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작고하신 영화인 세 분을 추모합니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은 극장에서 만났을 테고, 그 아래 연배분들은 TV를 통해 안면을 익히셨을 배우
버드 스펜서(1929년 10월 31일 - 2016년 6월 27일) 님이 87세를 일기로 영면하셨습니다.
'튜니티 시리즈'에서 테렌스 힐과 공동 주연으로 큰 덩치의 코믹함과 절대마력을 보여주셨지요.
튜니티 3부작이 70년대 초반에 발표된 스파게티 웨스턴이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네요.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것같고 절대 죽지 않을 것 같은 안티 히어로의 죽음에 만감이 교차합니다.
영화사 부도라는 전설 속의 작품 <천국의 문>은 지금도 가끔 시네마떼끄 에서 상영되는 단골 문제작입니다.
마이클 치미노(1939년 2월 3일 ~ 2016년 7월 2일) 님이 77세를 일기로 영면하셨습니다.
그의 장편 극영화는 모두 7편 뿐이고,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서 3분 단편을 연출하신 것이 마지막 경력입니다.
1974년작 <대도적>라는 70년대 남성 동성애를 통한 젠더 교란이라는 문제적 데뷔부터
그의 출세작인 <디어 헌터>와 사실상 경력을 마감하게한 <천국의 문> 이외에도
미국 내 타자성의 문제를 장르적으로 규명한 <이어 오브 드래곤>도 기억에 남네요.
그 이후에 발표한 <시실리안>, <광란의 시간>, <선체이서>는 접하지 못했지만,
그는 70년대에 데뷔한 위대한 감독군 중 한 명임을 부인할 수 없네요.
항상 그렇듯 무작위로 선택, 정주행하는 감독과의 여정이 6월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였습니다.
그의 단편들 <티켓>과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서의 <내 로미오는 어디에?>를 끝으로 장편 11편과 단편 2편에
대한 감상문을 모두 기록하고 다음 감독으로 이동하는 순간, 비보가 지인에게 문자로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되고보니, 공교롭게도 개인적인 감독 회고전을 한 셈이 됩니다.
90년대에 서울 지역에 처음 예술 영화관이 들어섰을 때 단골 손님이었으며 이후 이란 어린이 영화의 선구이며,
현 이란 감독들의 버팀목이였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1940년 6월 22일 - 2016년 7월 4일)가 76세를 일기로
영면하셨습니다. 선정적이고 무익한 찬사는 걷어치우고 말하자면, 우리는 영화 작가를 하늘에 보냈습니다.
지그재그 3부작, <클로즈 업>, <텐>, <ABC 아프리카> , <체리향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사랑을 카피하다>, <사랑에 빠진 것처럼> 등을 우리는 그에게 빚졌습니다.
20세기와 21세기를 양분하여 달라졌던 그의 세계에 대한 시선이 너무나도 궁금했던 차에 감독의 승천 소식을
들으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무지한 독자로서의 영화감상문 몇편이 고인에게 보내는 작은 헌화가 되길 바랍니다.
삼가 세 분 영화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