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의 어느 극장에서.

자유게시판

어느 도시의 어느 극장에서.

G Rock 3 7009 13
2000년 1월 1일 12시에 영화 "박하사탕"이 개봉되었습니다.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이미 선보였기 때문에...평론가들과 기자들은 앞다퉈
"최고의 한국영화", "가슴 속 깊은 아픔을 거짓없이 바라보는 진실한 시선" ...등등
찬사를 보냈고...전 가슴이 설레였습니다.
드디어 제가 사는 도시에서도 개봉을 하게 되었지요...
정말 큰 기대를 가지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해"라는 의무감이 들어서 극장을 찾기도 했고(용가리도 극장에서 봤습니다...^^), 간간히 볼만한 영화도 생기는 구나...라는 즐거움을 느끼긴 했지만...박하사탕처럼 정말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극장을 찾긴 처음이었죠. 한국영화로는...

그런데...물론 서울이나 대도시에 비해서 관람료가 약간 싸긴 하지만, 중소도시라는 걸 감안하고 특히 제가 사는 도시는 후진 도시에 속하긴 하지만...그 극장의 초라함과 비좁음이란....
좌석에 앉자 마자 욕이 나왔습니다....저처럼 한 덩치 하는 사람에게 그런 좌석에서 어찌 2시간동안 영화를 보란말입니까? 하지만....참아야 했죠....
박하사탕을 보러왔는데...

그런데 이건 또 왠일...
영화에 잔뜩 몰입해서...한숨과 연민의 정을 가득 느끼고 있을 때...
갑자기 필름이 싹둑~  타임머신 타고 흘러버리더군요...
나중에 극장을 나오면서 시간표를 보니...글쎄...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을 정확히 2시간에 맞췄지 뭡니까?...1회 상영을 더 하기 위해서....
지금까지도 그 억울함과 분노는 지울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 후에 다른 도시로 원정가서 제대로 영화를 봤지만...
그때 마다 처음 봤을 때 놓친 장면을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죠...

요즘 대도시, 특히 서울 근교에는 멀티풀 극장이 많이 생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비행기로 따지면 퍼스트 클래스에 해당하는 넓은 좌석에, 편하게 누운 자세로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고...영화를 보면서 식사와 간식까지도 테이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그런 극장말입니다.
제 생각이 잘못 됬을지도 모르지만, 진지하게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다면 좀 비싸게 돈을 지불하고라도 그런 안락한 극장에서 영화를 볼 겁니다...하물며 개봉영화 필름을 잘라대는 지방 극장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현재 전 세계에서 헐리웃 블럭 버스터를 이겨먹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벌써 몇 년 전에 개봉했던 제임스 카메룬의 "타이타닉" 흥행기록을 자국 영화가 깬 나라도 단 두 나라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과 태국...
이 정도로 자국 영화를 사랑하고, 수준이 경지에 다다른 관객들에 비해서 아직도 극장의 현실은
수준 미달이 아닌지...

"한국 영화"를 사랑하자고 외치기 전에...그리고
"극장에서 영화를 봅시다"라고 외치기전에...
각성들을 했으면 좋겠습니다...특히 낙후된 지방 도시의 극장 주인들....정말 너무들 한다고 생각합니다.
 
쩝~ 좌충우돌 정신없는 지껄임이었습니다....이만 ....

ps 정말 열받는 것은 금번 화제작 "파이란"도 그 극장에서 하더라구요....정말 끄름이더군요....
저 2시간동안 좌석에 끼어서 영화 봤습니다.  산소 호흡기 착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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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무비아  
지당하신 말씀!^^
1 김종헌  
중소도시라.. 어디신가요? 제가 사는 동네에는 비가 내리더군요.. ^^ 화면과 좌석에 전부...
1 김윤호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