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聖)과 속(俗)의 희미한 자리에서 - 알프렛 히치콕의 <해리의 소동>
히치콕 전문가이자 그에 대해 탁월한 책을 쓴 도날드 스포토는 히치콕의 <해리의 소동>(55)을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읽는 방식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영화에서 해리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는 인물이 세 명이나 된다는 점은 얼핏 기독교의 원죄 의식을 연상케한다.
게다가 죽은 해리의 초상화가 화가 루오가 그린 그리스도 그림과 닮았다는 점도 많은 영화 평론가가 지적한 사실이다.
스포토는 해리가 그렇게 좋은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예수와 무관하다는 지적을 한다.
오히려 이 영화는 사회적 금기로서 섹스와 죽음을 다루고 있으며 영화의 많은 유머가 금기의 전복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스포토의 의견에 수긍을 하면서 최근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가 언급하지 않은 한 장면에 대해 훈수를 둔다.
와일즈 선장을 집으로 초대한 미스 그레이블리는 잡화점에서 컵을 하나 고른다.
마침 그 곳을 들른 화가 말로우에게 컵 손잡이에 손가락을 넣어보라고 한다.
물론 이것은 와일즈 선장의 손가락이 들어갈수 있는지를 시험해보기 위한 것인데 이건 대단히 성적인 농담이다.
아울러 이 장면은 살인 사건과 관련해서 방아쇠를 쥐는 손을 연상시킨다.
도날드 스포토가 지적한 성과 죽음의 연관성이 영화에서는 컵 손잡이 하나에 집약되어 있다.
1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