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영화를 집중해서 보는 것에 대하여...
영화관에 앉아서 영화를 보면 옆에서 이야기 하는 소리, 음식물 쩝쩝거리는 소리, 휴대폰 불빛 등에 예민한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재작년 부산국제 영화제였을 겁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한 남자가 일어서서 저음의 목소리로 "영화 보는데 제발 조용히 좀 해주시고 휴대폰 불빛 꺼주세요. 정말 무식한 짓거리 좀 하지 마세요..."하면서 일장 연설을 하더군요.
자원봉사단이 하는 이야기를 가로채어서 계몽적인 어투로 웅변을 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영화 시작 전에 담소를 나누던 사람들의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쎄~해졌습니다.
영화 내내에도 그 무겁고 둔탁한 목소리가 생각나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이게 비단 부국제만의 경우는 아닌가 봅니다.
서울 아트시네마에서는 영화 보다가 치고박고 난투극이 벌어진 적도 있다는 소문을 들었으니까요.
영화 평론가 유운성씨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영화관에서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소리에 민감한 사람은 내공이 낮은게 아닌가? 영화를 무슨 군대에서 정신교육을 받듯이 각잡고 봐야하나? 영화는 그렇게 보는게 아니라 아이들이 뽀로로를 볼 때처럼 봐야한다. 그 아이들의 모습을 봐라. 옆에서 누가 뭐래도 꼼짝하지 않고 집중해서 본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영화관에서 기본적인 매너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만, 그 중에는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객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려고 영화관에 오는 것처럼 지나치게 민감한 사람도 있다는 거지요.
혹시 영화 관람 행위를 일회의 소비 행위로 생각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게 아닐까요?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못보는데 최대한 집중해서 보려는 것 말입니다.
영화를 반복 관람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여유있는 태도로 즐길 수 있겠지요.
아니면 다른 시청각 기기와 관련이 있는 걸까요?
예컨대 헤드셋으로 음악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조건을 다른 사람과 어울려 볼 수 밖에 없는 영화관에서 요구하는 높은 기대치 말입니다.
저도 소시적에 영화를 보면서 쇼트 수를 세고 시간을 재고.. 별별 짓을 다 했습니다.
영화를 최대한 집중해서 하나도 안 놓칠려고 고군분투를 했던 거죠.
나이가 들고 보니 이제 안들리는 대사는 대사대로 잠깐 딴 생각하고 놓친 장면들은 그대로 내버려 둡니다.
(노화는 어느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듭니다. 포기할줄 알면 관대해지기도 하고요^^)
어차피 영화는 한번 본 것으로 정리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영화관엘 가도 제일 뒷자리에 앉아서 영화와 나와의 거리를 최대한 거리를 두고 봅니다.
뒷자리에 않으니 특정 장면에서 관객의 반응까지 볼 수 있어서 또 다른 볼거리가 생기네요.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얼마전까지 영화관에 가면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기 전에 '이 영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도록 해주세요. 남이 못 본 것을 찾을 수 있고, 그것이 제 안에 있는 뭔가를 변화하도록 해주세요'하고 기도까지 했답니다.
무슨 고해성사 하듯이 말입니다. ㅋㅋ
요즘에는 그 기도가 간단해졌습니다.
'뽀로로를 보는 아이의 눈을 가지게 해주세요'.
저는 동시상영관이라는 영화관에 익숙한 세대라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이 뭘 하건 신경이 딱히 쓰이지 않는 유형이기는 합니다.
도를 넘는 사람들과는 나름 말싸움도 하긴 합니다.
내가 앉아있는 좌석을 뒷사람이 계속 발로 찬다던가 하는 문제는 참으면 안 되겠죠. ㅋㅋ
그런 것 이외에는 딱히 신경 안 씀.
동시상영관 추억이라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동성애자 분들도 그중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시험기간동안 일찍 끝난 학교를 나와 친구랑 함께 동시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던 중.. ㅋㅋㅋㅋ
몸을 더듬거리는 손에 깜짝 놀랐던 기억. ㅋㅋㅋㅋㅋㅋㅋ
동성애를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만, 상대방의 감정을 무시하는 짓거리는 그냥 추행이겠죠.
동성애이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닌.. ㅋ
나이를 먹어갈 수록 점점 영화관 가는 것이 부담됩니다.
화면이 작은 것이 싫고, 사람 많은 것이 싫고..
꼭 보고픈 영화는 아이맥스관에서 새벽 시간대를 골라서 보니 아주 편하더군요.
대개의 경우 10~30명 정도의 소수정예 관람객입니다...
거북목 증상이 있어 일상생활에서 고개를 숙이고 밑으로 내려다보면 통증이 오기 때문에
스크린과 눈높이가 일치하는...f열에서 i열정도까지 앉는데....
나이 좀 지긋하신 분들이 혼자 오시거나 부부동반으로 오시는데..
간혹 남성분들이 관람매너가 안좋으신 경우가 있더라구요...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이라 저는 그냥 그려러니 하고 참습니다...
그러니 별로 소음에 거슬리지는 않는데
정작 문제는 저에게 있어서
영화보다가 저도 모르게 다른 잡생각을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다 다시 집중하고..또 나도 모르게 잡생각하고...
아직 내공부족을 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