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스타리움관 상영 문제

영화이야기

<비탈리나 바렐라> cgv 스타리움관 상영 문제

14 스눞 22 1923 0


페드로 코스타의 신작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비탈리나 바렐라>는 시네필들 사이에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무조건 봐야 하는 영화 목록 중에도 으뜸에 꼽혔다. 게다가 스타리움관 상영이 포함돼 있어 5일, 6일, 7일 상영 중 일부러 7일 스타리움 상영 티켓을 공들여 예매했다. 뭔가 대단한 것을 보게 될 거라는 기대를 안고.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그 기대는 재앙이 되었다. 영화 때문이 아니라 영화의 상영 방식 때문이었다. 스크린의 양쪽 끝이 거대한 여백(과장이 아니다. 정말 거대한!)으로 남은 채 3/5쯤 스크린을 차지한 영화가 상영되었다. 처음엔 부국제의 악명 높은 세로 자막의 여백이 너무 넓은 것 아닌가? 했는데, 왼쪽 역시 그만큼 비어 있어서 너무 놀랐다. (내 경우에는) 영화를 보는 내내 양쪽의 흰 여백이 거슬려서 화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고, 어두운 촬영 장면이 많은 영화라 화면과 스크린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어 영화 보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자막을 담당했던 행사 진행자에게 <비탈리나 바렐라>의 원본 화면비에 대해 문의했다. 짐작대로 <비탈리나 바렐라>는 1.33:1(4:3) 화면비의 영화였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4:3 화면비 영화를 스타리움관에서 상영한 것인가요? 무슨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분도 잘 이해가 안 된다면서 고맙게도 영사 담당자를 호출해 주셨다.

영사 담당자님께 같은 질문을 다시 물었다. 그분 역시 영사 담당자들도 <비탈리나 바렐라>의 스타리움관 상영 결정이 당황스럽고 이해 안 가긴 마찬가지였노라고 하셨다. 부산국제영화제 운영위원회 혹은 집행부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떤 의도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 정말 궁금했다. 주변에서 얘기를 들어 보니, 정작 스타리움관에서 상영해야 할 영화(와이드 화면비)는 안 하고, 해봐야 소용없는 영화, 하면 이상한 영화들이 와이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것이 흔한 일이라 한다.

페드로 코스타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이런 방식으로 이상하게(?) 관객과 만난 것을 알고 있을까? 알았다면 혹은 알게 됐다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직접 듣고 싶었지만, 오늘 상영 후엔 gv를 하지 않아서 그 질문을 감독님께 직접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 <비탈리나 바렐라>

2019년 10월 7일 13:00시 cgv 센텀시티 스타리움 상영

영사 방식에 따른 원본 화질의 변형에 대해서도 질문했지만, 그런 일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스타리움관의 영사 시설과 방식이 빛과 어둠을 예민하게 포착한 이 영화의 화면을 제대로 표현했을지도 궁금하다.


80f4804ec7f96ad8c5ca5f525a30e8ea_1571199592_9901.png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22 Comments
2.35:1(4:3) 은 무슨 말인가요? 4:3은 1.33:1인데요.
14 스눞  
영사팀 이야기를 옮기는 과정에 착오가 있었네요. 1,33:1로 수정했습니다.
담당자 분 중에 한 분이 2.35:1 화면비 얘기를 하셨거든요. 저도 이상해서 재차 질문했고 다른 분이 1.33:1 화면비라고 정정해 주셨습니다.
다행히 저는 cgv 스타리움이 아니었어요^^
14 스눞  
스타리움의 재앙을 피하셨다니 다행입니다. : )
16 o지온o  
기가 차고 똥이 찰 스토리네요. ―――― , . ―――― ;;;;;;;;;;;;;;;;;;;;;;;;;

스눞님 변비 조심. 컥..
14 스눞  
이미 똥이 많이 차서.... ㅋㅋㅋㅋ
그런데 이건 마스킹의 문제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영화가 시작되면 화면 양 옆이 커튼이 쳐지면서 화면비를 맞추어줬잖아요.
어느 순간부터 마스킹이 사라졌습니다.
영화의 전당 외에 마스킹을 하는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압니다.

아마 이건 관객의 영화보는 습관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집안에서 TV, 컴퓨터로 볼 때 TV레터가 생기니까 마스킹을 하지 않는 것에 적응된 것 같기도 하고요.
암튼 저도 비탈리나 바렐라 한번 더 보고 싶네요.
속닥한 화면으로요^^
14 스눞  
스타리움관 상영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하신 분들이 주변에 제법 있었습니다.
어떤 화면일지 궁금하다는 얘기도 했고, 대형 화면으로 코스타 감독의 영화를 보게 돼서 가슴이 벅차다는 분도 계셨고요.
그런데 저는 이상한 상영 방식 때문에 영화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어서 몹시 난감했습니다.
어디까지가 화면이고 어디가 스크린의 빈 여백인지 분간이 안 가는 장면이 많았거든요.
그래도 좋았다는 분도 계셨지만요.

와이드 화면비의 영화를 보기에 좋은 스크린은 영화의 전당 쪽에나 있다는 말씀을 전해 들었는데,
스타리움 상영은 그 거대한 스크린의 크기를 제대로 활용 못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말씀처럼 마스킹을 제대로 했다면 그나마 영화를 볼 때 크게 거슬리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기대를 많이 했던 만큼 안타깝고도 황당한 상영이었습니다. 

저도 속닥한 화면으로 다시 한 번 '제대로' 보고 싶네요. : )
14 스눞  
씨네스트 게시글에서 영화제 시작 전 언급해 주신 영화 중 <7번가의 기적>과 <크라비섬>이 참 좋았다고들 하시던데, 저는 못 봐서 몹시 아쉬웠습니다.
<꿈의 안데스>도 결국 표를 못 구해 너무 안타까웠고요. 사실, 4일 19:00 티켓을 예매해 놓았는데, 함께 부산에 간 일행과의 일정 때문에 그 회차를 놓쳤거든요. 결국 보지 못해서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ㅠㅜ

<책-종이-가위>는 몹시 좋았고, 운 좋게 본 <패밀리 로맨스>도 꽤나 좋은 영화여서 행복했습니다.
<솔트 앤 파이어> 이후에 기대의 끈을 놓았던 베르너 헤어조크가 살아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 )
S nonorhc  
1. 스타리움은 상영 직전 그때그때 화면비에 맞춰 비율을 조절하지 않고 미리 첫 회차부터 비율을 고정해두고 그 비율로 하루종일 상영하는 고정형 마스킹 상영관입니다 (말로는 화면폭이 너무 넓어 그렇게 마스킹을 한다고 하지만 단 한 번도 마스킹하는걸 본적이 없습니다) 즉, 마스킹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 가뜩이나 시간도 촉박하고 온갖 돌발변수가 있는 테스트 영사 도중에 화면비에 맞춰 마스킹을 하고 거기에 자막영사기 각도도 새로 맞춰야 합니다. 게다가 상영 후 다음 영화에 맞춰 다시 돌려놔야 합니다. 마스킹 장비의 유지보수비도 만만찮아 잘 안쓰다보니 장비가 고장 났을 수도 있고 1.33:1을 지원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마스킹을 꼭 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습니다. 1년 360일가량을 그냥 놔두고 상영하다 열흘간 하려니 귀찮고 까다롭겠죠 (이건 저만의 생각입니다)
그래도 영화제 기간만큼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상영규정에 넣어 반드시 실행돼야 합니다

2. 스타리움의 영사시설은 크리스티 4K 듀얼 레이저 영사기에 16채널 스피커로 아주 좋은 편입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알폰소 쿠아론도 로마 상영을 허가해준 상영관입니다)
하지만 OLED처럼 명암비가 무한대가 아닌 만큼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여백은 하얗게 보일 수밖에 없고, 마스킹의 여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가뜩이나 어둡고 섬세한 이미지라 차이는 더 컸을 거라 생각됩니다

3. 상영관 지정은 영화제 수상작, 인기작, 예상 동원 관객 수를 우선으로 큰 관부터 배정한다고 들었습니다
오픈시네마가 아닌 갈라 프레젠테이션인데도 불구하고 야외극장에서 상영한 더킹:헨리 5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래머가 강력히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록 비탈리나 바렐라는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표범상 수상작이지만 여기에 조금 더 크게 속하겠죠
화면비... 크게 신경쓸지 모르겠습니다. 진실은 영화제 프로그래머들만 알겁니다

한줄요약 : 스타리움관도 마스킹이 가능하다. 하지만 하지 않은 것은 CGV의 잘못이다.

저도 같은 시간대에 봤지만, 많이 아쉬웠습니다. 예전에 동주 볼 때도 암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게 아주 그랬거든요
14 스눞  
아... 상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게다가 저와 같은 시간대에 보셨군요!
끈끈한 동지애를 느낍니다.  : )

어두운 장면이 많은 영화의 특성 상, 영화 화면과 스크린 여백의 경계가 불분명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몹시 신경이 거슬렸습니다.
덕분에 영화에 온전히 집중을 못 해서 몹시 아쉬웠습니다.

스타리움관 상영이 끝나고 툴툴거리던 제게 영화제에서 만난 분이 상영관 지정과 상영작 선정의 불합리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몇 년 사이 이런 경우가 잦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분은 웬만하면 스타리움 상영은 피한다고 하시더라고요. ㅠㅜ 3번에서 지적해 말씀해주신 것처럼 정치적 이유(?) 때문이거나 행정 및 홍보 편의를 위해 스타리움관 상영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들을 종종 배정한다고..
14 스눞  
1. 극장이 아닌 공간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하는 공동체 영화 상영 행사도 아니고, 영화제라면 당연히 마스킹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라면 명백한 직무 유기네요. -_- 변수가 많아 마스킹이 여의치 않다면 1.33:1 화면비의 영화는 그 화면비에 맞는 스크린의 상영관에서 상영하면 될 텐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무리를 해야 하는 지... 영화제라면 상영의 기본을 지키는 것을 우선 순위로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영사팀 현장 직원에게 영사 장비에 대해서도 문의를 했는데, 원본 화질을 왜곡 없이 그대로 재현한다고 자신있게 말씀하시더라고요. nono 님 설명을 들으니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 하겠네요. 그래도 저 역시 페드로 코스타 감독의 영화 화면은 특수한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어두운 장면에서는 화질이 다소 뭉개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지적하신 것처럼 마스킹을 명확하게 하지 않아서 원본 화면의 화질을 제대로 영사/재현했을까 궁금했습니다.   

3. 말씀하신 영화 외적인 고려는 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고려 사항은 후순위에 두고 영화제는 무조건 상영 영화 우선!,이라는 원칙을 꼭 지켜 줬으면 좋겠네요.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
12 맨유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0일에 상영을 해줘서 전 부산에서 다른 작품을 봤는데
이런 일이 있었군요... ㅠㅠ 이해가 가지 않는 방식이네요
14 스눞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을 하는군요. 그날 기회가 되면 다시 제대로 봐야겠습니다.
까막눈이 저도 몹시 신경 쓰리고 불편했는데, 어떤 분은 그래도 좋았다고 하시더군요.
다른 건 몰라도, 당시 영사팀 현장 직원도 '스타리움 스크린에 어울리지 않아 이해가 안 가는 상영작'이라고 얘기하는 걸 보면
확실히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12 맨유  
넵 26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도 상영해주니 참고하세요! ㅎㅎ
14 스눞  
앗! 그렇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0
1 와일드캣  
비슷한 경험하신 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본 영화는 베르트랑 보넬로의 <좀비 차일드>였는데 문제가 좀 더 심각했던 것이 자막칸의 흰 여백은 물론이고 마스킹을 2.35:1 비율로 맞춰놓아서 다른 색깔의 여백이 또 존재해서 무려 2개의 여백이 존재하는 상태로 영화를 상영하더군요! 충격이 워낙 커서 (다른 곳도 아니고 부국제에서 이런 경험을 할 줄은 정말로 생각도 못 했기에) 상영 내내 집중을 못 했습니다. <비탈리나 바렐라>처럼 1.33:1 비율도 아닌 1.85:1 영화였는데도 말이죠. 스크린의 크기가 스타리움이 아니라 여백의 크기와 갯수가 스타리움급이라 스타리움관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CGV와 롯데시네마가 마스킹을 제대로 안 한거야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영화제 그것도 부국제라는 곳에서까지 이런 행태가 이어진다는 사실과 거기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못 느낄 게 분명하다는 인식까지 드니 암담하게 느껴지더군요 (외국 관객들도 많았는데 제 낯이 뜨거워졌습니다. 외국 극장들은 마스킹을 얼마나 준수하는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CGV와 롯데시네마를 극장이 아니라 테마파크라고 부른지 오래됐습니다. 마스킹 같은 기본적인 예의는 개무시하고 스피어X니 스타리움이니 4D극장이니 하면서 극장을 유원지처럼 취급하는 행태에 질려서 말이죠 (그외에도 문제점이 엄청 많지만). 개봉작들도 왠만하면 저 두 극장에서는 되도록 안 보려고 합니다. 마스킹을 안하는 건 둘째치고 가장 암담한 사실은 하스미님이 지적하신대로 영화 관람의 습관이 TV와 컴퓨터 모니터에 맞춰져서 거기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관객들이 대다수라는 현실과 극장들이 그걸 알고 배짱장사를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예전에는 항의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냥 포기한 상태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평론가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형국이구요 (그나마 듀나 정도만이 제가 알고 있는 전부입니다). 

사실 제일 충격받은 건 그동안 레터박스가 상하로만 생기는 것만 주궁장창 보다가 이번 부국제에서 양사이드로도 생기는 걸 봤다는 겁니다. 역시 영화제는 달라...이런 경험은 예전에 CGV에서 상영하는 <신고질라>가 4면으로 레터박스가 생긴 상태로 본 걸 제외하면 처음 아니었을지 (그 때도 충격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사족으로 저 역시 이번 부산에서 <비탈리나 바렐라>를 보려고 했다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예매를 취소했는데 경험담을 들으니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적어도 아트시네마는 마스킹은 잘해주니까요. 어제 아트시네마에서 상영해주는 <반다의 방>을 오랜만에 관람하니 기대가 다시 샘솟네요.
약간 뜬금없지만 <좀비 차일드>는 어땠나요?
제가 시간이 없어서 이 영화를 포기하고 수오 마사유키의 <변사>를 선택했습니다.
못 본 작품이라 몹시 궁금합니다.
1 와일드캣  
틴에이저 무비와 좀비 장르의 결합이라는 소재도 독특하지만 영화 자체의 분위기가 더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감독의 전작은 <라폴로니드 : 관용의 집>만 관람했는데 그 작품처럼 몽롱한 기분으로 풍선끈을 잡고 하늘 위를 걸어가는 기분이더군요. 사실 두 장르는 거의 알리바이에 가깝고 실제로는 과거의 아이티와 현재의 프랑스를 대비시켜면서 그 안에서 교집합을 찾아내려는 시도처럼 보입니다. 언데드 상태로 강제노역을 겪다가 어머니를 찾아가는 아이티 노예와 정체된 짝사랑에 때문에 방황하는 프랑스 여고생 파니의 서사가 결말에서 놀라운 방식으로 엮이는데 이 과정이 마치 꿈을 꾸는 사람이 서서히 각성 상태로 바뀌는 것처럼 진행됩니다. 아이티 노예는 언데드 상태이고 파니는 자신의 환상을 통해 이상형의 남성을 소환하고는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둘 모두 꿈을 꾸는 자라고 할 수 있을테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몽롱한 분위기가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감독은 이 두 명의 서사에서 교집합을 정체성을 잃어버린 (혹은 확신할 수 없는) 자 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원인은 과거의 비극적인 역사가 지금까지도 보이지 않는 안개 상태에서 주위를 휘감고 있는 것이고 때문에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여학교에서 학생들의 집합 장면의 경직된 분위기나 합창하는 장면에서의 파니의 표정 등등). 전 개인적으로 파니가 간간히 소환하는 환상 장면이 기억에 남았는데 소환된 장소가 숲속이며 등장하는 남성이 나체라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여고생의 환상치고는 꽤나 원시적인 느낌인데 전 이것이 과거의 아이티의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역사가 미친 영향 때문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때문에 아이티 노예 뿐만이 아니라 파니도 어찌보면 거의 반 좀비 상태라고 봐도 될텐데 때문에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클라이맥스 장면은 벙찔 법도 하지만 저는 나름 의미 있었고 영화의 논리상 필연적인 귀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19금 영화였다면 좀 더 과감하게 갔을 법도 했을지도 라는 생각도 들고...영화의 서사가 파편화가 심해서 일반적인 서사를 기대하신 분들은 결말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상영 후에 관객들 사이에서 그런 분위기가 적잖이 있더군요)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극중에서 중요한 캐릭터인 멜리사가 저는 너무 기능적으로 작동한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더군요. 영화의 서사를 보충하기 위한 캐릭터 이상처럼 보이지가 않았어요.
과거와 현재가 교차된다는 점에서 <라폴로니드 : 관용의 집>과도 닮았네요.
여전히 지속되는 식민주의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postcolonialism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비탈리나 바렐라>와도 유사하네요.
수전 벅 모스가 쓴 <헤겔, 아이티, 보편사>를 읽으면서 서구와 아이티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는데... 이런 영화를 놓치게 쓰라리네요.
언제가 볼 날이 있겠지요.
답변 감사합니다^^
14 스눞  
이제야 와일드캣 님 글을 읽었습니다.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__)

글을 읽어 보니 <좀비 차일드>의 경우는 더 심각했네요.
그런 여건에서 영화 보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아... 상상만 해도...

4면이 모두 레터박스로 둘러진 영상을 본다니...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와일드캣 님 말씀처럼 영화제에서만이라도 이런 부분(마스킹 등)을 좀 신경 써 줬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14 스눞  
오늘도 씨네스트 고수님들 글 읽으면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