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가을에 읽어야 할 책
몇 개월 전부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책들을 만지작거렸다.
소로우의 글을 처음 읽은게 고등학교 1학년 때다.
보통 <월든>부터 시작해서 소로우의 세계로 접어드는데 나는 <시민의 불복종>을 먼저 읽었다.
아마 그 무렵 마하트마 간디의 자서전을 읽은게 원인이 되었나보다.
간디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그 글을 읽고 싶어서 세로 쓰기로 된 삼성출판사 본으로 <시민의 불복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가장 좋은 정부는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라는 표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그것이 하루빨리 조직적으로 실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 머리가 익어갈 무렵에 읽었던 이런 글귀들이 비수처럼 내 가슴에 꽂혔다.
<월든>은 단숨에 읽지 못했다.
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책에 묘사되는 아름다운 자연에 도취되어 몇 번이나 책을 덮었기 때문이다.
구두점이 찍힌 문장 다음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잡으려고 머리 속을 도화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한참이나 그 책을 잊었다.
작년에 <서신교환4: 호세 루이스 게린-요나스 메카스>라는 영화를 보다가 요나스 메카스가 촬영한 월든 호숫가를 보고 <월든>을 꺼내서 다시 읽었다.
물론 좋았다. 앞으로 점점 더 좋아하게 될 책이다.
10월을 정리하면서 계절을 느끼고 싶은 글을 고르다가 다시 소로우를 만났다.
Autumnal Tints, 즉 <가을의 빛깔들>은 그의 <야생 사과>와 더불어 대표적인 자연 에세이로 알려진 글이다.
소로우는 책 속에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소개하고 있다.
산천 초목이 푸른 색에서 갈색으로 변화는 과정에서 그 식물이 특유의 가장 선명한 색을 띠었을 때, 잎 하나를 표본으로 채집한 다음 그 잎의 윤곽을 그리고 물감으로 그 색을 정확하게 표현해서 한 권의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맨 처음 단풍이 물드는 초목으로부터 시작해서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는 떡갈나무와 사시나무에 이르기까지 에세이를 쓰는 것.
비록 소로우가 생각한 책은 완성되지 못했지만 그가 쓴 글들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 <가을의 빛깔들>이다.
이 글에서 아름다운 글귀를 몇개 옮겨 본다.
"10월은 채색된 잎의 달이다. 잎들이 화려하게 타오르면서 그 불빛이 온 세상을 비춘다.
과일과 잎사귀 들, 또 하루 자체마저도 저물기 직전에 보다 선명한 빛을 발한다.
저물어가는 한 해도 마찬가지다.
10월은 한 해의 저녁노을이며 11월은 그 이후의 땅거미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 높은 곳에서(붉은 떡갈나무) 잎들은 빛과 함께 서로 팔짱을 끼고 춤을 춘다. 환상적인 '푸앵트'를 밟아가며 춤을 추는 이들은 하늘의 무도장과 어울리는 댄스 파트너들이다.
나뭇잎들은 빛과 너무나도 다정히 섞여 있는 데다 몸매가 호리호리하고 표면에 광택이 나기 때문에 드디어 이 춤추는 모습에서 어느 쪽이 잎사귀이고 어느 쪽이 빛인지 분간해낼 길이 없어진다."
소로우의 이 글은 <가을의 빛깔>(북프렌즈), <시민의 불복종>(은행나무), <달빛 속을 걷다>(민음사) 등에 실려있다.
가슴 속에 이 가을의 빛깔을 물들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