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부산국제영화제 스누피가 선택한 영화 베스트 10 (2)

영화이야기

2019 부산국제영화제 스누피가 선택한 영화 베스트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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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편의 영화와 이미지가 한 게시글에 도저히 올라가지 않아서 

아래 게시글에 올라가지 않은 두 편을 추가로 다시 씁니다. 





02. 결혼 이야기ㅣ2019ㅣ노아 바움백ㅣ미국

올해 부산영화제 중 가장 즐거운 영화적 체험이었다. 137분 동안 정신없이 몰입해서 영화를 봤다. 노아 바움백은 <결혼 이야기>로 자신이 우디 앨런의 적자임을 선언했다. 이견이 없다. 다만, 조금 덜 냉소적이고 그나마 약간의 인간적 온기가 도는 우디 앨런이랄까? 결혼을 소재로 한 영화에 관한 한 노아 바움백은 <장미의 전쟁>의 경계를 뛰어넘었고, 잉마르 베르히만의 냉철한 우아와 우디 앨런의 건조한 냉소를 이종교배하는데 성공한 듯 보인다.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도 놀라웠지만, 아담 드라이버는 이 영화를 통해 만개했다. 관객들은 웃고, 울고, 마음 아파하며 영화에 몰입했다. 인물들의 감정이 완전 연소된 이야기의 끝에서 다시 짙고 긴 여운을 만나는 일은 신비로웠다. 언제나 나사 하나가 빠진 듯했던 넷플릭스 제작 영화의 놀라운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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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성체축일ㅣ2019ㅣ얀 코마사ㅣ폴란드

아무 기대 없이 극장에 들어 섰다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채 극장을 나섰다. 우연히 얻어걸린 작품이었기에(내가 고른 영화가 아니라 부산에서 이 영화를 볼 예정이라는 Umma55 님을 만나기 위해 선택했던 영화. 좋은 영화를 만나게 해주신 Umma55 님에게 깊은 감사!) 감회가 남달랐다. 양파의 속처럼 겹겹이 쌓인 진실 속에서 종교, 구원, 위선, 용서에 대한 파격적 물음을 던지는 이 폴란드 영화는 서구 역사와 문화의 토대가 된 기독교 신앙이 어떤 구원과 속죄의 길을 찾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소년원을 갓 출소한 비행 청소년 다니엘(바르토스 비엘레니아)이 우연찮게 작은 마을에서 신부 행세를 하며 벌어지는 대속 행위는 머리로만 하는 관념적 고민에서 그치지 않고 그 정념을 육신의 고통으로 육화시키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된다. 연출, 연기, 촬영, 편집, 음악, 모두 깊이가 있고 생동감이 넘쳐서 좋았다. 1990년대 후반, 폭발하던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그 날 것의 느낌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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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후보작들 (가나다순) :

글로리아 먼디ㅣ2019ㅣ로베르 게디기앙ㅣ프랑스

마르게와 엄마ㅣ2019ㅣ모흐센 마흐말바프ㅣ이탈리아

새터데이 애프터눈ㅣ2019ㅣ모스토파 사르와르 파루키ㅣ방글라데시

증인ㅣ1969ㅣ피테르 바쵸ㅣ헝가리

패밀리 로맨스ㅣ2019ㅣ베르너 헤어조크ㅣ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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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Comments
S 암수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후보작까지 포함해서 거장들의 작품도 눈에 띄는군요...
결혼이야기에 대해 좋다는 분들이 많이 있네요...
부국제에서 많은 분들께서 추천하신 작품들이 하루빨리 개봉되었음 합니다....
12 스눞  
영화제 시작 전부터 화제작이라고 주목 받았던 영화나 씨네스트 회원님들이 추천해 주신 영화, 그리고 거장들의 신작을 두루두루 보려고 노력했습니다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ㅎ 나름 본 영화들의 표본이 너무 적어서 베스트 목록이라고 우기는 것이 조금 겸연쩍긴 하지만, 제 나름의 기준으로 골라 봤습니다.

<결혼 이야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관객들 반응도 뜨거웠고요. 웃거나 가슴 아파 하는 등 감정이 출렁이는 것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빌>이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 이미 개봉이 확정된 영화나 넷플릭스 상영작도 있지만, 부국제에서 본 영화들 중 몇 편이나 정식 개봉할지 모르겠네요. 저도 어서 보고 싶은 영화들이 많습니다. : )
7 Harrum  
결혼 이야기는 11월27일 극장 개봉이고, 넷플릭스는 12월 초에.
한참 남았네요
12 스눞  
결혼 이야기는 아마도 단관 개봉을 하겠지요? ㅎ
넷플릭스도 좋지만 정식 개봉하면 극장 스크린으로 다시 보고 싶습니다. : )
S umma55  
<결혼 이야기>는 개봉할 거라서 좀 위안이 되고요(1분만에 매진ㅠ)
나머지 영화들은 꼭 참고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존경시러바요~~~~^^
12 스눞  
존경은 엄마 님 같은 분한테 바치라고 있는 겁니다.
저같은 모자란 놈 말고요. ㅎㅎㅎㅎ

<결혼 이야기> 개봉하면 꼭 보셔요.
추천! :-)
S umma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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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스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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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스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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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리시츠키  
포스터.스틸컷과 쓰신 글을 결합하여 영화를 상상하며 읽고있자니
<파이어 윌 컴>과 <아저씨 x 아저씨> 이 두 편이 무척 보고 싶네요.
<결혼 이야기>는 보고 싶었으나 스칼렛요한슨 주연이라 패스합니다;;;;

것보다, 역시 글 잘 쓰십니다. 담백하게 쓰신 짧은 글에서도 인문적.영화적 소양에 새삼 탄복합니다.
훌룡!!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12 스눞  
한참 모자란 글에 과분한 칭찬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 ^^;
소양 같은 건 없고 그냥 껍데기뿐인 인간입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셔서 제가 더 고맙습니다. ㅎ

<파이어 윌 컴>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뚜렷한 사건이랄 것도 없고 밋밋하게 전개가 되지만
뭔가 심장을 꼭 조이는 듯한 긴장감과, 그 긴장감을 희한한 방법으로 폭발시키는 분곡점 장면이 두엇 있는데
그 장면들이 영화 끝나고 나서도 오래 기억이 납니다.
제게는 <리베르떼>와 함께 (서로 다른 의미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영화입니다.

<아저씨 X 아저씨>는 뭐랄까요, 생각의 더께가 차곡 차곡 쌓여 만든 이야기 같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인생 전체를 회고하며 관조하는 듯하면서도
따뜻한 것이(뜨거운 것과 조금 다릅니다 ㅎㅎ) 몽글몽글 솟아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제 눈에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였어요.
<해피 투게더>의 인물들이 시간과 조응하며 변해 겪는 이야기 같달까요.
얼핏 빛바랜 후일담 같지만 인물들의 고뇌가 끝없이 영화의 시간을 현재 시제로 소환합니다.
그게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두 편 다 정식 개봉했으면 좋겠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고...
kofa에서라도 상영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12 스눞  
스칼렛 요한슨 때문에 <결혼 이야기>를 아니 보실 생각이시군요. ㅎ
<결혼 이야기>를 볼 때 제 눈에는 아담 드라이버만 보이더라고요. ㅎㅎㅎ

말씀하신 두 편 모두 다시 보고 싶은 영화들입니다.
순위를 매기고 어쩌고 했지만 워낙에 본 영화의 표본도 적고 해서
그냥 제가 재미나게 본 영화들을 고른 것인데
상상하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_^
12 리시츠키  
예, 뭐, 뉴욕커 감독들의 수다를 듣는건 저역시 매우 즐겁고 감탄도 많이 합니다.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쩔때는 배우가.... ㅎㅎ

제목도 멋진<화염 WILL COME (네게 화염이 내리리)>, 이 단호한 가차없는 대문자의 제목!!
어떤 분노? 복수? 저주? 절멸?을 담은 계시? 묵시? 우와~~~!!
영화는 안보고 상상만 하네요.

<아자씨 둘>은 올려주신 스틸컷에 온 마음을 빼앗겨버렸습니다.
저녁이 막 내리고 조금은 이른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왼쪽 1/3을 채운 노란 꽃들, 여유로운 프레이밍,
포커스 맞춰진 중년의 친밀한 두 사내가 프레임 앞으로 천천히 걸어옵니다(비닐봉다리 아주 좋고요).
이 감정들!! 역시 영화는 안보고 상상만.....


암튼뭐, 21세기 영화는 못(안) 따라가는 입장에서,
스눞님이 너무나 재미나게 소개해주셔서 요거는 나중에 꼭 봐야지하고 늘 생각하.....,
사실은 요즘 영화를 대신 감식평가해주시니 날로 먹자는 심산이........ 앗! 들켰다 >,>

친절한 댓글 감사 ;-)


**ps."2019 베스트"도 준비하고 계시는거죵??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