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만나러 가는 고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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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 빈센트>를 만나러 가는 고행길

14 스눞 17 1517 0

 

개봉은 했다는데 상영관이 없다. 상영관을 찾았다 싶으면 시간이 개떡이다. 하루 딱 한 번 상영, 그것도 평일 오후 1시 30분(CGV 피카디리 오늘 상영 시간표 기준)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관객이 몇이나 될까. 영화 좋다는 소문은 무성한데 막상 볼 곳이 없다. 요즘 한국 관객들이 '非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고 싶을 때 흔하게 겪는 딜레마다. 

포기하고 2차 개봉(iptv, 다운로드 서비스)을 기다리거나 그도 아니면 어둠의 세계를 기웃거린다. DVD나 블루레이 출시도 인기 개봉작 위주라 기대할 수 없다. "개봉관 좀 늘려주세요, 제발..." 같은 댓글은 달다 지쳤고, 오죽하면 <수어사이드 쇼> 같은 영화의 평점 댓글 베스트가 "님들, 대체 어느 영화관에서 보고 평점 올리는 거예요? 아무나 제발 보고 오신 상영관 좀 알려주세요."일까. 독과점 배급망과 메머드 극장 체인의 환상적 쿵짝 덕분에 <윈드 리버>, <인비저블 게스트> 같은 영화는 정말 힘들게 봤다. 시사회가 아니었다면 <우리의 20세기>, <그리다> 같은 영화를 스크린으로 본다는 건 꿈도 못 꿀 일. 멀티플렉스 극장은 늘어 가는데 정작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관은 씨가 말랐다.   

관객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극장이 관객의 기호와 요구는 안중에 없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영화만 걸고 그것만 민다. 무늬만 멀티플렉스지 상영관이 여러 개인 멀티-단관이나 마찬가지다. 식당에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갔더니 메뉴가 달랑 두 개밖에 없는 메뉴판을 주면서 "마음껏 골라 드세요" 하는 꼴이다. 선택의 권리는 원천 봉쇄 당하고 극장 시스템이 관객들 취향을 좌지우지 코디하며 관객 위에 군림하려 든다. 새로운 영화 시장을 개척하고 확장해 가야 할 배급-상영 시스템이 영화 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질 나쁜 훼방꾼인 현실. 선심 쓰듯 가끔 내는 얄팍한 생색(반짝 상영, 번개 종영, 퐁당퐁당 시간표)이 더 얄밉다. 선택의 자유와 권리를 요구하는 관객의 목소리는 손익계산서 밑면에 묻히거나 다수결의 논리(흥행 영화)에 밀려 소외된다. 문화의 다양성은 자본과 다수결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매일 뻔한 '그 밥에 그 나물' 차림표가 계속된다면 변덕스러운 요즘 관객은 쉽게 물릴 것이다. 선택의 강요는 영화 시장을 안에서부터 말려 버릴 터.  

나는 '다양성 영화' '독립 영화' '저예산 영화' '예술 영화'... 이런 구분이 싫다. 이건 구분이 아니라 차별이다. 자본과 점유를 기준으로 한 차별(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가 나오는 <비긴 어게인>이 다양성 영화라고? <원스> 라면 모를까 지나던 개가 웃을 일). 영화는 그냥 영화다. 어떤 영화도 격리되거나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러빙 빈센트>의 적은 <저스티스 리그>가 아니다. <범죄도시>나 <저스티스 리그>를 좋아하지만 버금가는 욕구로 <러빙 빈센트>도 보고 싶다. A냐 B냐가 아니라,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맛보고 싶다. 왜 아니겠는가. 안될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니 어떻게 좀... 안 되겠니?  



인천 상동 8시 30분 조조 영화를 보기 위해 
토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집을 나서야 한다.

몸은 피곤해도 '내 사랑 빈센트'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그치만,
내 돈 내고 좋아하는 영화 좀 보겠다는데 그걸 못하게 하는 더러운 세상.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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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omments
49 iratemotor  
노여움 가라앉히시길...^^
돈과 결부되는 일이라... 딜레마죠.
저도 '다양성영화'란 법규 용어는 법규 용어로 끝났음 합니다. 영화를 규정하는 본질도 아닌 이 정체불명의 용어는요...
아, 저도 내일 오전 9시 40분 거 '러빙 빈센트' 보러 갑니다.
스눞 님도 재밌게 보고 오세요. ㅎㅎ
14 스눞  
저는 8시 45분 조조. ㅋㅋㅋㅋ
덕분에 토요일 아침 7시에 기상하는 착한 어린이가...ㅋ

백만 프로 공감합니다.
정체불명의 용어가 오히려 영화계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듯.
대충 규정하기 힘든 영화들을 창고대방출 하듯 싸잡아 몰아 넣은 것 같은 느낌의 용어입니다. ㅎ
14 스눞  
다음에 노리는 영화는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인데...
이 영화도 빨리 가지 않으면 극장에서 바로 사라질 거라는 소문이...ㅋ
49 iratemotor  
ㅎㅎ
스눞 님하고 뭔가 통하는 게 있나 봅니다.
저... 내일 엠마 스톤 만나러 착한 어린이 되거든요 ㅋ
전 8시 20분입니다. 25분 더 빨라요
14 스눞  
아...이런...ㅋㅋㅋㅋ

저는 내일 본가에 아버지 뵈러 가는 날이라...크흙 ㅠㅜ

엠마 스톤 같지 않은 엠마 스톤과
스티브 카렐(이 친구야 자주 그러니) 같지 않은 스티브 카렐 포스터 보자마자
엄청 땡기더라고요, 이 영화! ㅎㅎㅎ

내일도 저보다 25분 더 빠른 착한 어린이가 되셔서
즐거운 영화 관람 하시길 기원! ㅋㅋㅋ
49 iratemotor  
빌리 진 킹...
좀 많이 실망했습니다.
20년 전쯤 나왔으면 괜찮았을 만한...
14 스눞  
엇 이런....!!!
목요일 서울에서 마지막 상영 타임 보러 가는데...ㅋ

기대 많이 안 하고 가야겠네요.
ㅎㅎㅎ
17 아찌찌  
안녕하세요, 스눞님?
글을 읽어보니 열기가 가득하네요 ^^
(마침 저도 보일러 펌프가 고장이라 내일이나 돼야 온기라도 맛을 보겠네요... ㅠㅠㅠ)
이 영화는 저도 오래전부터 찾고 있던  터라 잊고 있었는데,
스눞님 덕분에...
후다닥 뛰어갔죠...(오늘 밤에는 볼 수 있으려나 싶네요 ^^)
내일 좋은 관람하시고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
감사합니다 ^^
14 스눞  
안녕하세요, 아찌찌 님?
저는 이곳 자료실과 게시판에서 (저 혼자만) 자주 뵙던 분이라...ㅎㅎㅎ
몹시 반갑습니다.

에고...이 추위에 보일러 고장이라 고생이 많으시겠네요.
얼른 수리가 되야 할 텐데... ㅠㅜ

후다닥 가셔서 영화 관람에 성공하셨나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늘 마누라와 함께 오전 8시 45분 조조로 성공을...! ㅎㅎㅎ

감사합니다.
아찌지 님도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얼른 보일러를...!)
17 아찌찌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보일러는 오전에 잘 고쳤습니다만
부품비 빼고 출장비와 수리비만 합해서 32000이나 되네요 ㅠㅠㅠ
결국 10만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돌아섰는데
이번엔 냉장고가 서버렸네요 ^^
결빙현상 때문에 그런가 해서 내용물은 몽땅 바깥에 내놓고(천연 냉장고가 따로 없습니다) ^^
문을 열어두고 한 3일 정도 녹여볼 생각입니다 ㅠㅠㅠ
잘 되야될텐데,,,
아~!
후다닥 갔다는 말은 극장이 아니고 인터넷이었습니다 ^^
결국 성공했고 보던 중에 그냥 잠이 들어버렸죠 ^^
자막을 보니 대사랑 틀리던데 누군가 풀어서 해놓은 것 같더군요 ^^
이런!, 글이 길어졌네요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늘 건강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
14 스눞  
보일러에 냉장고까지...
수난의 주말을 보내셨을 듯 합니다.
욕보셨네요. ㅎ

아...그러셨구나. ㅋ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잠들 만한 스토리였습니다. ㅋ

네네, 요즘 정말 맹추위입니다.
이번 겨울 추위 만만찮을 거라더니 빈말이 아니었나 봅니다.

아찌찌 님도 건강 잘 챙시셔요.
18 자막줭  
오호~ 저도 오늘 보러갑니다! 상영관이 많이 없네요
14 스눞  
오! 오늘 재미나게 잘 보고 오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겨우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상영관 찾아서 8시 45분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ㅎ

평일엔 낮시간밖에 없어서 볼 수도 없고...
그나마 요즘 입소문 타고 롯데시네마, CGV도 찔끔 상영 시작했네요.
41 나무꾼선배  
상영관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네요.
14 스눞  
오늘 마누라와 함께 별 따고 왔습니다.

좋은 영화 찾아 보기 정말 힘드네요.
ㅎㅎㅎㅎ
28 율Elsa  
공감합니다.
14 스눞  
공감, 감사합니다!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