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책을 읽을 때 - 에릭 로메르의 (1967)

영화이야기

영화가 책을 읽을 때 - 에릭 로메르의 <수집가>(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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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감독, 특히 누벨바그 계열의 감독들은 애독하는 작가와 책을 과시하려는 것처럼 너도나도 스크린에 펼쳐 놓는다.

이를테면 프랑소아 트뤼포의 발자크, 장 뤽 고다르의  마오 선집, 에릭 로메르의 파스칼...

급기야 알랭 레네는 파리의 도서관에 대한 <세상의 모든 기억>(1956)을 만들었으니 다들 독서 편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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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브라이언 드 팔마의 초기 영화를 보다가 뜬금 없이 등장하는 책을 보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드 팔머 감독이 히치콕의 적자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 뿐만 아니라 그의 초기작에는 누벨바그의 영향도 눈에 띈다.

<그리팅>(68)에서 프랑수아 트뤼포가 쓴 <히치콕/트뤼포>(국역 명 <히치콕과의 대화>)가 나오는 장면.

새로운 물결이 대서양을 건너 젊은 감독의 마음을 적셨던 것.


<모드의 집에서 하룻밤>(1969)에서 파스칼의 확률론을 접한 사람이라면 에릭 로메르가 독서광이라는 것을 짐작할 것이다.

(파스칼의 <팡세>는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로메르의 첫번째 컬러 영화 <수집가>(1967)에는 제목처럼 감독이 즐기고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하다.

특히 책과 도자기, 여행에 대한 기호가 두드러지는데 이번에는 책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자.


로메르는 자신의 영화 속 인물들이 휴가를 보내면서 세계 문학계의 기념비적인 작품을 읽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수집가>의 남녀가 읽는 서적은 탐복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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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파트릭 보쇼)이 읽는 책은 <루소 전집 1>.

자크 쉬프린이 편집한 그 유명한 비블리오테크 들 라 플레야드(Bibliothèque de la Pléiade) 시리즈 중 한 권이다.

1931년 쉬프린은 젊은이들이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는 문고판 고전을 기획했는데 이게 지금까지 800여권의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눈을 부릅뜨고 보면 <루소 전집1>에 포함된 루소의 저작물은 <고백>, <대화>, <어느 산책가의 몽상>, <자서전>이다.

 장의 독백으로 전개되는 영화라는 점에서 이 전집에 속하는 글들과 묘한 공명을 이루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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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이데(아이데 폴리토프)가 읽는 책은 알베르 베겡의 <독일 낭만주의>.

영화 속에서 아이데는 여러 남자와 어울리는 남자 수집가처럼 보인다.

남성적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장에게 그녀는 말한다.

"나는 무엇인가를 찾고 있을 뿐이다"라고.

보헤미안적 감성을 가진 아이데가 헤픈 여자가 아니라는 것은 읽고 있는 책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계절은 낙엽을 책갈피로 쓸 수 있는 가을이다.

이번 가을엔 또 어떤 책으로 내 마음을 여물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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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2 o지온o  
지적인 여성은 아름다움도 +1 되는 듯 합니다.
남성도 매력 +1 이라고 해 두죠. (사실 남성쪽은 크게 관심이 없기는 함 ㅡ,.ㅡ;;;;;; 크흠.. ㅋㅋㅋㅋ)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