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傳 令 使
어제 오후부터 체기에 시달려 오늘 결국 오후에 반휴를 내고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간사한게 사람이라고 병원에서 주사 한방과 약을 처방받고 나와 약 한봉지를 먹으니 훨씬 편해지네요.
다시 복귀할까 하다가... 어자피 다 쓰지도 못할 연중휴가들.. 까짓 누가 뭐라겠나!
편하디 편한 내 집으로 가서 멍이와 냥이나 주무르며 널부러지련다 했습니다.
오는길에 차를 돌려 잠시 도서관에 들리는데 도서관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 주차장에 자리가 없네요.
결국 좀 아래 골목에 차를 주차하고 도서관으로 올라갔습니다.
산자락에 위치한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길 한켠엔 나무들이 무성하고 저는 아무 생각없이 걸음을 걸었죠.
그리고 갑자기 "툭!"
깜짝 놀라며 걸음을 멈추어보니 제 발 앞에 떨어져 충만함으로 가득차 벌어진 커다란 밤송이 하나!!
알찬 밤알 3개가 그 안에 있고 나머지 하나는 떨어지며 밖으로 튀어나와있더군요.
"아... 이게 밤나무들이었구나!!"
새삼 고개를 들어 나무들을 처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올해들어 처음으로 절반쯤 색이 바랜 나뭇잎들도 보게되었습니다.
ㅎ~ 누가 뭐라하든, 관심도 없든... 가을은 오고 있나봅니다.
어찌 이리 세상을 삭막하게 살고 있는가 하는 자괴감이 살짝 들었어요.
고개를 조금만 들어도 바뀌어가는 계절이 보이는데 그저 넘어질까 코앞의 땅과 눈 앞만 바라보며 사는
제가 참 갑갑하단 생각도 들었고요.
발로 조심스레 밤송이를 벌려 밤알들을 주워담았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아트샵에라도 들러 예쁜 봉투를 구해 담아 제방 책상 앞에 놓아두렵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밤나무 어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