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가는 '기생충'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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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기생충'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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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서핑을 하다가 공감가는 리뷰가 있어서 가져와 봅니다.


- 마지막 부분 -


기생충에서 햇빛은 희망을 상징해요. 부자는 햇빛이 내리쬐는 언덕 위 궁궐 같은 집에 살지만, 빈자는 햇빛이 겨우 드는 반지하에 살며 실낱같은 희망만을 허락받을 뿐이에요. 그러니 햇빛이라곤 한 줄기도 들지 않는 진짜 지하에 사는 극빈자에게 희망이란 도통 없어 보이죠. 그런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 벌어져요. 반지하에 사는 빈자는 부자를 미워하고 시기하지만, 진짜 지하에 사는 극빈자는 “부자 덕에 떡고물이 떨어져 내가 먹고사는 것”이라는 투로 외려 부자를 옹호하지요. 더더욱 놀라운 것은 극빈자를 괴롭히고 그들에게 폭력을 퍼붓는 건 부자가 아니라 빈자라는 설정이에요. 빈자가 빈자로서의 기득권(?)을 극빈자에게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전대미문의 모습이 연출되지요.


세상을 어떻게 부자와 빈자로 일도양단하겠어요? 부자와 더 부자, 더 더 부자, 더 더 더 부자가 있듯, 빈자도 더 빈자, 더 더 빈자가 있겠지요. 이 작디작은 계층의 간극에서도 무시와 반목과 갈등이 잉태되는 사회를 만들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은 근원적으로 ‘계층본능’을 가진 동물적 존재가 아닐까 하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서슬 퍼런 이야기를 기생충은 들려주어요.

세상을 흑과 백으로 나눠 보는 일은 제일 쉬운 일이에요. 약자의 편에 서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약자의 부조리를 짚어내는 건 그에 못지않은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죠. 고정관념을 고스란히 가져와 고정관념을 훌쩍 뛰어넘어버리는 기생충이 진짜로 멋진 영화인 이유예요.



- 전문 링크 -


https://news.v.daum.net/v/20200214030206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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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S 맨발여행  
가난한 자들끼리 연대를 못 하는 건 오래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자신의 가족만 챙긴다든지 좀 넓혀도 자신이 사는 골목까지만 인식하는 좁은 시야는 다수의 사람에게 보이는 거였죠.
봉 감독님이 영화로 표현한 모습들은 신선하고 놀라웠습니다.
영화에 나온 모습들도 전체를 희화화한 건 아니라고 보입니다.
상징을 집어서 던져 놨을 뿐...
17 폴리오  
'봉준호'라는 메신저가 '기생충'이라는 메세지를 던졌는데
그 메세지를 해석하는 건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요?
저는 기생충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와이프는 찝찝하다고 하더군요)
사람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S 맨발여행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냄새를 다루는 장면에서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왜 그런지는 이해합니다.

서울에서 살 때 전철에 빈 자리 있어서 앉았는데요.
옆에 노숙자가 와서 앉더라고요.
냄새가 심했는데, 그냥 참으면서 한동안 앉아있었습니다.
냄새 때문에 피하는 모습을 노숙자가 눈치챌까 봐서 그랬거든요.

냄새 때문에 누군가 자기를 싫어하는 모습
언젠가는 모두 느끼게 됩니다.
하다못해 나이만 들어도 그렇죠.

아, 근데 담배 냄새는 저도 안 참아요.
마구 눈총을 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