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5월 5째주 베스트셀러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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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5월 5째주 베스트셀러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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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그것을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프랑스인들은 느끼기 시작했답니다. 일전에 신문지상에 화제로서 떠 올랐던 프랑스 피에르 쌍소 교수의 책 "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Pierre Sansot 저. 김주경 옮김. 동문선. 2000)를 읽어보았습니다. 1999년 프랑스에서 선풍적인 화제작으로 인기를 모았던 책이라구요.이 책에서 말하는 느리게 사는 의미를 찾기위해서 쌍소교수가 권하는 것이 몇가지 있더군요.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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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며 느긋하게 빈둥거려보자.

2.들을 줄 아는 습관을 가질 것. 자신이 말하는 것 보다는 남들이 말하는 것을 잘 들을 줄 아는 습관을 가져라는 것입니다.

3.권태를 즐길 줄 알아야 하며 취미를 가져보자는 것입니다. 즉 무의미할 때까지 반복되는 것을 받아들이고, 취미를 가져라는 것입니다.

4.여러가지 꿈을 꾸어보자.

5.가장 넓고 큰 가능성을 열어두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6.항상 마음의 고향을 가져보자. 기억 혹은 마음 속에 퇴색해 가는 그 무엇을 간직하자는 의미입니다.

7.자신의 마음속의 진실을 형상화하여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지자.

8.술은 지혜의 학교이다. 한잔 술을 즐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9.모든 생각과 생활에서 절제를 가지려 하기보다는 절도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내용들로 된 책 전체를 하루 밤에 다 읽고 난 느낌은 뭐 새삼스럽다거나 마음을 콕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은 전혀 받지를 못했습니다. 아마 그것은 저의 삶이 벌써 스스로 인정하든 않든 태생적으로 도가(道家)적인 사고에 젖어 있다는 것 대문인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 책의 중간중간에 내가 느끼고 있었으나 그것을 표현하지 못했던 몇 마디 말들은 참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예를 들면,

"....자, 이제 내가 포함되어 있는 장년층의 운명으로 되돌아 오자. 장년층에 이른 사람들은 마침내 휴식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자들이다. 태양 및 아래 놓인 벤치에 앉아서 주위의 변화를바라보고, 끝이 없는 카드 게임을 계획하고, 카페에서는 백포도주 한잔을 마치 실험관찰이라도 하듯 조금씩 마셔보고, 벤치에서 집으로, 다시 집에서 벤치로 오가고, 담배 쌈지를 열어서 섬세하고 담배를 말고, 신문을 두루 훓어보며 특히 부고란을 샅샅이 들여다 보는 등의 일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게 괸 것이다. 여자들의 경우엔 뜨개질을 하고, 뜨개질한 옷을 입어본 후 솔을 걸쳐보기도 하고,  그것을 벗었다간 다시 걸쳐 입고, 완두콩 껍질을 벗겨서 신문지위에다 수북이 쌓은 후 그것들을 쓰레기 통에 비우기도 한다. 이처럼 그녀들은 조촐하고도 영광스럽게 자신들의 늘그막의 나날들을 짜내려 간다. 선배들은 이미 그들을 앞서 세상을 떠난 뒤이지만, 그들은 아직 건강한 발과 건강한 눈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온갖 수훈들을 완수하라고 제안한다.....

".......노동의 템포를 빠르게 하고, 상품의 증식 속도를 가속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확신할 수가 없다...........어쨌든 경제의 영역과 사회생활의 영역, 그리고 개인 생활의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개인에게 있어서는 효과적이고 고능률적인 것이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빠른 속도라는 것은 한 운명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능한 여러 가지 방법들 중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내 경우는 단단히 움켜쥐기 보다는 쓰다듬는 것을 더 좋아한다. 목표를 향해 곧장 달리기 보다는 기분좋게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을 더 좋아하며, 누군가에게 금방 다가서기 보다는 다가가기 전에 잠깐 그 사람 앞에 멈춰 서서 바라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또한 모든 것에 능통한 자로 보이기보다는 어수룩한자로 여겨지는 것이 좋다......"

"....우리를 가두어 놓았던 온갖 것들을 느긋한 마음으로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며 하품하는 것, 그보다 더 건강에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거만함, 안락함, 사회적 신분 등에다 우리 인간들이 부여했던 가치를 없애 버리기 위해서 그 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있을까!......"

".......[모든 것을 문화화 한다]는 열린 개념은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그렇게도 많은가? 그런 것들을 배워 나가다가 오히려 더 많은 문젯거리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사회 안에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완만하고 조용한 삶이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환경]과 [내]가 서로 익숙해지는 것을 말한다. 환경이라는 외부가 [나]라고 하는 내부, 즉 나라는 존재의 겉 모습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친근해지는 것이다...........

"..과거가 지니는 매력? 우리가 더 이상 과거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이 바로 과거가 지니는 매력이다. 왜냐하면 과거는 이제 더 이상 위험을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글들이 쌍소 교수가 쓴 자그마한 책 한권속에서 나옵니다. 그런 말들은 어쩌면 먼 옛날 우리 조상님들이 흔히 말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중에서 이런 구절들이 내 기억에 오래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니 상소교수의 책 전체는 무위자연이라는 한마디말로서 표현될 수도 있겠고, 아니면 상소 교수 자신이 스스로 이 책의 첫 머리에 적어 둔 파스칼의 말로서도 압축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 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데서 비롯한다"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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