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미션>을 본 아들의 영화 해석입니다.
올해 중2 올라가는 아들내미가 있습니다.
얘가 운동권(?)이라 책보다는 축구, 농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유소년 축구팀 경험이 있었을만큼 축구도 꽤 잘했어요.
지금은 배구, 농구에 관심이 있어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요.
아이가 운동을 해서 그런지 동체시력이 좋습니다.
해외 축구 경기를 보다가 골대 앞에서 접전 끝에 공이 들어가면 정확히 어느 선수의 발에 맞아 들어갔다는 것을 알더군요.
(저는 이게 젬병입니다.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줘도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보는 눈이 좋습니다.
애비가 어릴적부터 숏 바이 숏으로 궁시렁거리면서 영화 교육을 시켜서 그런지 영화를 숏 단위로 보는 눈이 있더군요.
선호하는 감독도 있어서 스필버그, 코엔 형제,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을 좋아합니다.
얼마 전에 이스트우드 감독의 <라스트 미션>을 보여줬습니다.
저는 영화관에서 이미 본 영화지만 아들은 못봤거던요.
영화는 아시다시피 원예 사업을 하다 망한 노인이 마약 운반 역할을 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링컨 트럭을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장면입니다.
세상의 속도와 무관하게 자기만의 속도로 달리는 모습이 영화를 넘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존재와도 일치합니다.
그는 세상의 변화와 무관한 자기 스타일의 영화를 만드니까요.
저는 <그랜토리노>가 미리 쓴 유언장과 같다면, <라스트 미션>은 장래 식장에 쓸려고 준비한 꽃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각설하고 울 아들보고 이 영화를 어떻게 봤냐고 물었습니다.
아들의 해석이 좋아서 여기에 남겨봅니다.
"영화가 이스트우드가 꽃을 파서 전국 백합대회에 가져가는 장면에서 시작하잖아. 그런데 마지막은 철창 안에서 꽃을 심는 장면으로 끝나.
그제야 이 남자가 정착을 하게 되는거지.
그렇게 본다면 영화의 중간 부분은 자신의 꽃씨를 피우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처럼 느껴졌어..
그래서 좋아 "
아직 어설픈 비평일 수 있지만 제 귀에는 신선하게 들렸습니다.
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가 있다는게 행복합니다. ^^
라스트까지 그래도 유쾌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가져며 <스팅>같은 친근함을 준 로버트 레드포드의 <미스터 스마일>과 달리
닮아있는 플롯 안에서 인간미와 인생무상을 여실히 보여주려고 한 라스트가 참 감명깊었죠..
영화 내내 재밌고 집중하면서 봤고 마지막에 평온한 느낌을 느꼈고 무엇보다 책임지고
용서를 갈구하지 않는 연장자의 휴머니즘을 현시대와 맞물려 잘 녹여낸 클린트의 반복, 변주가
매우 인상적이였습니다. 물론, 꽃을 심고 피울 생의 말미가 다른 뒷켠으로 피하지 못한 안타까움도
배가되었지만요. 미국 현지에서는 평가가 좀 많이 낮게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소 저평가된
지점이 없지 않다고 생각해서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