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영알못의 괴로움 : 이터널 선샤인 번역 자막의 경우

11 스눞 9 383 1 0
<이터널 선샤인> 정식 자막의 번역 문장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들 :

I thought maybe you were a nut, but you were exciting.
(넌 또라이 같았거든, 근데 끌리더라)

네이버 영화 <이터널 선샤인> 항목에 관객들이 올린 명대사 코너에는 이렇게 번역돼 있다. "난 네가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넌 단지 들떠있을 뿐이었어." 두 번역문은 의미와 어감이 너무 다르다. 이 번역 문장은 어디서 나온 걸까? 2017년 재개봉 당시 '엔터테인먼트' 석태진 기자의 기사에도 같은 문장이 명대사로 소개된다.





Why do I fall in love with every woman I see who shows me the least bit of attention?
(왜 내가 사랑하게 되는 여자는 내게 관심도 없는 걸까?)

위에 얘기한 네이버 영화 <이터널 선샤인> 항목에는 세 가지 번역본이 올라 있다. 

1) 난 왜 내게 관심을 보이는 모든 여자와 사랑에 빠질까?
2) 어떻게 나에게 조금만 관심이라도 보이면 사랑하지 않고 못 배기는 걸까?
3) 어째서 티끌만큼이라도 내게 관심을 보이면 사랑하지 않곤 못 배기는 걸까?


세 문장은 표현만 조금씩 다를 뿐 같은 의미로 이해되지만, 정식 자막의 번역문은 느낌 자체가 다르다. 어떤 번역 자막으로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영어 무식자로서 이럴 때마다 혼란스럽다.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결국 원어로 봐야 하나?, 싶다. 내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9 Comments
5 머랭곰탱  
그래서 번역자가 중요한것 아니겠슴.... 전체적 맥락이나 느낌을 살리는건 번역자의 개인적 역량이라..... 항상 아쉬움이 남죠.
11 스눞  
그러게나 말입니다. :)
S MacCyber  
비록 쓰레기 취급을 받는 영화라도 수 많은 시나리오 중에서
영화화가 결정된 선택된 시나리오고  그걸 쓴 사람은 적어도
'작가'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죠.
대사가 단순히 상황 설명 정도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문학 작품을
기반으로 했거나 작가가 그런 성향이면 대사도 상당한 의미를
내포할 수가 있죠.  이 수준이 되면 단순히 영어를 잘 한다고 번역이
되는 게 아니고 문학평론가급(그것도 원어로 볼 수 있는)의 이해력이
있어야 '그나마' 원래 의미를 살려낼 수 있을 겁니다.

원어의 이해는 원론이라고 치더라도 위의 경우에는 직역과 의역의
어려운 경계 문제라고 생각되네요.  번역가에 따라서 의역의 정도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칭찬해줄 만큼 잘 한 경우도 있지만
두 번, 세 번 꼬아서 표현하다가 원 의미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앞 뒤 상황 무시하고) 위 원문을 본다면-

0) 여자가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하는 건 너무 극단적인 부정이라서
    의미 전달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1) 관심의 정도는 제외됐지만 영화 자막으로는 가장 무난하게
  (의미 전달과 글자수 축약 관점에서) 보입니다.
2) & 3) 의미는 비교적 정확하지만 뜬금없이 '~않고는  못 배기는 걸까?'
  로 필요 이상의 표현을 쓰기도 했고 문장이 길어지는 문제도 있죠.
  (대사로써 쉽게 이해가 안 되기도 하고요.)

번역가도 그 문장을 몇 번 반복해보면서 의미가 맞나 고민할 수 있는데
원어로 본다고 해도 듣는 순간에 그 의미와 내포된 뜻까지 파악한다는 건
원어민들도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
결국은 가끔씩 논란이 되기도 하는 번역가의 역량이 중요히겠죠.

   
11 스눞  
귀한 답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그렇군요. 제가 예시로 올린 두 번째 문장의 경우에 번역가가 적절하게 번역했다고 보면 되겠군요. 그런 의미로 그 대사를 이해하겠습니다.

제 경우에는 첫 문장의 경우가 더 난감했는데요, iptv 등 2차 판권으로 풀린 영화의 번역 자막을 예로 든 것인데, 극장 상영 당시 한글 자막과 달리 다른 번역가가 번역한 자막인 것 같습니다. 링크한 신문 기사의 경우에도 "난 네가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넌 단지 들떠있을 뿐이었어."라는 대사를 예로 들었는데, iptv에서 본 한글 자막은 그 문장을 (넌 또라이 같았거든, 근데 끌리더라)라고 번역해서, 이 두 번역문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난감했습니다.

날 쌀쌀해졌네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_^
S MacCyber  
I thought maybe you were a nut, but you were exciting. 
지금 영화 내용도 기억 안 나는 상태라 전후 상황은 모르겠지만
위 문장도 '넌 또라이 같았거든, 근데 끌리더라'가 정확하게 보입니다.
대충 직역해도 '네가 미친놈(또라이)일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너는 흥미로웠다."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 be exciting : 자극적이다, 흥미를 끌다 등의 의미)

두 번째 해석 '넌 단지 들떠있을 뿐이었어' 는 일단 원문에 '단지, '~일뿐'이라는
말 자체가 없는데 그걸 붙인 게 일단 문제가 되고 그런 의미가 되려면
(영어선생님이 아니라서 문법까지 설명은 못 드리지만 ^^;;) 'you were excited.'로
해야 맞을 겁니다.  즉, 번역하신 분이 exciting을 한 가지 의미로만 생각해서
생긴 오역의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
11 스눞  
그렇군요. 그 문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두 사람 첫 만남의 의미와 관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네이버 영화 명대사 항목에도 두 번째 해석의 대사가 감동적이었다는 글이 참 많거든요.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
2 codeknight  
배우의 대사와 그것을 말하는(표현하는) 방식은
연기의 극히 중요한 일부분이고,

외국어 영화의 경우
그 영화의 자막은
관객에게 있어서 그 배우의 연기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영화의 감상 자체를 좌우할수 있을만큼
중요합니다.

관객은 그 자막의 내용으로
캐릭터의 성격과 인물간 관계의 흐름을 판단하게 되기 때문에
잘못된 자막은
영화의 감상 자체를 망가뜨리고
그 영화에 대한 관객의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보통 공식자막들은
가능한한 작은 영역에 자막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너무 지나쳐
가끔은 대사 원문의 의미를 지나치게 축소해 버리거나,

심지어 전혀 다른 의미의 오역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그래서
공식자막이 보기에 편한건 사실이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꼭 공식자막만을 고집할건 아니라고 봅니다.
11 스눞  
그러게나 말입니다. 때로는 공식 자막이 영화의 온전한 감상을 방해하기도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 )
1 GastbyT  
영알못이라면 정말 모르겠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