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에 바라는 것

영화이야기

부산국제영화제에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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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준비하고 치르느라 욕보신 자원봉사자 이하 행사 스태프 여러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전합니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 한 편의 영화라도 더 보고픈 관객 입장에서 영화제를 보고 즐기며 아쉬웠던 점을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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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부터 참석하셨다는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 예전에는 (시간표를 잘 짜면) 하루 다섯 편도 가능했다. 지금은 하루 4편 관람이 최대치이고, 어떤 영화들은 상영 시간이 살짝 오버랩 되어서, 앞에 보던 영화를 끊고 다음 영화 상영관으로 죽어라 달려가야 했다. 영화제 참가를 위해 1년에 한 번 부산까지 찾아오는 영화광들에게 하루 4편 관람은 당연지사인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하루 5편은 요원한 꿈같다. 심지어 어떤 날은 야심차게 하루 4편에 도전했다가 야심차게 실패. <와스프 네트워크>는 하늘연극장에서 오후 2시 시작 - 4시 3분 종료되고, 그 다음 영화 <책-종이-가위>가 cgv 센텀시티 3관에서 4시에 시작하게 짜 놓은 이상한 시간표 때문에 결국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이 밀렸다. <책-종이-가위> 4시 상영 시간에 맞추려고 <와스프 네트워크>의 20분을 버렸다. 영화의 결말은 내게 미제 사건처럼 남았다(지못미, 아사야스 -_-). 그 외, 보고 싶은 화제작들을 같은 시간대에 줄줄이 몰아 놓은 시간표를 볼 때마다 분노(응?)가 치민다. 예전엔 이렇지 않아서 하루 최대 5편까지 보는 것도 가능했다던데, 이렇게 시간표를 거지같이 짜 놓은 관계자를 만나면 명치를 한 대 탁! 치고 싶다. ㅋ


• 5일 오전 10시 영화 <성체축일>을 보러 갔다. Cgv 센텀시티 3관. 9시 45분쯤 신세계백화점 건물에 도착했는데, 극장(7층) 올라가는 출입구가 한 곳뿐이다. 사람들 줄이 건물 밖까지 길게 늘어섰다. 이게 뭐야? 백화점 개점은 11시. 그전에는 극장쪽 엘리베이터 세 기가 극장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상영 시작 시간은 다 돼 가는데 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관객들 패닉. 나는 겨우 비상계단을 찾아 죽을 똥을 싸며 뛰어 올라갔다. X발, X발 욕을 하며. 덕분에 영화 머리 5분은 놓쳤다. 열이 받아서, 극장 관계자와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관계자들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백화점 에스칼레이터를 이용해 극장에 갈 수 있도록 집행부에 건의를 부탁했다. 그러나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상황은 똑같았다.



• 첫 타임 영화(오전 10시 - 11시 사이에 시작하는)가 많이 사라져서 관객들의 선택지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7일, 8일, 10일, 11일의 첫 회차 상영작은 2편에서 4편 사이) 죽으나 사나 그것들 중 한 편을 골라야 한다.

• 예전 gv는 누구나 와서 들을 수 있었다. 심지어, 몇 시에 어느 극장에서 gv가 있을 예정이니 아무나 와서 보세요,라는 gv 참석 독려 안내 방송이 많았다. 요즘은 영화 티켓이 없으면 gv 때도 입장이 불가능하다. Gv의 핵심이 뭔가. 게스트와 관객과의 대화/만남 아닌가? 영화를 본 관객들이 다음 영화를 보기 위해 서둘러 빠져나가는 바람에 게스트들이 이 빠진 객석을 보며 gv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gv를 공개 개방해서 활성화하는 것이 성공적 영화제 개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 마지막 상영작이었던 <글로리아 먼디> gv는 극장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얼른 끝내라는 스태프들의 압박(?) 덕분에 관객들 질문 세 개 받고 허망하게 끝나버렸다. 이런 일이 다반사이지만, 그날 마지막 상영작의 gv만이라도 여유 있게 진행됐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리고 게스트나 진행자의 얘기를 길게 하는 것보다 관객들 질문을 하나라도 더 받았으면 좋겠다. Gv를 보기 위해 일부러 gv를 하는 시간대 예매를 하는 관객들을 위해서라도...

• '관객과의 대화'를 한다는데 무대가 침침하다. 어두컴컴한 무대 위에서 게스트들 표정도 잘 안 보이는데 그게 무슨 관객과의 대화? 롯데시네마는 단상 위에 밝은 조명을 비춰주어 좋은데, cgv는 아무리 건의를 해도 '원래 그렇다' '어쩔 수 없다'는 앵무새 답변만 되풀이 중. 제발, 단상 위 조명 좀 설치해서 상호 표정 식별 가능한 gv를 봤으면 좋겠다.


• 더 심각한 일은 10월 5일 <디아파종> gv 때 벌어졌다. 감독과 작가가 열심히 답변을 했는데, 통역자가 말을 이상하게 바꾸어 전달했다. 감독의 발화 내용과 전혀 다른 통역을 한 통역 사고였다. 객석 여기저기서 ‘그렇게 통역하면 안 되지 않나요?’ 하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급기야 보다 못한 진행자가 대신 통역에 나서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24년이나 된 국제적 영화제가 이 정도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코미디 아닌가?

• 영화제 일정 마지막 날에는 수상작들을 상영하는데, 시간표만 나와있지 어떤 작품인지 알 수 없다. 현장 스태프들에게 여러 번 물었지만, 당일 오전 10시가 돼야 어떤 영화가 수상-상영할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일단 예매를 하기는 했는데, 내가 이미 본 영화면 어떡하나. 폐막식 하루 전날이라도 알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이미 본 영화들이라면, 내일까지 부산에 있을 필요 없이 집에 갔을 텐데...

• 배차 간격이 긴 영화제 셔틀버스는 한 번도 이용해 본 적 없다. 셔틀 타고 다녔다면 이동 시 상영 시간에 지각하는 사태가 수두룩했을 듯.

• 예술의전당이 있는 센텀시티에서 남포동까지 가는 코스는 시간표 짜기의 공공의 적이다. 올해부터 다시 남포동 상권을 살리기 위해 내린 경제적/정치적 결정이라지만, 센텀시티 상영관들이 영화제의 주 상영관인 요즘은 남포동까지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롯데시네마 대영에 한 번 갔다가 혼쭐이 난 나는 그날 이후 일정에 절대 남포동 상영 영화 목록을 넣지 않는)다.

• 부산영화제 1회부터의 열혈 관객들은 '그때가 그립다'는 말을 자주 한다. 남포동 시절에 대한 향수가 여전히 회자되는 걸 보면, 시설과 시스템의 조직적 재정비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닌 듯싶다. 많은 분들이 남포동 시절이 지금보다 불편했지만 보다 '인간적'이었다고 말하는데, 영화제 집행부가 그런 의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영화제 마자막 날 메모)


여러 차례 블로그에 썼지만, 부산국제영화제 마지막 날 상영 일정이 잡힌 6편의 영화(뉴 커런츠 수상작 2편, 지석상 수상작 2편, 시민평론가상 수상작 1편, 부산은행상 수상작 1편)는 상영 당일 오전 10시나 되어서야 어떤 작품인지 알 수 있었다. 수상작이 어떤 작품인지 알아야 예매 여부를 결정할 것 아닌가, 수상작이 이미 내가 본 영화면 볼 필요가 없는데 어떤 영화인지도 모른 채 무조건 부산에서 하루 더 숙박을 하며 기다려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전날인 11일부터 인포메이션 데스크의 현장 실무자들에게 수차례 문의했으나, 12일 오전 10시에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는 답변만 반복해서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어떤 영화가 상영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날 티켓을 예매했다.

그런데, 12일 오전 10시가 되어도 부국제 홈페이지에는 수상작에 대한 어떤 공지도 업데이트되지 않았고, 무슨 영화인지도 모른 채 중극장 좌석에 앉아 '뉴 커런츠 수상작 1'을 봐야 했다. 프롤로그를 지나 <하이파 거리> 제목이 뜨는 것을 보고서야 뉴 커런츠 수상작 1이 어떤 영화인지 알게 됐다. 수상작 발표가 깜짝 이벤트도 아니고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지. -_- <하이파 거리> 상영이 끝나고 다시 인포메이션 데스크를 찾았다. 오전 10시가 지난 지 한참 되었지만 부국제 홈페이지를 아무리 봐도 수상작 공지를 찾을 수 없는데 대체 어디서 확인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현장 스태프들도 답답해하며 자신들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고 했다. 대신 현장 매표소에 가면 종이에 수상작을 적어 붙여 놓았으니 가서 확인해 보라고 했다. 현장 스태프들 역시 운영위원회의 허술한 진행과 처신에 어이없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매표소에 가 보니 종이에 수상작 제목을 적은 메모가 네 장 붙어 있었다. 그것도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 같은 곳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매표소 데스크 윗면에 붙여 놓아서 예매를 위해 줄을 선 관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겨우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이게 대체 뭐 하자는 짓인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이 줄어서 운영 상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는 기사를 보았지만, 마지막 날 직접 겪은 상황은 예산 삭감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무신경과 태만의 극치였다고 생각한다. 약속대로 오전 10시에 홈페이지에 수상작을 공지하는 것이 예산 삭감과 무슨 상관이 있으며, 흰 종이에 인쇄한 수상작 공지를 관객들 눈에 띄지 않은 곳에 대충 붙여 놓은 것이 예산 삭감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나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상영작에 대한 특별한 행사(심사위원들이 선정 이유를 발표한다든가, 관객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다거나 하는)도 없었다. 수상작 상영인데 준비된 이벤트 하나 없이 그냥 깜깜이 상영 후 끝. 이렇게 엉터리 주먹구구로 할 거라면, 마지막 날 수상작 상영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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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6 o지온o  
음.. 사실 부산 국제 영화제에는 딱히 관심이 없는 일인입니다.
거리가 멀기도 하고
그동안 부국제를 다녀온 주변 친구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뭔 ㅄ멸치 똥 따는 이야기지?」 ..라는 것이 저의 감상이었네요.

스눞님 글에서도 지적하신 것이니 따로 할 말은 없고..
어떤 영화제이건 내가 원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볼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서 그런 정성이 모인다면
훨씬 알찬 축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해요.

재차 언급합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눞님 게시글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똑같습니다. ㅋㅋㅋㅋ
「이거 뭔 ㅄ멸치 똥 따는 이야기지?」 ........................ ―――― , . ―――― ;;;;;;;;;;;;;;;;;;;;;;;;; 뜌릅~

14 스눞  
부산에서 만난 시네필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씀이,
영화제 운영이 엉망이라 마음에 들지 않지만 좋은 영화들을 모두 모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해마다 부산영화제에 온다고 하시더군요.

규모가 커진 만큼 조금 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관객 친화적인 영화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
영화가 끝나고 선물 추첨 행사를 하는 것도 참 어색했습니다.
마지막 영화가 10시 넘어 끝나는데 영화관 나서는 관객들 붙잡고 요란스런 행사하는게 저는 거슬리더군요.
영화의 감동을 조용히 감싸고 가고 싶은데 마이크 맥시멈으로 높여 바락바락 악쓰며 진행을 하니 외국인 중 한명은 귀를 막고 뛰쳐나갔습니다. 이게 무슨 짓인지..
12 삿댓  
저도 그 현장에 있었는데 진짜 짜증났습니다.. 재빨리 나오고 남아있던 분한테 들은 얘기로는 이 자원봉사자는 여친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이런 ox 퀴즈나 했다고..
14 스눞  
저는 보지 못했지만, 두 분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도 뒷골이 아프고 혈압이 오르네요.
국제적인 규모의 영화제에서 왜 저런 쓸데없는 퀴즈를 내는 껍데기 행사를 하는 걸까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_-
24 umma55  
부산영화제에서 예매를 하려면
네이버나 다음이나 뭐든 가입을 해야만 하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기가 막히죠.
보통 인터넷 쇼핑 하듯이 예매할 영화를 장바구니에 다 모아놨다가
한 번에 결제, 절대 못했습니다.
영화를 설흔 편 예매한다면 설흔 번을 창을 두 개 열어놓고 왔다갔다 하면서
인적사항과 카드정보를 입력해야 했지요.
너무 화가 나서 영화제 자체를 몇년 보이콧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봐야 코웃음이나 치겠습니까만^^).
그러다가 다시 할 수 없이 돌아왔습니다.ㅠ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장바구니 쇼핑은 언감생심이죠.
인터넷 강국이라는데 내용은 너무나 빈약합니다.
프로그래머 추천 작품 소개글에 영화 제목이 다 빠진 것도 어어 없죠.
이 < > 부호 안에 제목을 쓰면 글자가 안보이는 게시판 시스템인가 본데 제가 관계자에게 이야길 해도 영화제 끝날 때까지 안 바뀌었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표를 구입하지 않고 예매표로만 봤습니다만, 현장 구입 관객말로는 매표 담당 자원봉사자가 예전에 비해 강압적이다라는 말도 하더군요.
뭐 이리저리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네요.
1 와일드캣  
2년만에 방문하는 부국제였지만 개별 영화들이 주는 충족감과는 별개로 저도 영화제에는 의문부호와 불만이 늘어났던 것도 사실입니다. 일단 티켓값이 올랐더군요! (제일 큰 문제 ;;;)
제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아침 상영 스케줄이 대폭 축소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본문대로 예전에는 잘 짜면 하루 5편도 가능했는데 (정작 시도해본 적은 거의 없지만) 이제는 하루 4편은 둘째치고 3편이 맥스치더군요. 예산이 줄었다는 말은 듣긴 했지만 그것과 상영스케줄의 축소가 무슨 상관관계에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저녁에 술먹는 영화광들이 많다는 점을 배려한 부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보기엔 차라리 이쪽이 현실성이 더 있어보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남포동 상영이 부활한 건 득과 실이 있겠지만 저 같은 관람객들 입장에서는 실이 더 많긴 합니다. 남포동 자체는 저도 참 좋아하긴 합니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너무 멀잖습니까. 가려면 하루 날잡고 거기서만 죽치고 있을게 아니라면 너무 많은 시간을 이동에 투자해야 하고 최소 1편은 포기해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게 너무 아까웠습니다. 부국제 거리라는 걸 만들어두고 정작 상영은 안 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긴 했습니다만...오랜만에 남포동에 가니 홍대나 신촌 뺨치는 번화가를 보면서 상권부활이라는 명목도 잘 안 와닿기도 했고요. 그래도 남포동 상영에 많은 사람들이 아련한 추억담을 담아 말하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아무래도 센텀 근처에만 있다보면 그 거대복합단지의 인공적인 면모에 질리게 되는 게 사실이거든요. 여기 사는 사람들은 반경 1km 이내에서만 평생 거주해도 먹고 부족한 게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매번 들어서요.

gv에 관해서는 제가 점점 gv나 상영 후 대담 같은 자리에 무관심해지고 있어서 올해는 지인들이 참여한 영화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gv를 패스해서 무어라 할 말이 없긴 합니다만 이런저런 경험담들을 들으니 별로 나아진 게 없구나 라는 생각입니다. 영화제 gv에서의 사고야 이젠 뉴스거리도 안되지만 좀 나아지긴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폐관시간 때문에 gv를 빨리 끝내라고 독촉하는 건 정말이지 제발 좀 없어졌으면 하는 관행입니다. 스태프들이 극장 청소해야 한다고 엔딩크레딧 때 빨리 나가라고 독촉하는 무언의 시위와 다를 게 뭔지. 본문에서 지적하신 대로 예전과 달리 매표 관객들만 gv를 볼 수 있게 바꾸어 놓은 것도 삭막해졌다고 느끼는 부분입니다. 진행하는 입장에서야 다른 문제들이 있겠지만.

그리고 셔틀버스가 계속 존재하기는 한가요? 홈페이지에서 셔틀버스 운행 공지를 찾아볼 수 없었고 영화제 기간 내내 한 번도 못 봐서 그냥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요. 해운대 상영이 사라진 지금은 실용성이 많이 떨어지기는 합니다만은. 센텀 - 장산 구간은 그래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예전에 그래도 나름 영화제 정취를 느낄 수 있었던 부분 중 하나라 아쉽긴 합니다 (아직도 저는 부국제에 가면 예전 셔틀버스에 붙어있던 <패션왕> 포스터들의 임팩트가 간간히 기억납니다. 명예로운 죽음을 당한...) 

상영시 마스킹 문제는 님의 다른 글에서도 불만을 토로했습니다만 사실 이번 영화제에서 제일 충격받았던 부분입니다. 안 지키는 건 둘째치고 레터박스가 양사이드로 이중으로 생기는 걸 영화제에 경험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어서. 스타리움에서 관람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만 다시는 갈 일이 없을 거라 확신합니다.

결론적으로 해가 지나도 영화제가 계속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뭔가 예전에 비해 인간적인 정취라고 해야할까, 사람 냄새 나는 구석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도 그렇구요. 너무 센텀 근처에서만 상영을 해서 그럴까요? 그런 점에서는 남포동 상영이 부활한 게 나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저로서는 새벽버스를 타고 내려와서 꼭두새벽에 새우잠을 자면서 매표소 앞에서 진을 치고 예매에 성공한 뒤 아침 돼지국밥을 먹고 졸면서 영화 관람을 한 뒤 비틀거리면서 모래사장을 거닐었던 해운대 상영이 부활했으면 합니다만은...(그런데 그 때에 비해 해운대도 참 많이 변했더군요. 이젠 서울 어디에 있는 번화가에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고 인공적으로 바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