치타' 출신이라는 게 그녀의 자랑이다. 그것도 그녀의 낙천성과 자신감의 일부이다. 자신이 야한 패션을 고집하고, 멋을 모르는 다른 여인들에게 핀잔주는 것은 여자의 아름다움은 측량할 수 없는 무기라는 자각 때문이다. 현대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미모 가꾸기를 남자들의 시선에 추종하는 안이한 짓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까 말한 바처럼 '남자에 대한 피해의식'이다.
게다가 그녀는 일과 사랑을 모두 경험하며, 인생에서 늘 배운다. 오토바이족 남자 조지의 자상한 마음씨와 아이들이 성장하며 자신을 이해하는 모습에 감동한다. 스스로 쑥쑥 성장하는 캐릭터의 비밀. 그 속에 에린 브로코비치가 2000년 미국 비평가들이 뽑은 미국영화 걸작 열 편에 손꼽히는 비결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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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배재훈  
줄리아... 다운 배역, 그녀 다운 연기... 그래서 별루였던 작품...
1 배재훈  
적어도 내게는...
2 늘푸른나무  
  사회적 관심인 환경문제를 다루는 이 영화는 실화를 근거로 만들어서 사실적인 느낌이 아주 강하죠..개성이 뚜렸하고 남을 이해시키는 빨아들이는 心情을 울리게 하는 그런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