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의 할리우드 -

영화이야기

뒷모습의 할리우드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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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 영화를 봤다.

아직 미심쩍은 장면들이 있어서 한번 더 보기 전에 영화에 대해 긴 이야기를 쓰진 못하겠다.


이번 신작은 타란티노의 최근작 중 가장 동시대적인 배경에 해당한다.

<바스타즈>가 2차 대전 중을, <장고>와 <헤이트풀8>이 남북 전쟁후를 배경으로 한다면 1969년의 6개월간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타란티노가 7살이었던 때로 로스엔젤레스 카운티에 살고 있었을 때다.


69년의 문화적 자장을 느낄만큼 성숙한 나이는 아니었지만 훗날 그의 영화적 사고를 형성하는 것이 60, 70년대 B급 영화라는 점에서 이 시기는 중요하다.

그리고 샤론 테이트의 죽음과 영화적 부활을 할리우드의 죽음과 부활로 연결시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번 영화가 그의 영화 중 개인적인 시기와 맞물려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주춤거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타란티노가 인터뷰에서 밝힌대로 최대한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따뜻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유년기를 공들여 복원하다보니 서사 구조에 있어서 잉여로 보이는 장면들이 넘쳐나고 그것은 영화를 느슨하게 보이게까지 한다.


물론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가다가 마지막 30분에 폭력을 집중시키는 수법은 여전하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보면서 '아~'하고 장탄식을 했던 장면은 마지막 폭력씬이 아니다.

차라리 그런 장면이라면 스판 농장 씬이 훨씬 짜릿하다.

별 것 아닌데도 마치 토브 후퍼와 존 카펜터의 B급 호러 영화를 연상시키는 그 장면이 연출적으로 더 뛰어나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실의에 빠진 릭 달톤(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를 집에 데려다주고 언덕길을 내려오는 클리프 부스(브레드 피드)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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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는 딥 퍼플이 부르는 'Hush'가 흘러나오는데 클리프가 폭스바겐 카르만 기아를 몰고 전속력으로 달린다.

카메라는 클리프의 뒷머리가 바람에 날리는 뒷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 아름답다.

마치 모든 것이 기하학적인 조화를 이룬 것 같은 아름다움.

석양 지는 할리우드의 모습을 배경으로 찍은 이 장면은 이제는 사라진 시기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자세히 보면 이 영화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은 장면들이 즐비하다.

사진작가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을 보고 미셀 투르니에가 쓴 <뒷모습>이라는 책에서 본 후면의 아름다움을 이 영화는 다시 한번 떠올린다.

뒷모습, 그것은 사라지는 것의 마지막 모습이다.


두 남자가 샤론 테이트의 집으로 들어가며 끝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이런 뒷모습의 애잔함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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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감독이 타란티노라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가봐야겠네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제 앞의 커플은 영화가 1/3 밖에 안지난 지점에서 자리를 떴습니다.
7 Harrum  
박하사탕이었나, 슬픈 엉덩이가 생각나요.
보게 되면 저도 그 장면을 집중해서 보겠습니다
새롭게 본 장면 있으면 알려주세요^^
S 컷과송  
한글제목에서 '...'이 빠졌습니다.
제목의 '..."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무심코 넘기려다 이 말줄임표에 멈춰서 고민을 했습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과 '인 할리우드'사이에 심연이 있네요.
S 컷과송  
저는 '주저함' 혹은 '자신할 수 없음'이라고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