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천무 , 만화와 영화 사이

영화감상평

비천무 , 만화와 영화 사이

1 최석진 5 10771 66 0
한국 무협액션 대작이라는 영화 '비천무' 평가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군요. 일단 내러티브 구성과 주연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평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홍콩 와이어 액션 팀이 연출한 무협 액션 장면에 대해서는 그나마 호의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지요.

널리 알려졌듯이 '비천무'는 김혜린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10여년 전에 출간된 만화는 아직도 만화 애호가 사이에서 위력있는 스테디 셀러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로 만들어진 이 작품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의 성격은 원작과 비교해 거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점이라면 남자 주인공 진하(珍河)가 한(漢)족에서 고려인으로 국적이 바뀐 것, 청진방의 후계자 사준이 악당으로 탈바꿈한 것, 망향단주인 아신의 비중이 적어진 것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천무'의 이야기 중심에는 낭만적인 가치를 부여 받은 두 명의 캐릭터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진하이며, 또 하나는 남궁준광입니다. 이 둘은 설리(雪莉)를 사이에 두고 사랑 경쟁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짧은 만남 속에 긴 우정을 간직한 친구 사이입니다.

두 캐릭터가 낭만적이라는 의미는 설리에 대한 감정 표현 속에서 드러납니다. 10대 중반부터 설리를 만난 진하는 설익은 풋사랑에서 숙명적인 사랑으로 감정이 점점 변해 가지요. 작품 속에서 진하는 자신이 선택한 모든 행동과 싸움이 설리, 단 한 명의 여자 때문이라고 내뱉기도 합니다. 그는 사랑의 감정적인 측면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캐릭터입니다.

반면 준광은 다릅니다. 분명 그의 출발점도 애초에는 진하와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준광의 사랑은 우정을 맹세했던 진하와 벌인 결투에서 비겁함을 보이면서 변화를 맞게 됩니다. 후에 준광은 설리가 왜 자신에게 시집왔는지 모든 과정을 알고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준광이 설리를 받아 들일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의 감정적인 측면이 작용했다기보다 이해와 헌신이 바탕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진하가 시종일관 감정과 열정을 중심으로한 에로스적인 가치로 묘사되고 있다면, 준광은 이해와 헌신을 바탕으로한 플라토닉한 쪽에 묘사의 중심을 맞췄다고 하겠습니다. 설리의 이복 오빠인 야율라이도 준광과 같은 맥락에 있는 캐릭터입니다.

준광과 진하의 캐릭터는 사랑의 두 축을 의도적으로 갈라 놓은 것이기는 하지만, 예술 장르에서 이런 일은 인물 묘사를 위해 흔히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둘의 이런 모습은 작품 속에서 낭만적인 가치를 심화하는데 크게 공헌하고 있습니다.
이 둘에 비해 설리의 모습은 합리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그 단적인 예가 준광과 벌인 결투에서 진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설리의 선택입니다. 이는 설리가 얼마나 심지가 굳은지, 그리고 감정적인 면에만 구애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이성적이면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는 인간형이 바로 설리의 캐릭터입니다.

그 배경에 복수심이 깔려 있는지 아닌지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이러한 설리의 모습은 원작만화에서 준광, 진하의 낭만적인 캐릭터들과 대비되면서 작품을 인상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영화와 만화 사이에서 캐릭터가 원초적으로 부여 받은 의미는 기본적으로 바뀐 게 없습니다. 다만 이 캐릭터들이 2차원의 지면에서 3차원의 스크린으로 오는 과정에서 잘 표현되고 있는지 아닌지는 영화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영화 '비천무'에서는 의도적으로 원작이 지닌 역사적인 배경을 제외하고 있습니다. 이는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에서 영화가 행하는 독자적인 작품 해석의 관점에서 당연한 권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비천무'가 선택한 것이 원작에 등장하는 실제 역사와 가상의 인물들이 만나는 공간과 시간을 생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아신의 캐릭터는 상당 부분 축소됐습니다. 원 치하의 소외된 이민족 집합단체인 망향단주로서 아신의 모습은 영화에 없습니다. 고향을 떠난 고려인의 향수, 그리고 억압받는 자의 설움도 보기 힘듭니다. 대신 영화는 진하에게 고려인의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이 부분을 담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아신의 캐릭터가 축소된 만큼 원작이 갖고 있던 중층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들의 성격 묘사는 입체적인 것에서 평면적인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즉 아신의 캐릭터 축소는 영화와 원작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간극을 보여주는 단적인 상징입니다.

분명 만화 '비천무'는 가상 캐릭터들이 지닌 낭만성과 실재하는 역사의 흐름을 묘하게 대조시키면서 보는 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비천무'의 캐릭터들은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거부한 채, 그들의 박제된 모습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준광과 진하의 해후와 마지막 결투가 비장미를 결여하게 되고, 이야기의 결과만을 보여주는 형식적인 것이 되고 만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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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배재훈  
만화가 더 나은 듯한...
 그래도 중국애들은 이걸 보고 김희선에게 반했다니...
 그 어색한 경극을 보는 듯한 그녀의 경직되고 어색한 연기가 맘에들었다는 것인가?
1 배재훈  
중국애들 TV 드라마를 보면 그런 연기가 먹혀드는 이유를 알듯...
1 김민철  
  -^^-
1 김민철  
  -^^-;
1 김윤호  
감동과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