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의 날 — 못다 부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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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의 날 — 못다 부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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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한국의 영화제도가 마주한 특별한 해이다. 한국의 관객 문화는 1990년대에 ‘문화학교 서울’을 필두로 한 시네필리아 문화가 발아하고, 2000년대 부산국제영화제를 앞세워 영화제가 제도화되며 제 모습을 갖추었다. 이렇게 꾸준히 제도를 형성하고 동시대와 접촉하던 영화 제도가 한순간에 멈춰버렸다. 여러 영화 수입은 중단되고, 페스티벌 서킷에서만 제공되는 영화는 종적을 감췄다. 하지만 이 와중에 청년세대와 영화제도는 무기력하게 이 상황을 관조하거나, 지원과 후원 등 기생적 지원에만 기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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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그나마 사업자 신분으로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극장의 경우에나 해당하는 이야기고, 대부분의 영화제는 대형 영화제 3곳을 제외하고, 멀티플렉스의 후원이나 티켓 수익을 해당 극장에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거의 자체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굿즈 수익을 억대로 올리는 경우도 역시 없다. 내가 일했던 곳조차 한해 근 5년간 500만 원 이상 수익을 올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시네필리아/독립/대안 문화 등의 가치에 대해 묻고 싶다. 앞서 말했듯 이것은 정량 평가로 환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이러한 수치들을 보고 있노라면, 예술/독립/대안/실험 등 다양한 상징자본으로 포장된 이 문화적 토대가 존재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 상황에서 영화제 스태프 노조가 만들어지고, 영화 관련 집단에게 최저임금 또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과연 현실적으로 효용이 있는 일인지에 대한 생각까지 든다.
(...)
상황이 이러니, 이 업계 종사자들은 “Save our cinema”를 외치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통한 영화관 건립 또는 쿠폰이나 지원금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비참한 현실에 놓여 있다. 더 비참한 사실은 중국처럼 공산주의를 모태로 한 국가에서도 독립 예술은 기업 후원과 해당 가치를 대변하는 기업이 투자한다는 것이다. 상해의 ‘민생미술관’, 광저우의 ‘비타민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 홍콩의 ‘홍콩아트센터’는 모두 민영 기업의 형태 또는 자생적인 회계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된다. 이런 토대 위에 일부 지원이 간헐적으로 존재한다. 사회주의 공산권 국가인 중국도 이러할진대, 자본주의의 한복판인 한국에서 대놓고 공공지원을 통한 영화관이나 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산국가에서도 어불성설로 보일 수밖에 없는 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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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잘자고싶어  
"스스로를 시네필로 지칭하는 이들의 냉소 또는 우리를 ‘젖비린내 나는 젊은이 취급’을 하는 이들의 시네마스터 같은 태도"를 보인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달겠습니다.

요약하면 "한국의 시네필 문화가 자본적으로 온전하게 자생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인데
그런 시네필 문화를 그나마 유지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 작은 극장을 운영하는 사람들까지도 부도수표를 물려주는 사람이라니요?
그분들은 계속 작은 극장들을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하면서 유지하는데 버겁다고 계속 호소하시는 분들입니다.

시네필들이 구매력을 가지지 못한 것들은 시네필 문화가 한국에서 입지가 좁은 한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독립영화나 다양성 영화에 대한 투자는 자연스럽게 잘 이루어지지 않겠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공공기금 지원을 요청하게 되는 것이구요.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렇게 한국의 시네필 문화와 독립영화는 살아남아볼려고 몸부림치고 애쓰는 거예요.
물론 저도 창의력이 발휘된다는 전제 하에 독립영화를 받아들이겠지만, 그 이전에 시네필들을 위한 시장이 좁은 것을 누굴 탓합니까.

당연히 영화의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저도 지금 구하기 힘든 다양한 영화들을 한국에서 손쉽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시네필들은 한국 시네필 문화의 한계를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네마테크 특별전에서 겨우 보는 것도 감지덕지하며 보는 것이구요.
그런데 왜 그 문화를 겨우겨우 유지하려는 사람들과 그 문화를 향유하려는 시네필을 향하여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워함이 옳다"고 훈계를 두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네필 문화 안에서 생계의 문제를 직면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한 것을 왜 그렇게까지 뭐라고 합니까?(물론 영화 노동자들의 권리는 지켜져야 마땅합니다)

독립영화 관계자와 시네필들이 (글의 표현대로) "땜질"하면서까지 왜 그렇게 시네필 문화를 유지하려하는지에 대해서 너무나 냉소적인 태도에 저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그 질문을 던지지도 않고 현재 상태를 제대로 진단하지도 않으시면서 말이에요.

비평에 위기를 느끼는 입장은 이해를 하고 기존의 입장에서 의견을 더 첨부하는 듯한 제목이지만
"일부 시네필 커뮤니티나 영화산업 종사자들의 반응이 어떤 경지에 이른 마스터가 쉰내 나는 멘트로 훈수를 두는 것처럼 느껴지"셨고
"시혜적 태도에 역겨움이 느껴졌다"고 상대방을 비하하면서 "생산적인 반응"은 기대하지 않으시겠지요?
1 숑이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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