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10여년차인 친구의 서글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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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10여년차인 친구의 서글픔...

14 막된장 3 1074 2
다행히 족.중.동에서 기자로 일하진 않습니다만
금요일 저녁에 만나 술한잔 하는 와중에 정말 심각한 고민을 털어놓는데...

취재를 나가든, 다른 어디에서든 사람들을, 특히 젊은층들을 만났을때 직업이 "기자"라고 하면
일단 상대의 눈과 얼굴에서 [기.레.기]란 단어가 읽혀진다고 합니다.
소위, '이거 기레기 아냐?' 하는 속마음이 느껴진다는 거죠.

"니가 심리학자냐?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요즘 한국꼬라지 덕분에 얻은 니 직업병중 하나겠지!
 기자질 10여년차가 아직도 그런걸 극복 못하면 어카라고?  너 기레기냐?  아니면 됐잖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이 친구의 표정이 너무 심각해서 자못 내가 말실수 한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올라와... 미안하다 말했는데, 이 친구가 하는 말에 저까지 심란해져 버렸습니다.
이 친구는 늦결혼을 해서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하나 있는데, 어느날 아빠에게 묻더랍니다.

"아빠, 아빠 기레기야?  아니지?"

물론, 아들이 한 이 질문엔 앞뒤의 맥락이 더 있습니다만, 골자는... 그렇죠!
요즘 기자들이 제일 질색한다는 단어 "기레기".

이 일이 있고 난 밤에, 자는 아들네미의 얼굴을 보며
"과연 나는 절대 기레기가 아니다! 라고 당당히 말할만한 기자 인가?" 하는 생각을 해봤답니다.

제 친구가 내린 결론은, "아니다" 였다고 합니다.
기자로 일하며 소위 기레기질을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절대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
결국은 나역시, 요즘 천지사방삐가리에 널려있는 기레기들중 하나로 취급당해도 할말은 없지않은가?
하는 자괴감이 들더라는군요 ㅡ ㅡ;;

그게 반드시 너 혼자만의 탓은 아니지 않냐?  기자라는 직업군이 반드시 가져야할 그 어떤 사명감 앞에
개인과 가족의 생계라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문턱이 있는게 사실이고, 해방 이후 한국의 나라꼴이 단 한번도
이성, 이상적인 적이 없었던 만큼 다른 직업군에 비해 그런 사정에 더 밀접해 있는 너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왜 없었겠나?
이상적임이 밥먹여주진 않고, 내 친구로서 "넌 최소한 이성적 정직함과 양심을 갖고있는 기자" 이니 너무 서글퍼하진 말아라!

하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었지만, 자식 앞에서 "아빤, 절대절대 기레기가 아니야"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었다는게
너무 처량하더라고 하며 한숨을 쉬는게 친구로서 같이 참 서글펐습니다.

어찌보면 현재 한국의 "기레기" 꼬라지의 가장 큰 피해자들은 바로 "기자"들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기레기가 아닌 기자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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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S 맨발여행  
개인인 기자는 기레기가 아니라고 해도, 사주의 영향력 아래에 있죠.
사주로부터 편집권이 독립되지는 못하니...
언론의 자유나 독립은 정권보다는 사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게 최종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라 떠들어도 언론사 사주들이 문제입니다.
7 머랭곰탱  
요즘도 신념인지 뭔지 모를... 속내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위한 첨병으로 기레기들을 쓴다는거죠.  기사인지 방귀인지 모를것들을 뉴스라고 떡올리는거 보면...  노력하시는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요즘 뉴스 안보게됩니다.
1 뚜껑2  
기자들의 선민적우월의식이 현재의 언론환경이죠
예를들면 대통령의 내외신 기자회견장에 대통령입장시
외신기자들은 기립해서 박수로 맞이하지만 국내기자들은  턱괴고앉아있는 오만한 기자들을보면할말이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