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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발두 6 9218 23

세상을 막 지어놓고
하느님은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한
수명을 정하려고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 소식을 듣고
당나귀가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하느님은 당나귀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말하였습니다.
"내 너한테 30년의 수명을 주려고
한다. 네 생각은 어떠냐?"
당나귀는 천부당 만부당하다는 듯
펄쩍 뛰었습니다.
"아이고, 하느님. 너무 깁니다오.
제 팔자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을 해야 합니다. 
이 노역에서 벗어나는 길은
죽음입니다.
제발 좀 줄여주십시오."
"네 말도 옳다."
하느님은 당나귀의 수명을
18넌으로 하였습니다.

다음에는 개가 왔습니다.
하느님이 물었습니다.
"당나귀는 30년이 길다고
펄쩍 뛰었는데 너는 어떠냐?"
"저야 하느님께서 주시는 대로
받겠습니다만 제 사정도 좀
들어주십시오."
"어떤 사정인지 말해보려무나."
"전 뛰어다녀야 하는 팔자를
타고났지 않습니까.
그러나 늙으면 뛸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의 구박을 면키 어렵지요.
 이 점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알았다. 그럼 12년으로 낮춰주마."

조금 지나자 원숭이가 나타났습니다.
"넌 언제 봐도 놀고 있으니
수명을 좀 넉넉히 주어도 되겠구나."
"아닙니다요, 하느님.
하느님께서 다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사람들을 웃겨야 합니다.
그러나 저희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지요. 속으로 우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30년을 그렇게 산다는 것은 너무도
잔인한 일입니다."
"그래, 그래, 알았다.
그럼 너는 10년으로 하지."

마지막으로 사람이 왔습니다.
"모두들  공평히 30년으로 정해두었다.
사람인 너희 수명으로서는
적당한 길이지?"
"아닙니다, 하느님."
" 왜? 너희도 줄여 달라는 말이냐?"
그러자 사람은 얼굴빛조차도
흙색으로 변하였습니다.
"정반대입니다. 저희에게
수명30년이란 너무 짧습니다."

하느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사람한테 물었습니다.
"얼마나 더 달라는 말이냐?"
"많을수록 좋지요.
과일나무를 심으면 과일도 따야 하고,
자식을 낳으면 시집 장가도 보내야 하고....."
"알았다. 알았어.
당나귀가 반납한 12년을 너희한테 주지."

그런데도 사람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래도 부족한 모양이지?"
"그렇습니다. 하느님."
"그렇다면 개의 18년도 주마."
"조금 더 주실 수는 없습니까, 하느님."
"원, 욕심도.
이제 남은 것이라곤
원숭이 수명에서 떼어낸 20년뿐이다.
이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자그마치 너희 수명은 80년이야."
 
이렇게 모아진 80년이어서
사람의 수명 중 30년은
금방 지나갑니다.
원래의 몫이니까요.

그 뒤 12년은
당나귀의 것이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갑니다.

그 다음 18년은
개의 것이어서
마냥 뛰어다녀야 하고
때로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지내는 처지입니다.

그 다음20년은
원숭이의 것 아닙니까.
이때부터는 머리가 둔해져
바보짓을 저지르고 웃음거리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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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G Rock  
야...정말 멋진 이야기입니다...후우...
G Rock  
엊그제 방송에서 제가 즉흥적으로 지어낸 이야기가 있는데...
G Rock  
"어제도 오늘이었고, 내일도 오늘일 것이다."라구요...
G Rock  
몇 십년 후 흑은, 몇 년전...이미 지났거나 다가오지 않은 시간에 얽메이지 말고...우리 항상 "오늘"에 최선을 다합시다....
1 오은숙  
정말 공감이 가는 글이구나..잘 다녀가마...
1 김동현  
슬픈글이네요..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