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먹는 리메이크

영화이야기

짱먹는 리메이크

22 박해원 7 3929 2
전편만한 속편 없다고 하죠. 하지만 같은 맥락으로 원작만한 리메이크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유인즉, 아무리 살을 붙이고 감독만의 개성을 듬뿍 넣어서 재가공을 한다고 해도... 당시의
신박하고 충격적인 소재를 뒤집기는 힘들기 때문이죠. 고로 영화계 대부분의 리메이크는 의욕만
앞서거나 뼈대가 탄탄하지 않아 전작 이하의 평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드물게도 세월을 초월해 원작에 버금가는 리메이크를 배출하기도 합니다. 작품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뛰어난 독자성의 쾌거겠죠. 갖은 압박감을 이겨내고 꽃을 피운 그 작품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때문에 이번에는 그러한 작품들을 몇편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레미레자블 1998
음악이 없는 오리지날 헐리우드 장발장 일대기. 리암 니슨과 틸다 스윈튼 등 네임드들의 출연과
훌륭한 화면 구성, 스토리 텔링으로 2012년작 이상의 평을 받기도 하는 명작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우열를 가리기 힘드네요.
 
레미레자블 2012
안정된 발성과 감미로운 노래, 작품과 혼연일체된 배우들의 롱테이크샷, 가슴 속
깊은 곳을 건드리는 내면 연기, 맥거핀마저 경이로운
교차 편집 및 재강조 효과...
호화로운 캐스팅에 전혀 손색이 없는 2010년대 최고의 뮤지컬 작품이었습니다.
 
 
2. 킹콩 1933
1933년 관객들은 스탑모션 기법을 통해 전혀 새로운 세계를 접합니다.
살아 숨쉬는 듯한 공룡들과 리얼감의 극에 달하는 가상의 섬, 세계 8대
불가사의에 빛나는 위엄 甲 킹콩까지! 이런 게 명작 클래식이죠. ㅎㅎ
☆ 만담 하나
 
주인공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간 킹콩을 잡기 위해서 낸 의견은?
'비행기를 씁시다!'
.......당연하잖아요. ㅜㅠ 주인공 띄워주기 노노해
 
킹콩 1976
1976년 또 하나의 킹콩이 미국에 착륙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누가 봐도 탈 쓴 티가 다분한 킹콩에
공룡도 안나오고 클라이막스는 거대 뱀과의 전투로 대체되며 그것마저 너무나 정적이었습니다. ㅠㅜ
더군다나 막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씬은 그 다이나믹했던 뱅기조차 안나옵니다. 헬기로 대체...
하지만 2005년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게 되는 피터 잭슨 감독은 실망을 거듭하면서도 이 영화를 보러
극장문을 4번이나 두드렸다고 하네요.
 
킹콩 2005
2번째이자 마지막 리메이크가 될 높은 완성도의 신세계! 한시간동안 킹콩이 안나온다고 많은 원성을
샀지만 롤로코스터식 전개로 중반부터는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제공하는 극강 블럭버스터죠.
피터 잭슨 감독은 이 영화에 열과 성을 다한 탓에 수십킬로가 감량되기도 했죠.
※티라노 입 찢어놓고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게 최고 명장면이자 역사적인 오마쥬! (물론 2005년작에는
티라노가 아니라 '바스타도사우루스'지만)
 
 
3.정무문 1972
이소룡의 역작으로 두고 두고 회자되고 있는 정무문. 최초로 특유의 괴조음을 쓰기도 했고
쌍절권으로 눈과 귀를 호강시켜 주기도 했으며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상으로 인해 감성 액션이
확 와닿는 작품이었죠.
 
정무문 1994
이소룡의 진진(주인공)에 비해 카리스마와 비장미는 다소 떨어지나 많은 볼거리와 본인만의 개성을
머금고 있는 94년식 리메이크. '용쟁호투'의 썸머쏠트킥까지 선보이며 이소룡에 대한 트리뷰트와
리스펙트를 유감없이 뽑아내기도 했습니다.
 
 
4. 아이덴티티
깔끔하고 절제미가 있으면서 인과 관계도 확실한 걸작 스릴러. 여유와 차분함도 적절히 내제돼
산만한 느낌도 없었습니다. '정체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표현력과 묘사력으로 가공할
몰입감을 가져온 희대의 걸작이에요.
※'프루이트 테일러 빈스'에게는 이 작품이 자신의 강점이자 무기(동공)를 가장 잘 활용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폄하 발언은 아니구요ㅋㅋ
 
셔터 아일랜드
판을 뒤집는 반전 한방이 똑같기에 저는 이 작품을 리메이크로 취급합니다. 그래도 독자성을
적재적소에 잘 가미했으니 특유의 색깔은 확실한 듯해요. 웬지 예상이 가는 결말이었지만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스산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도 잘 조성했고 연기도 호소력 있는
편이었죠. 다만 열린 결말인지 일단 던지고 본, 있어보이려 한 결말인지 확실찮은 게 다소
석연찮았네요. 그래도 확실한 건, 매우 재밌었다는 겁니다. ㅋㅋ
※본 작품속의 몽중몽으로 말미암아 디카프리오는 '인셉션'에 출연할 운명이었네요ㅋ
 
 
5. 윌리웡커와 초콜릿 공장, 찰리와 초콜릿 공장
몽환적이고 오묘하면서도 신비로움으로 가득했던 원작. 국내에는 '초콜릿 천국'으로도 알려져 있죠.
보고 나서 '움파룸파 룸파띠둠~♬' 이 노래가 마약처럼 귓가에 왱왱거리는 게 묘했어요. ㅋㅋ
찰리와 초콜릿 공장
 
리메이크는 커팅엣지, 즉 최신 기술의 쾌거에 징징이 윌리 웡커와 멘탈갑 아역을 첨가하여
재미를 더했죠. 대개 원작을 더 높게 쳐주는데 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봐요. ㅋㅋ
 
 
6. 스카페이스
시대적 배경 외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둘 다 희대의 명작임에는 이의가 없죠.
아메리칸 드림과 남자의 가오가 잘못 만나면 이런 불상사가... ㅠㅜ
※1983년작 스카페이스는 개인적으로 20세기 OST 중 제일 좋아하는 곡입니다. 비 오는 날 밤
뿌연 창밖 너머가 떠오르는 음악이거든요. 현악기와 신디사이저로 점층적인 감정의 고조를
가져오죠. 무엇보다 작품의 분위기랑 넘 잘 어울림ㅠ
 
 
7. 밀레니엄
개인적으로 2012년작을 그리 재밌게 보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비슷한 퀄리티의 원작이 있더군요.
분위기 있고 어두운 특성을 머금고 있는 짙디 짙은 작품. 후자(2012년작)는 영화 몇편을 더덕더덕
붙혀놓은 거 같지만 노력은 느껴졌습니다. 근데 너무 길었어요... 아무리 음악 활용과 분위기 조성을
잘했다지만... 이만한 러닝타임은 낭비가 아닌가 합니다. 쩝...
 
 
8. 플라이
위엄 돋는 파리 인간의 첫 등장. 서서히 가슴을 옥죄는 연출이 일품이었던 무시무시한 영화였죠.
그런데 이 역시 프랑스 원작이 있었다고 하네요...! 역시 아이디어에는 시대가 무의미한ㅋㅋ
 
 
9. 오션스 일레븐
뇌와 얼굴, 몸매 다 갖춘 레전설 범죄 집단. 리메이크의 퀄리티도 훌륭했으나 괜히 트웰브, 썰틴
내놓아서 속된 말로 말아먹었죠. ㅠㅜ 그래도 1편은 괜찮았어요. 프랭크 시나트라의 원작처럼...
 
2011년판 오션스 일레븐 평
호화로운 캐스팅, 격이 다른 스케일의 범죄, 반전과 변수가 즐비하는 연출. 헐리우드표
명물 스릴러의 내음이 강한 작품이었다. 물론 영화가 전체적으로 쿨한 티를 풀풀 풍기고
다니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ㅋㅋ 그 때문에 넘겨짚는 장면들도 간간이 보였고
엔딩도 따져보면 너무 조지 클루니의 편의를 봐준 듯하다. 허나 부담없이 볼 수 있으면서
제법 애틋한 러브라인도 가미된 범죄·스릴러물이라 치명적인 문제는 안됐다고 본다.
※앤디 가르시아의 저기압에 침울한 체념 연기는 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10.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의 비극적인 로맨스물로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죠. 원작은 1960년대 미인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올리비아 핫세가 출연해 남성들의 로망이자 희대의 명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십년이 흘러
이번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남자 배우로 출연해 각광을 받았고 클레어 데인즈와의 호연이 화제가 됐지요.
 
 
11. 위대한 개츠비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시대상의 비애를 다룬 시대 초월적인 로맨스물.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원작이죠.
원최 걸작이니 많은 리메이크가 있었고 근래 헐리우드는 호화로운 캐스팅과 스케일로 이 작품을 다시 리메이크
했습니다.
 
2013년판 위대한 개츠비 평 
쾌락주의자들이 자아내는 욕구 분출의 향연, 현실과 순수함 사이의 갈등과 타협,
타성에 젖고 냄비근성에 찌든, 눈과 귀를 막고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되는 대중들,
그러나 정당하거나 떳떳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개츠비의 비극성 짙은 결말까지...
정말 사람 사는 세상처럼 확답을 내리기 힘든 것도 뛰어나게 표현한 영화. 물론
난해하고 심오한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다 보니 좀 뻔한 감이나 살짝 부풀린 듯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잔잔한 여운도 남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12. 오페라의 유령 
원작은 뮤지컬보다 더 오래 전에 개봉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상 외더군요. ㅋㅋ 이후 제목처럼
오페라에서 뮤지컬로 많이 공연되다가 몇편의 리메이크를 거쳤죠. 그리고 근래 들어 제라드 버틀러의
오페라의 유령이 개봉해 리메이크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노래와 화면, 춤 모두 아름다움을 넘어
황홀하기까지 해 처절하리만큼 아름답고 슬펐어요. ㅠㅜ 역시 명불허전!
 
 
12.5. 트론
원작은 최초의 풀3D 가상 현실 영화답게 신비로움과 괴기함으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수십년만에 나온 속편이자
리메이크 개념인 2편은 그 두가지 요소를 다 내포하고 있음에 대해선 독보적인 입지가 있으나 비주얼, 사운드 쇼크 외에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해 안타깝네요...
 
트론 2010 평 
게임 한판 하고 나온 것 같았습니다. 현실과 가상 세계의 구분이 확실한 영상미와 그에 걸맞는
 
오묘하고 신비로운 음악이 인상적이었는데요. 3D 영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몇몇 효과들과
 
주인공의 무대포 돌진이 아쉬웠지만 결과적으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비주얼 이펙트는 비현실적이면서도 억지성으로 일관하지 않고, 아름답고 화려했습니다. 어둡고
 
공허한 사이버 공간에 구성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 그 참신함과 신비함에 한껏
 
매료될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 앵글을 너무 여유롭게 다루던 슬로우 모션까지 가미해 신선함을
 
더했지요. 2D와 3D의 경계는 확실하나 사이버 공간에서만큼은 덕분에 다른 세상에 갇힌 듯한
 
기분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악은 도시적이면서 다차원적인 분위기 위주였는데 몽환성이 상당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건
 
장단점이 될 수 있죠. 신비로움 조성 VS 자장가 역할! 개인적으론 전자 위주로 느꼈기 때문에
 
귀도 함께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아차, 오락실에서 80년대 음악들이 흘러나오던 것도 함께요.
 
초중반까진 전문 용어를 무기로 완벽을 추구하던 영화가 후반에 기울어져 가며 어떠한 결과가
 
벌어져도 이상할 거 없는 분위기로 몰고갑니다. 주인공 아버지의 오랜 염원 및 람보 아들내미의
 
위엄이 빚어낸 변수들인데요. 상대방이 인간도 아니고, 더군다나 공간적 상황이 현실도 아니기
 
때문에 딴지를 걸 만한 요소도 찾아내기 힘듭니다. 그래서 CG 및 연출에 더 눈이 가게 됐지만
 
그 약간의 무책임함과 루즈함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십년 이후 후속작으로서 그때 수준의 파장을 야기하지는 못하고,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지도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아바타'처럼 완전 딴 세상에 들어갈 수 있는 오락 영화
 
였는데요. 관람 후 여운과 여한의 공존이 크게 찝찝하지 않아 괜찮게 즐긴 거 같습니다.
 
 
ETC. 주성치 패러디물 - 패러디
홍콩 레옹, 홍콩 마스크, 신정무문, 007 북경특급 등등
장르 특성은 잘 살렸어요. 그냥 웃김ㅋㅋㅋ
 
 
감사합니다. 잘못된 정보나 추가 사항 있으면 피드백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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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28 godELSA  
'아이덴티티'는 아가사 크리스틴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원작이구요.
'셔터 아일랜드'는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 '살인자들의 섬(원제 shutter island)'이 원작입니다.
그러므로 두 영화 사이에 리메이크나 리부트의 관계는 없습니다~
22 박해원  
어억 그런가요?? 반전이 빼다 박았던데...
그래도 원작끼리 영향은 받았겠죠? ㅋㅋ
당황스럽네요
28 godELSA  
원래 아가사 크리스틴의 소설이 다른 추리 미스터리 소설들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추리소설의 정석으로까지 평가해요.
1 그리고또는  
영화 '정체성'이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기본적인 구성이 비슷하긴 하지만,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은 아닙니다. 크리스티의 소설에 '다중 인격'은 없읍니다.

https://namu.wiki/w/그리고%20아무도%20없었다
22 박해원  
아하 그렇군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ㅋㅋ
잘 알겠습니다ㅋㅋ
14 토렝매냐  
감사합니다
12 럽레터  
정성스런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