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의 펜]야누스 스케치의 秀作 - 아메리칸 사이코

영화감상평

[Rock의 펜]야누스 스케치의 秀作 - 아메리칸 사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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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은 극단적으로 대치한 양면적 본성이 뒤엉켜 있을지도 모른다. 저명한 여류 사회사업가가 자신의 자택 지하 밀실에 정신박약아를 가둬 놓고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하다가 결국 죽게 만들었던 사건이나 선량한 이미지의 유명 남성 탤런트가 딸 또래의 학생과 원조교제를 즐기다가 발각되어 구속을 당하는 아이러니는 인간 내면에 숨겨진 서로 다른 양면적 본성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된다. 야수적 폭력본성, 증오, 시기, 오만, 희망, 사랑, 후회의 눈물이 공존하는 것이 인간의 내면이라면 굳이 성선설과 성악설을 비교하며 양면성의 시작을 따져보는 것보다도 궁극적인 결말이 더욱 궁금해진다. 과연 인간은 천사와 악마의 얼굴 중에서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우리들 모두는 그 양면성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얼굴을 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베르사체, 페라가모, 아르마니, 카르티에, 루이비통, 구찌, BMW… 21세기 현재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상류층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브랜드들이다. 물론 한국도 예외 없이(오히려 서구사회보다 더 심하지 않을까?) 이태리제 양복과 구두, 독일제 자동차와 프랑스제 가방으로 무장한 "브랜드 족"은 부유층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주인공 패트릭 베이트만도 전형적인 "브랜드 족"의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다. 잘 나가는 기업 오너의 아들, 할 일 없이 시간만 때우는 CEO로써 그의 일상은 스트레스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쿨(Cool)하고 샤프(Sharp)한 것이다. 비서의 옷차림까지 배려하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건전한 정신의 소유자이기도 한 패트릭의 외형적 모습은 극심한 증오와 갈등으로 가득한 내면의 모습과 정반대의 양면성을 띄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 부킹, 양복과 타이, 구두, 멤버쉽 클럽, 심지어는 명함까지 외형적으로 사회적 지위를 가름하게 하는 모든 것들을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신에게 미치지 못하는 사람을 멸시하고 반대로 자신보다 월등한 브랜드를 가진 사람을 증오한다. 그리고 그 증오심은 패트릭을 건전하고 세련된 상류층 인생과 피에 굶주린 살인마의 삶을 공유하게 만든다……
  영화는 여러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예술이지만 특히 감독이 가진 권한과 책임은 막강하다. 감독은 여백의 도화지에 선과 색을 입혀 그림을 완성하듯이 영화의 모든 부분을 관여하고 지도하면서 한 편의 작품을 만들어 간다. 그럼으로 대개의 영화는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은 감독이 전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 이미 원작을 만든 원작자의 의도와 시각이 분명히 드러나 있으므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원작자간에 대립과 협상이 어우러진 호환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호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은 분명 혹평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영화로 만들어질 정도의 원작이라면 나름대로 반향을 일으킬 만한 작품이 아닐까?) 원작을 비껴간 만큼 새로운 시각과 관점이 원작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관객들을 설득시킬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영화「아메리칸 사이코」의 감독 메리 해런은 어려운 벽을 넘어서 원작을 훌륭하게 재해석한 관례로 남을 것이다.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소설 「아메리칸 사이코」는 단지 상류층 사회의 정신이상자가 광기에 가득 찬 살인으로 만족감을 찾는 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메리 해런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특히 비교 우월주의와 남성 우월주의라는 정확한 시각을 가지고 패트릭 베이트만을 재해석했고 관객으로 하여금 이해가 갈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산만한 성격의 관객이라면 이런 나의 관점에 이해가 가지 않는 다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영화의 구석구석에 짜릿할 정도로 예리한 표현의도가 숨어 있다. ( 슬로우 페이드로 패트릭과 동료들이 명함을 비교하는 장면이랄지, 패트릭이 살인을 하기 전에 가수와 음악을 치밀할 정도로 설명하는 부분, 거리의 여자들과 정사를 나누면서 거울에 비친 모습에 자아 도취하는 부분 등등…) 원작을 상당 부분 비껴 갔으면서도 오히려 원작을 보완한 듯한 인상을 심어준 「아메리칸 사이코」의 호평은 단지 여성감독 메리 해런 외에도 여럿의 공이 함께 한다. 특히 주인공 패트릭 베이트만 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스필버그의 「태양의 제국(1987)」을 기억하는 영화팬이라면 마지막 장면에 심금을 울리며 성가를 부르던 소년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그 소년이 바로 크리스찬 베일이다. 여인의 초상, 벨벳 골드마인, 한 여름밤의 꿈, 샤프트 같은 영화에서 좋은 조연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던 크리스찬 베일은 아마도 당분간 아메리칸 사이코의 패트릭 베이트만의 이미지로 남을 것 같다.
  선과 악,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인간의 내면을 섬뜩한 칼날처럼 예리하게 펼쳐놓은 「아메리칸 사이코」는 붉은 색 선혈이 튀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잘 그려진 야누스 스케치의 秀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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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김민철  
  -^^-
1 김윤호  
감동과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S 이현준  
주인공이 맘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