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울>에 나오는 테리와 제리를 아시나요?
주말에 가족 셋이서 <소울>을 봤습니다. 디즈니 픽사 영화가 대개 그렇듯이 본 영화 시작 전에 단편 애니를 보여줍니다.
<토끼굴>은 대사없이 6분동안 진행되는 소동극입니다. 토끼가 자기만의 편안한 집을 마련하기 위해 굴을 파는데 주변에 이웃으로 두더쥐, 도마뱀, 들쥐, 개미 등에 둘러싸이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을 내세우는 교훈적인 내용인데 조금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세계적 이슈가 되는 국제 난민과 난민 수용 과정에서의 마찰을 디즈니가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맛배기 단편부터 마음에 파고들었는데 본편인 <소울>은 입이 딱 벌어질만큼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
각설하고.. <소울>에서 인간이 영혼을 부여받기 전 세계(유 세미나)에서 소울 카운셀러와 소울 카운터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각각 테리하고 제리라는 것들인데 보는 내내 너무 친숙한 캐릭터들인 것입니다.
저걸 어디서 봤더라하고 궁금하게 여겼는데 피카소의 그림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하네요.
아시다시피 입체파의 대표적 인물인 피카소는 그림을 그릴 때 하나의 시점으로 그리지 않고 다각적인 시점을 선택합니다. 회화사적으로 말하면 르네상스 이후 지대한 영향을 미친 단안 원근법을 파괴한 것이지요.
세잔이 사과로 먼저 단일 시점을 붕괴시켰는데 피카소는 이걸 자신의 방법론으로 밀어부쳐 입체파라는 화풍을 만들어냅니다.
아래 그림에서 왼쪽이 피카소의 그림인데 영화 속의 테리와 제리 캐릭터와 많이 닮았네요. 오른 쪽은 야수파에 해당하는 마티스의 그림인데 비슷한 느낌입니다. 두 사람 다 세잔의 영향을 받았지요.
테리와 제리 캐릭터와 유사해 보이는 피카소의 그림을 조금 더 찾아봤습니다.
그러면 왜 하필 <소울>의 이 캐릭터들은 피카소의 그림을 참조했을까요? 영화에서 이들을 설명할 때 ' 양자역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고차원 존재들이지만, 인간의 영혼을 관리하는 입장이기에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라고 합니다. 즉 인간보다 고차원적 존재이기에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피카소의 그림이 단안 원근법의 단일 시점이 아닌 다중 시점을 채택함으로서 시점의 다양성을 드러낸 것처럼 이들 캐릭터의 고차원성을 표현하기 위해 적합했던게 아닐까요?
이 두 캐릭터가 MacOS의 파인더 아이콘과 닮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콘도 피카소의 회화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 있더군요.
아무튼 <소울>은 현대 사회를 이루는 많은 문화적 요소를 집어넣어서 생각할 꺼리가 많은 영화입니다.
추운 겨울 우리의 영혼을 따뜻하게 할 영화가 필요하다면 <소울>을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