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스릴러 (비영어권)
어찌 작성하다보니 전부 비영어권 영화만 추천하게 됐습니다. 지난 번에 이어 계속 이어 갑니다. 번호는 지난 번에 이은 연번 입니다.
영화 제목 (원제, 영어 제목, 개봉년도/ IMDb Rate/ Tomatometer/ 원산지)
10. 히든 페이스 (La cara oculta, The Hidden Face, 2011/ 7.4/ 스페인)
'시험해 보는 게 어때요?'
'시험이라뇨?'
'그에게 교훈을 주는 거죠'
''사랑은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걸요'
바람끼가 다분한 젊은 마에스트로. 설정이 비현실적이긴 합니다. 젊은 나이에 마에스트로라니...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애인 때문에 못내 괴로워하다가 술집 종업원의 도움으로 집까지 동행하게 됩니다. 사라진 애인을 잊으려는 듯 그 종업원에게 마음을 주고 동침하죠. 해당 종업원이 욕실에 들어설 때마다 알 수 없는 음성이 배관을 통해 들리는 것 같고 받아놓은 세면대, 욕조에서 파동이 입니다. 종업원은 공포에 휩싸이죠. 다른 사람이 있는 거 같아서. 우연치 않게 침실에서 용도를 알 수 없는 열쇠를 발견합니다. 그 열쇠와 알 수 없는 공포 사이에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요? 스릴러 쾌감은 넘치게 얻을 수 있지만 마무리가 다소 아쉽기도 한 영화 입니다.
11. 텔노원 (Ne Le Dis À Personne, Tell No One, 2006/ 7.6/ 94%/ 프랑스)
'제가 얼마나 따님을 그리워 했는 줄 아십니까?'
아주 어릴 때부터 알아온 알렉스와 마고. 둘만의 비밀스런 공간인 호수에 찾아갈 때마다 그곳 입구에 서있는 나무에 칼로 횟수를 새겨 넣습니다. 시간이 흘러 둘은 결혼하게 되고 여느 때처럼 밤에 호수를 찾아갑니다. 이번에도 방문 횟수 표시는 잊지 않았고요. 발가벗고 물에 띄어들어 수영을 하다가 마고가 먼저 끝내고 옷가지 챙겨서 숲으로 사라지는 순간 비명이 들립니다. 당황한 알렉스가 이름을 부르짖으며 뒤쫓아 가보지만 둔기에 맞아 다시 물에 빠집니다. 8년이 흐릅니다. 알렉스는 늘 하던 것처럼 의사 일을 하고 있는데 뉴스에 둘만의 공간이었던 호수에 남자 사체 2구가 발견됩니다. 호수 방문 횟수를 가리키는 제목으로 된 이메일을 열자 마고가 현재 살아있는 듯한 CCTV 영상이 흐릅니다. 그것도 모자라 마고를 죽인 범인이 알렉스라는 정황 증거가 속속들이 나타나게 되죠.
영화 끝무렵 흐르던 음악과 그 영상이 참 감미롭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실타래처럼 얽히고 섥힌 모든 사건을 영화 종료 20분 전에 모두 풀어버립니다.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에 몰입하지 않으면 그 전까지 가는 과정이 많이 지루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도 뛰어난 각본을 가진 프랑스 영화 정말 오랜만입니다. 지금에서야 본 게 너무 아쉽다고나 할까요?
12.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Le.Passé, The Past, 2013/ 7.9/ 93%/ 프랑스)
* 드라마 플롯이긴 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스릴러 못지 않아서 포함 시켰습니다.
'부인 있는 사람하고 어떻게 결혼할 수가 있어요?'
4년 만에 파리로 온 아마드. 유리벽 너머로 마주하게 된 마리. 첫 장면부터 이들 사이를 가로막는 사연이 있음을 암시 합니다. 반갑게는 맞아주지만 이혼을 못박고 싶어서 둘이 재회했다는 것은 조금 늦게 밝혀 집니다. 이들 사이엔 친자가 없습니다. 아이가 셋이 있지만 전부 전남편 소생이거나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의 아이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들을 마주해야 하는 남편. 하지만 뜻밖에 살갑게 대해 줍니다. 첫째 루시는 엄마가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와의 관계에 불만이 많습니다. 이를 아마드에게 하나 하나 알려주면서 진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엄마인 마리가 3번째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에 루시는 '어차피 또 떠날 건데'라는 회의적인 말을 쏟아 놓습니다. 남편을 배터리 갈아치우듯이 바꾸는 마리는 분명 정상이 아닙니다. 런닝 타임이 흘러가고 사건이 진행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끝도 없는 양파 껍질을 벗기 시작합니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정말 이야기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도 유명한 영화 입니다. 저는 궁금해서 <어바웃 엘리>도 이글 작성하면서 봤는데 단순한 이야기에서 단순하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영화를 보면서 계속 탄성을 지르게 합니다. 마지막 롱테이크. 생각치도 못했던 장면에 이 감독의 다른 영화를 찾아볼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두 작품 모두 iratemotor 님이 번역한 자막이 있습니다.
13.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El Secreto De Sus Ojos, The Secret In Their Eyes, 2009/ 8.2/ 91%/ 2009/ 아르헨티나)
'주사로 낮잠 재우듯 죽이는 건 불공평해요'
아르헨티나 독재정권 시절 검사보로 일하는 에스포시토는 새로온 검사 이레네를 맞이 합니다. 아무래도 처음이라 경험이 부족한 신출내기라 검사보에 많이 의지 하게 되죠. 사건이 하나 터집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여자가 침대에서 무참히 강간 살해 되죠. 남편은 은행원 입니다. 같이 찍었던 사진에서 눈에 띄는 인물을 포착해서 수사망을 좁혀 보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사건종료를 하게 됩니다. 우연히 기차역을 지나가던 에스포시토는 남편이 기차역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기약없이 기다리는 것을 보고 사건이 마무리 됐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합니다. 남편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감동한 주인공은 검사 이레네에게 재수사할 것을 요청하고 다시 수사가 활기를 띱니다.
2개의 사건이 영화 전체적으로 진행 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 2개중 하나를 해결해야만 다른 사건의 매듭이 풀릴 수밖에 없습니다. 기차역에서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차창에 서로 손을 마주하고라도 같이 있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첫 장면에 묘사 됩니다. 마지막 10분 멋진 마무리를 위해 영화는 2시간 가량을 쉼없이 달려 갑니다. 제가 헐리우드 이외 제 3영화를 찾게 한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13번이 가장 기억에 남고요.
번외로 말씀하신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2000년 이후 제가 봤던 영화 중에 넘버 원입니다.
이유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