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at/q/s myself:

자유게시판

Format/q/s myself:

1 김석현 8 10026 20
우뢰와 같은 빗소리에 눈을 떳다. 어느새 날짜 개념이 지워진 내 생체 리듬은
오늘이 금요일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모니터 뒤에 걸린 달력은 그럼 의미가
없던가. 망가져가는군....잠시 후엔 walking in the rain이나 하러 나가야겠다.
조용히 이어폰으로 흐르는 왈츠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

포맷을 했다. 프로그램을 누르면 무한으로 펼쳐진 듯한 60여개의 프로그램들의
모습이 기가 질린 탓도 있고, 덕분에 엉기설기 지저분해질대로 지저분해진
레지스트리를 싹 날리고픈 마음도 있었기에, 홀가분하게 포맷했다.

그냥......잊고싶었다. 내 하드디스크에 남겨진 자질구레한 흔적들. 추억들.
아픔들. 텍스트로 정리된 내 마음들의 편린들. 사운드로 추억된 사람들과의
내 모습들. 동영상으로 조각된 나의 이미지들...어쩌면 난 이 느릿느릿한
고철덩이가 아닌, 나를 포맷하고 싶었던게 아니었을까. 가능한 한 최대한 빨리,
그러나 나는 존재한다는 시스템 파일만은 남길 수 있게.  Format/q/s myself:

보랏빛깔 바이올린 소리가 보드라운 깃털이 되어 가슴 곳곳에 말없이 서려온다.
폭우는 그쳤다. 아스팔트 도로에 부딪혀 올라오는 잔 빗줄기는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다. 긴 바지를 입어야겠지? 날씨는 적당히 서늘했으면 한다.



    문득 무념으로 사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들어 잠시 그 시간에 일침을 가해본다.
                                                                          01년의 절반이 끝나갈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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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쿨리풀리  
scandisk myself: bad sector 이미 고치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그냥 지우겠습니까?...........
1 쿨리풀리  
비가 와서 그런지 님의 글이 너무 와닿는 것 같네요....혹 비가 오지 않았더라도....
1 SPKOR  
v3 myself: /a => COLD VIRUS Repair? (Y/n) ;)
G Rock  
녹차 한 모금에 비친 하늘 색이 회색이었습니다.
1 데이지  
그 녹차 남은 거 있으면 버리세요.. 유통기한 지났습니다.. -.-
1 박준구  
가끔은 유통기한이 지난 것도 먹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G Rock  
헉....녹차 유통기한 남은 건데...ㅎㅎㅎ
1 박준구  
유통기한의 기준은 누가 정한거죠?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