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편집상을 받을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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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생충>이 편집상을 받을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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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맨 처음 봤을 때, 놀랐던게 각본이나 연기, 촬영보다도 우리 나라에도 저런 편집이 가능하다는데 있었습니다.

영화는 결국 쇼트를 어떻게 찍고 그것을 붙이냐가 관건입니다.

이게 영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고유한 특징 중에 하나이지요.


사실 <기생충>의 편집은 제가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빡빡하게 구성되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톱니 바퀴처럼 짜여진 구성입니다.

강박증 환자가 지휘하는 교향곡의 느낌이랄까요?


무너지는 도미노처럼 눈길을 딴데 줄새도 없이 감독의 의도대로 쭈욱 따라가게 되어있죠.

쇼트와 쇼트, 씬과 씬 사이가 정교하게 이어집니다.

중간에 나오는 '믿음의 벨트' 부분은 관객의 감정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고 목표지점까지 실어나르는 것 같습니다.


제 기호와 무관하게 무서운 편집이더군요.

그래서 내심 편집상은 노려볼만하다고 생각했지요.


<포드 V 페라리>가 편집상을 가져갔지만, 제가 경악한 것은 <기생충>의 편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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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토토유  
영화 드라마 편집을 해보지 못한 일반인들에겐
사실 구체적으로 그게 어떤 의미인지 쉽게 다가오기 힘드네요.
물론 매우 전문가적인 용어는 써봐야 체감이 쉽게 안오겠지만
그래도 좀 더 테크닉적으로 자세히 써주시는 게
후보에 오른 양진모씨의 위대함을 더 느낄 수 있지 않을런지요.
장면을 보고 이야길 해야 쉽게 다가올텐데...
예를들면 기생충은 버릴게 하나 없는 편집입니다.
잉여가 없이 쭈욱 흘러가요.

술꾼이 반지하 가옥 위에서 노상방뇨하는 장면 기억할 겁니다. 그걸 막으려 기우와 아빠가 물을 들고 올라가고 물을 뿌리죠. 술꾼은 소변을 쏘고요.
세 개의 물 줄기가 엉키는 것을 기정이 킬킬 거리먼서 휴대폰으로 찍습니다.
이때 화면이 슬로모션으로 바뀝니다.

저는 여기까지 봤을 때, '그 다음 장면은 어떻게 넘길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편집에서 고비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다음 쇼트가 이 속도,. 이 분위기에서 붙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다음 장면은 다송이가 썬글라스로 태양을 가리는 장면으로 넘깁니다.
앞의 쇼트와 비교해보십시오.
물/태양, 밤/낮, 가난한 동네/부자 집, 슬로우 모션/고정 쇼트... 모두가 대립적인 것 같지만 이건 씬 전환에서 쇼트가 붙어지는 경우입니다.
의미론적으로는 대립하지만 이런식으로 붙이면 영화의 진행 방향으로 붙어요.
탁월한 선택이죠.

그런데 이런 편집 스타일과 다른 영화의 예를 들어보죠.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잉여의 쇼트들이 넘쳐납니다.

부녀가 여행와서 잠든 방에 시선의 주체가 불명확한 항아리를 보여준다든지, 저녁 퇴근 후 선술집에서 술마시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큰길, 골목길, 가게 문, 그리고 술집으로 들어가도록 쇼트를 붙입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전문 용어로 필로우 쇼트라고 합니다).
어찌보면 시간만 잡아먹는 짜투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잉여, 머뭇거림이 미묘한 정서를 만들고 사람을 사로잡습니다.

기생충의 편집은 이런 것과 다르다는 말이지요.
목표를 향해, 레일 위를 맹렬히 달려가는 폭주 기관차처럼 연결이 되어 있다는 거지요.

말재주가 없어서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2 캬오스  
마치 톱니바퀴처럼 딱딱딱 흘러갔다는 건가요? 오토매틱 시계의 장인들이 떠오르네요. 오토매틱 시계추가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흘러갈때, 여러개의 부품들을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배치해놓은 시계 장인의 느낌일까요?
톱니바퀴의 예는 정교한 편집이라는 의미에서는 해당하겠지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것을 넘어서 플래시백 없이 앞으로만 달려갑니다. 그래서 폭주  기관차에 비유한 것입니다.
여기에 서사 과정을 포함해서 생각해보면, 문광이 비오는 날 밤 다시 등장하기까지는 상승의 느낌으로 직진합니다.
그 이후부터는 하강의 느낌으로 쭈욱 이어지죠.
영화를 보고나서 롤러 코스터를 탄 느낌이 든다는 평이 많았는데 이게 단지 비유만 아니라 형식적으로 그렇게 되어있다는 점이죠.
다른 식으로 말하면, 영화 전체가 계단으로 쭈욱 올라갔다가 계단 아래로 추락하듯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2 enonymous  
뭐 결국 못받은거 아는척하면서 쓰신거네 ㅋㅋ
4 부두  
제 의견은 좀 다릅니다.. 봉준호 영화가 편집상을 받을만하다기보다는 혹여 콘티상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봉준호는 촬영과 연출부터 사실상 자신이 그리는 콘티대로 찍고 콘티대로 연출하는 스타일로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완벽주의자인 셈이죠. 자신이 없는 현장에서 잘리거나 컨트롤될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연출자라는 의미입니다. 제 시점에서는 오히려 편집자의 역할을 연출자가 상당부분 빼앗아갔다(?) 혹은 제한한다고 여겨지는 감독입니다. 예전에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같은 봉준호의 콘티집을 보면서 느꼈던 부분이고, 기생충도 역시 마찬가지구요. 개인적으로 올해의 편집은 자유분방한 촬영을 편집의 컨트롤로 안정시켰다고 여겨지는 '두 교황'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이건 편집 기술 보다는 편집의 주도권을 누가 가져야 하느냐의 문제로 보이네요. 그런데 대부분의 감독들, 특히 할리우드 고전영화 감독들은 편집의 주도권을 장악합니다.
존 포드 감독은 영화 제작자의 간섭을 막기 위해 여분의  촬영분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죠.

봉준호 감독이 이번에 할리우드 영화인으로부터 호감을 얻은데에는 그들이 잊어버린 이런 고전영화의 제작 방식을 일깨워 줬다는 점도 있습니다.

디지털 영화 시대에는 아무리 여러 번 찍어도 필름처럼 과소비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봉준호는 콘티를 통해 편집 과정을 장악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택했죠.

그러면 이런 식의 편집 방식이 편집 담당의 의견을 무시한 편집일까요? 이것은 우리가 판단하지 못할 문제입니다.
편집 담당자가 답해야할 문제지요.

다만 유추해 볼 수 있는게 봉감독의 연기 지도 방식입니다. 완벽한 스토리 보드로 연기 지도를 하면 배우의 연기를 제한하지 않느냐의 할리우드 리포트가 했지요.
봉감독의 대답은 그 얼개 하에 최대한의 애드립을 준다고 합니다.
배우의 즉흥적 연기를 누구보다 존중하는 감독이 봉감독일 것은 아실 겁니다.
(<살인의 추억> 콘티집을 봤다고 하시니 시나리오도 보셨을 겁니다. 완성된 영화와 시나리오의 대사를 비교해보면 애드립이 얼마나 많았다는 것이 확인 됩니다.)

이로 미루어 볼때 편집실에서 많은 토론을 거쳐서 최종 편집본을 뽑아내는 것으로 압니다.
또 할리우드가 이번에 주목한 것이 영화 촬영중에 동시 편집을 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 편집이 최종 편집까지 가지는 않지만 촬영 과정에서 바로 편집하고 촬영, 조명, 연기까지 토론을 거쳐서 편집한다는 것은 할리우드에서는 전무한 방식이니까요.

봉준호의 영화 제작 스타일이 콘티부터 완벽하게 장악해나간다고 해서 독재자적인 스타일의 감독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방식은 스토리 보드라는 청사진을 통해 대화와 조정을 통해 스탭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봅니다.

할리우드의 고전적 작업 방식과 이전까지 없었던 방식을 어떻게 조화를 이루었는지도 주목할만 하죠.
4 부두  
확실히 필름의 시대가 사라져서 테이크의 제한횟수에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점은 영화환경에 있어서 커다란 혜택으로 작용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말씀하신 것처럼 헐리우드 고전감독뿐 아니라 작가라 칭해지는 감독들이 자신의 의도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편집과정에 기여하거나 또는 편집과정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작업방식의 변경도 이미 이해하고 있고, 헐리우드에서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영화 현장 편집이라는 용어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편집상이라는 점은 기술상입니다. 감독상 또는 작품상이 아니라 실제로 촬영상 또는 특수효과상처럼 기술적인 측면에서 그 한해동안 탁월한 기술의 일부로 편집과정을 평가하고 포상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연출력을 유감없이 발휘함으로써 감독상을 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편집이 콘티와 다른 점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편집은 작업자가 편집을 통해 연출효과를 극적으로 증가시키는 기술적인 측면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편집이라는 기술적 측면에 제한을 둔다면 저는 여전히 기술적 의미에서 다른 작품들이 편집상 후보에 더 어울렸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p.s)물론 다른 작품들이 편집상 후보에 더 어울렸다고 보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a
솔직히 님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기생충>이 콘티가 처음부터 잘 짜여져다는 것 하나로 지나친 추측을 하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감독이 편집가의 상상력을 제한했다는 말인가요?

어떤 감독도 영화를 찍고난 뒤에 편집가에게 일임하지 않습니다.
님이 좋은 편집의 예로 든 <두 교황>은 편집가가 편집의 자유를 최대로 누린 작품이라는 근거가 있습니까?

결국 우리가 편집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하는 지점은  (우리가 판단할 수 없는 편집권의 소유가 누가 가지냐가  아니라) 화면에 보이는 편집에 대해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