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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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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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에서 영국 병사 스코필드는 독일군의 계략에 빠진 영국군을 구하러 달음박쳐 달려갑니다.

그의 손에 1600명의 영국 군인들의 목숨이 달린 사령관의 명령문이 쥐어져 있습니다.

독일군에게 쫓기다 강물에 빠진 스코필드.

생사의 기로에 놓여 물에 떠내려가는 그에게 다시 힘을 북돋우는 것은 바람 결에 날려온 체리 잎입니다.

봄이 되면 체리를 하루 종일 체리를 땄다는 친구의 이야기가 그를 다시 살아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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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게 몰아치던 스코필드의 여정에 잠시 명상과 같이 다가온 시간.

그때 제게 떠올랐던 그림은 라파엘 전파에 속하는 영국 화가 존 에버트 밀레이의 <오필리아>(1851)라는 그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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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 햄릿에게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자 낙심한 나머지 목숨을 버린 비운의 여인 오펠리아.

죽어가는 오필리아의 목에 걸린 제비꽃은 '젊은 날의 죽음'을, 오른 쪽 뺨의 장미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꽃말입니다.


오필리아와 똑같은 구도로 누워 있던 스코필드에게 날아온 체리 잎은 죽음이 아니라 희망과 자신이 맡은 임무를 일깨우게 만듭니다.

같은 구도의 다른 느낌의 영화와 회화.


영화가 회화를 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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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Comments
M 再會  
관련이 있는 이야기 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죽기 살기로 자전거 탈때.. .거의 탈진이 되어 패달질도 힘들때... 나비를 보면 저는 힘이 나곤 했었습니다.
먼저 가있는 아이가 저에게 힘내라고 하는 것 같았거든요....  ㅜ.ㅜ
영화 팽팽한 긴장감 좋던데요.. 이런맛에 극장에서 영화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아픔이 있으시나 보네요.ㅜㅜ
로저 디킨스의 촬영은 세계인간 문화재급이더군요.
아이맥스로 봤는데 정말 볼만했습니다.
24 umma55  
오필리아 그림을 영국에서 봤을 때 받았던 감동이 되살아나네요.
그 앞을 한참 떠나지 못했습니다.

<1917>은 좋은 지 모르겠더군요.^^
원 테이크도 '쓸데없는 노력'으로 보이고요.
드라마가 부족해서인지 엄청 지루했습니다.ㅠㅠ
저는 엄청 좋았습니다.
 '원 컨티뉴어스 숏이 영화를 체험하게 한다'는 이런 말은 닳고 닳은 것 같아서 제외한다해도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 이 촬영 방법은 매력적이더군요.

(스포일러 포함)


특히 스코필드가 죽은 동료의 시체를 놔두고 트럭에 오를 때 카메라가 같이 타서 잠시 스코필드를 맞은 편에서 응시합니다. 친구의 영혼이 같이 탄 느낌을 주는 이 장면에서 전율이 일어났습니다.
형식이 시도할 수 있는 극한에서 시네마틱한 체험이 가능해지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로저 디킨스의 카메라는 기술적 성취를 넘어서 시네마의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M 再會  
저는 언제 어디에서 자르는지 엄청 유심히.. 화면을 뚫어져라 봤습니다. ㅎㅎ
가장 짧은 연속 샷은 39초, 가장 긴 연속 샷은 8분 30초였다네요. 그렇다면 카메라 앞을 사람이 스치듯 지나가거나 어두운 곳에 들어갈 때 다 컷이 되었다는 말이죠.
저게는 1917의 롱테이크가 아주 효과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몰입감이 엄청나더군요.
20 암수  
아~ 그림 좋군요...
3 흰그림자  
그 다음 장면이 ㅠ.ㅠ
그 다음 장면은 그렇지만, 그 다음 다음이 멋지죠.
아일랜드 노래 I am a poor wayfaring stranger가 나오잖아요.
3 흰그림자  
다급함과 나른함이 공존하는 장면이었죠 ^^
16 o지온o  
전쟁영화 치고는 꽤나 소소한 느낌이다 싶은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감동 받았다거나 울컥 했다거나 하는 영화는 아니었는데.. (저는 울컥 하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나 모르는 만큼 보이지 않는 것이로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 컷과송  
이 영화가 가진 카톨릭적 태도가 흥미로웠습니다. 카메라는 새삼 나루세 미키오의 그것을 상기시키더군요.
어제는 <1917>, 오늘은 <지푸라기...>를 극장 관람했는데, 400석 규모 극장에 관객이 20 여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로 멀리 떨어져서 관람하는 분위기였습니다.
13 소서러  
초기작 아메리칸 뷰티와 로드 투 퍼디션 등 그리고 1917을 보면서 상기된 점이
멘데스는 역시 비극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서정미와 아름다움,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섞인 장면을 잘 표현한다는 것이였습니다. 감독님이 혹시
미대 출신이신가 했는데 연극, 극작가..이쪽 학과로 졸업하신 것 같네요.
다만, 나무들을 보다가 숲 전체로 시선을 바꾸면 골든글로브에서는 <아이리시맨>이 반드시 흥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그러면 스콜세지 감독님이 오스카에서 차후 느끼게 될
아쉬움의 깊이가 더 커졌겠네요..ㅠ)
S 빨강머리앤  
어랍. 저도 첫 사진 보고 '오필리아'가 바로 딱 떠올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