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ssed to Kill (1980) 엘리베이터 살해 씬

영화이야기

Dressed to Kill (1980) 엘리베이터 살해 씬

f16309f30f881af41ef1b5608e7f00de_1577530433_9268.jpg




f16309f30f881af41ef1b5608e7f00de_1577530431_8349.jpg

 






유튜브에서 우연찮게 드팔마의 <드레스드 투 킬>의 엘리베이터 살해 씬을 보는데(링크는 위에),
하도 오래전에 봤던 이 장면을 지금 다시봐도 역시 천재적인 히치콕의 적자다운 잔악무도함의 난도질 몽타쥬 였습니다.
심심해서 쇼트 수를 세어보았는데, 영상 속 2분 33초까지, 무려 74번의 컷팅이 있었네요.
그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74번의 카메라와 조명 세팅, 배우들의 블로킹까지의 감독과 스탶들의 노고야 말할것도 없겠지만,

특히 1,2초마다 비명지르고 피흘리며 살해당하는 여주인공을 연기한 앤지 디킨스의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었을 듯 합니다.

이제는 클리셰가 되어버린 <사이코>의 버나드허만의 귀를 찢는듯한 현악기의 스코어와 비슷한 드팔마의 스코어나, 다양한 사이즈의 샷과 앵글, 빠른커팅 등의 유사점,

혹자들은 브라이언 드 팔마가 히치콕 모방꾼에 불과하다 영화기술자일뿐이다라고 혹평을 하지만,

그럼에도 히치콕의 <사이코>"샤워실 살해 씬"에 대한, 드팔마의 "엘리베이터 살해 씬"의 창의적인 변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거 같습니다.

74개의 컷과 세팅만 봐도 감독이 얼마나 정교하게 이 씬을 구성했는지 알 수 있는데 그 중에서 몇 가지.



<싸이코>에서는 역광으로 숨은 싸이코살인마 (앤소니퍼킨스)의 시선 속에 희생당하는 자넷리를

샤워물줄기와 빠른커팅과 소프트포커스된 심도로 약간은 모호한 안개에 쌓인듯 추상화처럼 보였다면,
<드레스드투킬>에서의 싸이코살인마 (마이클 케인)은 렌즈의 심도를 이용해 모습을 감추고

살해되는 희생자의 고통을 깊은 심도의 렌즈로써 아주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자상과 피흘림을 전시함으로써 말그대로의 슬래셔slasher함의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또 히치콕이 자넷리와 안소니퍼킨스의 두 관계(물론 내면의 엄마까지 3각관계)로서 살해 씬을 마무리지었다면,
드팔마는 앤지와 케인(의 또다른 자아인 바비까지 치면 3각관계)에서 살해씬이 끝남과 동시에

엘리베이터 밖의 또다른 여주인공인 낸시알렌의 등장으로 이야기를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한다는 점에 있는거 같습니다.

엘리베이터 바닥에 쓰러져 도와달라 손을 뻗는 앤지와 엘리베이터 밖에서 손을 내밀어 도와주려는 낸시알렌의 간절한 시점교환과 줌렌즈의 대접사,

그 사이 면도칼처럼 아니 말그대로 벽에 숨어서 면도칼로 이 둘의 손을 위협하는 살인마 케인의 손은, 엘리베이터 안과 밖의 생사의 경계를 관장하는 잔혹한 면도칼로 시각화 합니다.
특히 엘리베이터 천장에 달린 볼록거울을 통해 3명의 관계가 기이한 원근감의 풀샷 재설정샷으로 돌아간다음,

다시 낸시와 케인의 클로즈업으로 눈싸움을 하다 케인이 고개를 돌리고 면도칼을 떨어뜨리는데,

이때 낸시의 눈을 앙각의 대접사로 잡은 쇼트는 복수와 윤리적 시선의 가장 강력한 샷이었던거 같습니다.

또 <사이코>의 자넷리가 성적인 문란함과 회사 돈을 홈쳐 달아나다 60년대적 살인을 당했다면,
<드레스드투킬>의 앤지디킨슨은 성적 일탈로 인해 살해되지만, 낸시알렌은 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 굉장히 역설적입니다.
자넷리와 앤지디킨슨과의 같고도 다른 캐릭터 설정인 낸시알렌은,
월가의 고급콜걸이자 동시에 80년대 신자유주의의 합법적인 약탈자인 금융업자로 환치된 자본으로서의 존재일 것입니다.

바로 이 차이 때문에 앤지디킨슨은 죽고, 낸시알렌은 죽지 않는 것이지요.
만약 앤지 디킨슨이, 자신의 성을 판매하고 땀흘려 노동않고 돈을 홈칠 수 있는 캐릭터였다면 살해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감독은, 일탈적 성과 판매되는 성, 산업자본에서 금융자본으로의 이행, 80년대 신자유주의적 상황을 "엘리베이터 살해 씬"으로 재현한 것이 아닌였나하는 소설을 한번 써봅니다.




그래서 이 걸작을 다시 한번 봐야겠다는 기쁜 맘으로 가지고있는 오래된 DVD 넣고 플레이 시켰는데,
"엘리베이터 살해씬"의 두 쇼트가 가위질되어 있네요-_- 아 놔~~ #@$^ㄸㅂㄸㅂ $%`!`@ㅂ*(_&$*[~~!!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12 Comments
20 암수  
여~~~~ㄱ시....
카메라..조명...컷...신...리시츠키님의 해박함은 늘 영화보는 풍요로움을 더해주십니다...
13 리시츠키  
좋아하는 <드레스드투킬>영화를 어제 다시보고 흥분하여 잡문 한번 끄질러 봤습니다.
"쇼트"의 개념만 알면 누구라도 숏바이숏을 할 수 있는데, 칭찬이 과합니다^^;;

저역시 암수님이 보신 고전영화의 반만이라도 보았으면 을매나 좋을까 생각합니다~~ㅎ
16 o지온o  
^^;;;;;;;;;;;;;;;;;;;..
글을 읽기 전에 영상을 먼저 봤습니다.
음.. 저의 경우 리시츠키님과는 영상을 보는 눈이 다르긴 한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B급 호러에만 만족하는 입장으로서.. ㅡ,.ㅡ;;;;;;;;;;
13 리시츠키  
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확고한 취향이 있으면 좋죠뭐~
근데 이 영화도 스릴러, 슬래셔 무비의 걸작인지라, 한번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16 o지온o  
알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7 달새울음  
요즘은 편집을 컴퓨터로 마음껏 조절 가능하나
당시에는 필름을 직접 잘라 붙이던 엄청난 막노동이었을테니
정말 화려한 편집이 아닌가 싶네요. 
엘리베이터 거울 컷은 정말 명장면인 듯 합니다.
13 리시츠키  
감독에 각본에, 스토리보드까지 드팔마가 다 했더라구요.
그래도 저런 많은 컷들을 이어붙일라믄 힘들었을듯 하네요.
20 큰바구  
말씀듣고보니 정말 그렇네요
필름편집이 어마어마한 막노동에 가깝네요.
저 당시에는 영상따로 오디오 따로 였을거 아니에요..
엄청 힘들었을듯요.
13 리시츠키  
그러게요. 때로는 감독들이 단 2분 남짓의 컷을 찍을라고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네요. 이 영화 역시 그러했을듯한데,
 그래도 감독이 스토리보드를 다 직접 만들어서 촬영시 좀 나았겠지만,
ng컷과 ok컷, 그리고 수많은 테이크 컷들, 편집에서 그 컷들의 리듬과 시선을 고려하면서 이어붙일라믄 머리에 쥐 났을거같네요.
17 달새울음  
어도비 컴퓨터 편집 이전에는 스텐백이라는 아날로그 필름편집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90년대 후반까지 이런 아날로그 편집이 남아있었습니다)
촬영원본 네거티브를 편집용 포지티브 필름으로 복사하여 수작업으로 잘라 붙인 뒤
원본 네거티브는 최종편집으로 남겨놓습니다.
신상옥 감독은 편집필름 값을 아끼기 위해 편집용 포지티브를 35미리가 아닌 16미리로 만들어 편집하였는데
일종의 한국편집에 스탠다드가 되었습니다.
잘라 붙이는 것도 힘들지만 아마도 조수들 입장에선 그 수많은 필름들 중에 슬레이트넘버를 찾아가며
OK컷들을 빠르게 찾는 것도 고역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고전 영화에서 유독 롱테이크가 많은 것도 편집과 무관하지는 않을 듯 ㅋㅋㅋ
34 HAL12  
전 이 영화에서 박물관 추격씬(?)을 참 좋아합니다. 그 아슬아슬한 감정을 희롱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이란 참...
참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웬지모를 찝찝함에 선듯 재감상하기가 꺼려지는 작품이기도하죠~
13 리시츠키  
말씀처럼 그 요상한 시선들과 카메라 움직임으로, 이상야릇 찜찜한 정신병적인 분위기가 영화 내내 흐르긴 하죠.
하긴 드 팔마의 스릴러 영화가 거의 그렇죠뭐. 홈쳐보기를 너무 좋아하니까.
특히 이 영화 마지막에서의 '정신병원 탈출 씬'과 에필로그의 '낸시알렌의 욕실 씬'은 거의 악몽에 가까운거 같습니다.

아니 그런데, 그렇게 호러영화 매니아이신 할님이 그런 말씀하시면........-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