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천둥벌거숭이의 노래 - 고정희「아름다운 사람 하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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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천둥벌거숭이의 노래 - 고정희「아름다운 사람 하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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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중벌거숭이의 노래

지도에도 없는 숲길을 갑니다
태양이 호수에서 금발을 흔들고
이름 모를 산새들이
등성이를 넘어갑니다
바하의 악보를 오솔길에 깔았더니
무반주 첼로의 서늘한 그림자가
지구의 머리칼에 고요히 걸립니다
내가 당보할 문은 아직 멀었습니다
숲에 별 뜨고
바람부는 밤
모든 언어에 빗장을 지른 뒤
찔레꽃 향기가 심장을 가릅니다
어둠 뿐이 하늘에 당신을 그립니다
오늘 밤은 이것으로 따뜻합니다

고정희「아름다운 사람 하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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