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판과 확장판

영화이야기

감독판과 확장판

22 박해원 6 5331 2
2008년 고딩 당시의 블로그 포스팅입니다. 긁어와서 복붙한 거라 사진이 안나올 수 있으니 양해를ㅠㅜ
추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저예산 멜로 영화부터 방대한 블럭버스터까지 상영 시간, 심의 규정, 의도의 빗나감 등의 연유로 인해 편집 (소위 가위질) 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다 그렇듯, 결과적으로는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그래서 피와 살같은 장면들이 많은 고려 속에서, 간혹은 무자비하게
잘려나갑니다. 그 결과, DVD나 비디오에 스페셜피쳐로 몇 들어가게 되거나, (아까우니까) 그것도 아니면 영원히 스크립트와 함께 창고에
박혀버리는 씬들이 많죠.
 
그것도 아니면, 영화의 총재편집판으로써 DVD나 비디오로 재탄생해 개봉은 불가하지만 DVD 매장, 렌탈 시장에 재출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감독판확장판이 그것인데요. 이것들에겐 공통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바로 '이스터에그의 쾌락'이죠. 극장판에선 보지 못했던 장면이
나올 때 '어?' 하면서 흥미성이 배로 증가하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두가지를 혼돈하며 같은 것인양 취급하지만,
둘에겐 엄연히 차이점이 있습니다.
 
 
◎감독판 (Director's cut)
감독이 의도한 영상으로 재편집하는 걸 말합니다. 부득이하게 심의 규정에 걸려서라던지 상영 시간의 제약, 사적인 의도로 잘린 장면들에 화면과
음향을 손보고 재출시하는 거죠. 영화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차원 내에서 이루어 집니다. 대부분이 상영 시간이 올라가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그럼 작품을 몇개 살펴봅시다.
킹덤 오브 헤븐 (2005) - 감독판으로 가장 빛을 많이 본 작품이죠. 극장판은 무자비한 편집으로 인해 
주인공의 의도를 추상적으로 생각해야할 정도였습니다. 40분 이상 추가됐는데, 딱히 버릴 장면이 없었습니다.
감독판같은 버전의 영화는 재개봉이 안된다는 게 너무 안타까울 뿐입니다.
 
레옹 (1994) - 20여분이 추가되었는데, 원작이 워낙 명작이다 보니 많은 이익을 거둬들이진 못했겠지만
(이익을 위해 내놓은 감독판같지는 않지만) 확실히 예술성이 좀 더 짙어진 게 보였습니다. 레옹을 향한
마틸다의 소소한 감정들이 훨씬 잘 표현돼 있고 그녀의 굳은 의지도 중간중간 옅볼 수 있습니다.
 
트로이 (2004) - 예고도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감독판. 전쟁의 잔혹함을 더 보여주려 했는지
영화 맨 처음에 주인을 여읜 개의 모습이 보이며 영화가 시작됩니다. (중반에 비슷한 장면이 하나 더 있죠.)
또한 극장판에서 CG로 가려진 피를 분출시켰고 목이 날아간다던지 하는 고어스러운 장면이 비일비제해졌습니다.
그 결과 시청 등급도 올라가고 (18세 이용가) 선정적인 장면도 훨씬 많아졌죠. 화면은 물론 음악까지 대다수
바꿔버려서 전작보다 오히려 예술성이 떨어진 장면도 몇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나름 성공한 트로이가 몇년이 흐르고,
감독과 스탭들이 다시 한데 모여 즐기면서 작업한 결과 나온 볼거리의 향연입니다.
 
 
진주만 (2001) - 전쟁의 잔혹함을 얘기하고 싶었을까요, 일본에 대한 감정을 더 격하게 표현하고 싶었을까요.
추가된 장면들이라고 해봤자 갑판 위에서 응사하다 전사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훨씬 잔인하게 묘사된 거랑
병원에서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부상병들의 모습을 더 세세하게 표현한 5분 가량밖에 안되지만 확실히 눈쌀이
찌푸려지고 일본의 악랄함이 한층 고조된 게 느껴졌습니다. 안 그래도 왜곡된 장면이 있다 뭐다 해서 말이 많았는데
감독이 확실히 폭탄을 떨궈주었군요.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나온 감독판 DVD는 확실히 스페셜피쳐도 빵빵하고
볼거리도 많아서 소장가치는 있습니다.
 
베오울프 (2007) - 풀3D 영상이라는 획기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지루함과 식상함을 비롯한 몇가지 이유로 인해
한국에선 추락한 영화. (전 정말 재밌게 봤는데 말이죠. -_-;;) 아무튼, 풀3D라는 이점을 이용한 이 영화의 감독판은
딱히 추가된 장면은 없지만 잔인성 면에서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CG로 피나 화면을 조작해 훨씬 적나라하게 수정했죠.
타격감도 확실히 올라갔습니다~ 물론 등급도 함께 올라갔구요.
 
알렉산더 (2004) - 이 작품은 예외에 속합니다. 감독판이 극장판에 비해 오히려 1분이 짧기 때문이죠.
10년에 걸쳐 제작된 이 작품은 감독이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안하고라도 영웅의 희로애락을 세세하게 표현하고자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다소 루즈하게 끌었다는 식으로 얘기가 자자합니다. 전쟁 장면이 핵심이 아닌,
그 속의 사람들간의 갈등, 영웅의 고뇌 등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컨셉인데, 그래서인지 조금 지루하게 비춰질 수 있죠.
전 감안하고 봐서 괜찮았지만, 역시 감독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느슨함을 느끼고 살짝 잘라냈거나, 아니면 극장판에
의도가 빗나간 장면이 있었기에 하나를 빼냈을 수도 있겠죠.
 
나비효과 (2004) - 극장판과 감독판이 다른 결말로 아주 유명한 작품이죠. DVD는 극장판과 감독판을 함께 넣은
SE를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감독판이 극장판과 다른 점은 엔딩뿐 아니라, 중간중간 주인공의 자살 심리가 엿보이는
장면들이 있고, 주인공이 엄마랑 점보러 갔다가 악담을 된통 듣고 흥분하며 점집에서 빠져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감독판 엔딩이 더 여운이 남는 것 같습니다. 물론 너무 극단적이긴 하지만요. 극장판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뭔가 후딱 끝낸 느낌이 들거든요. 스포가 될까봐 얘기는 안하겠습니다. 궁금하면 직접 비교해가며 보시길~
 
나는 전설이다 (2007) - 이 작품은 어색한 딱 한장면과 결말만 다릅니다. 사실상, 극장판이 영화의 제목과 더 연관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감독판 엔딩이 훨씬 감동스럽고 신비로웠습니다. 왜냐. 전 극장판은 영 지루해서 중반부터는 그저
멍때리고 보다가 마지막에 극단적 행동으로 인해 전설이 된 주인공을 보며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그땐 그저 스미스가
없었으면 죽도 밥도 안됐을 영화다 싶었는데... 몇달 후 감독판 엔딩을 보고 나서 주인공은 윌 스미스만이 아니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뭐, 꼭 죽어야만 전설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터미네이터2 (1991) - 원체 걸작이지만 가위질의 진면목을 보여준 터미네이터2는 감독판과 확장판이 둘 다 출시됐습니다.
잘린 장면 하나하나가 주옥같아 많은 찬양을 받은 작품이죠. 둘 다 15분 가량이 추가됐지만, 그래도 차이점이라면,
감독판에선 T-1000이 존의 애완견인 맥스를 죽이고 나서 이름을 확인한 후 존의 방을 샅샅히 뒤져보는 1분도 채 안되는
장면이 추가됐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두번째 엔딩들어가 있죠. 1997년 8월 29일이 되었지만 핵은 터지지 않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며 나레이션을 하고 있는 사라코너의 늙은 모습이 비치는 씬이 그것입니다. 그 엔딩을 전제로 했다면
터미네이터3는 없는 게 되겠죠~
 
킬빌 (2003) - 183의 훤칠한 키, 매서운 눈빛,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의 매력적인 여성 우마 서먼... 복수라는 한가지 목표만을
가지고 검 하나를 들고 파죽지세로 일본 야쿠자 일당을 쓸어버립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압박적인 비주얼을 한가득
느낄 수 있는데요. 후반부에 가면 예술성을 추구했는지 화면이 흑백으로 전환됩니다. 덕분에 잔혹함이 덜 느껴져 눈쌀을 너무
찌푸릴 필요는 없었지만 뭔가 찝찝함은 남았습니다. 무삭제 (Uncut) 버전의 나온 후에 그 참담함은 그야말로 소용돌이쳤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세세한 잔인 묘사하며 후반부에 흑백 장면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피와 살이 수없이 튀어오릅니다. 중간중간
탄성과 탄식이 왔다갔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아예 흑백 장면을 고려해서 만든 장면도 있어서 가끔씩은 피가 아닌 물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살짝 어이없어요, 킥... 아, 마지막에 소피에 대한 주인공의 피도 눈물도 없는 접대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입니다. 후덜덜~
 
엽기적인 그녀 (2001) - 인터넷 소설 영화화의 시초가 된 작품. 극장판이 나오고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야 등장한
감독판인데요. 말하고자 하는 게 너무 많았는지 영화의 속도가 좀 루즈해지는 경향이 있었고 후반 이별준비 씬 중간에
꼽사리끼는 대화 장면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습니다. 감독의 의도를 잘 캐치는 못하겠지만 남녀간의 희로애락을
좀 더 많이 표현하고자 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감독판이라기 보단 확장판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 외에도 한국 영화의 감독판은 '마이 파더' , '내 머리속의 지우개' , '역도산' , '말아톤' 등 꽤 다양합니다.
하지만, 확장판은 없다고 봐도 무관합니다. -_-;;
 
 
◎확장판 (Extension Edition)
극장 개봉시 본의 아니게 잘려나간 장면들이나 준비해두고 다소 어색하거나 유연스러운 전개에 방해가 돼 쓰지 못했던 장면들을 
긁어모아 살점을 붙힌 걸 말합니다. 물론 그 살점이 살코기인지 비계인지는 영화의 완성도에 지장을 주는 부분이니 충분히 고려를
해야겠죠. 부드러운 전개를 위해 화면이나 음향을 손보기도 하고, 가끔 확장판 제작을 위해 다시 촬영에 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큰 성과를 거둔 영화에겐 시청자들에게 주는 선물이 되기도, 성적이 좋지 않았던 작품에겐 최후의 도약이 되기도 하지요.
 
작품을 몇개 살펴볼까요.
반지의 제왕 (2001, 2002, 2003) - 오래 전에 출간된 소설을 토대로 몇십년만에 만들어진 3부작 거대 블럭버스터죠.
피터잭슨 감독의 인지도를 하늘 높이 올려준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상이란 상은 다 휩쓸고 다닐 만큼 파장이 대단했습니다.
소설이 원작이다 보니 엄청난 각색이 불가피했고 엄청난 준비기간을 요했으며 영화의 분량은 그저 어마어마해졌죠. 그 결과,
아까운 장면들이 상당수 잘려나갔습니다. 반지의 제왕 1편은 20여분이 편집됐고, 2편이 30여분, 3편은 약 50분에 달하니
상상이 가시겠죠? 그러므로 확장판에선 가끔 전개가 느슨해지긴 하지만 소설을 읽은 사람이면 읽은 사람대로 미세한 조각을
끼워맞추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읽지 않은 사람은 그 나름대로 세계관을 더 잘 이해해가며 볼 수 있습니다. 
 
킹콩 (2006) - 1996년에 제작하려 했다가 보류하고 반지의 제왕으로 실력을 더더욱 갈고 닦아 오래전부터 제작하고 싶었던
영화 킹콩을 이뤄낸 피터잭슨 감독. 어렸을 적 스탑모션으로 만들어진 1933년작 킹콩을 보고 완전 넋이 나가 언젠가 감독이 되어
반드시 스탑모션 킹콩을 만들겠노라 다짐했던 그는 2년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13킬로가 절로 감량되며 세계적인 히트작을
'다시' 리메이크하게 됩니다. (1976년작 리메이크가 있었죠.) 노력의 결과물은 하늘높이 승천하고 그는 다시 한번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됩니다. 어렸을 적 우상이었던 작품에 걸맞는 확실한 대작을 제작하고자 했던 그의 의지는 상당수의  시행착오를
야기시켰고, 수많은 장면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후반 작업까지 다 끝내놓고 잘라낸 장면은 약 15분......르응?
딱히 길지도, 짧지도 않다고 봅니다. 구상만 해놓은 장면, 블루스크린이 보이는 삭제 장면 분량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니까요.
그리고 확장판에 추가된 15분은 100% 액션이라고 봐도 되거든요. 더욱이, 내용 전개에 차질을 주지도 않습니다.
 

다빈치 코드 (2006) - 미스 캐스팅으로 살짝 떠들썩 했지만 딱히 나쁘지만은 않은 작품이었죠. 싱크로율 50%의 주인공인
랭던 (톰 행크스) 과 100%의 조연 사일래스 (폴 베타니) 이 공존하는 캐스팅... 뭐, 소설이 원작이다 보니 대개가 그렇듯이
이 작품도 원작의 포스는 못따라갑니다. 그냥 무난한 성적과 함께 확장판으로는 30분 정도 원작에 더욱 다가서는 장면들을
삽입시켜 놨습니다. 딱히 대스케일 돈덩어리 장면은 없지만 씬들이 유연스럽게 돌아가요~
 
둠 (2005) - 컨텐츠가 떨어져가는 현실에 1994년 슈팅 게임의 혁명인 둠이 리메이크됐습니다. 물론 2004년에 10년만에 발매된
둠3의 배경과 유사하지만요. 하지만, 총체적으로 그러한 둠 시리즈를 모티브로 잡아 이름까지 그대로 사용하여 제작을 한다는 건
도박이었습니다. 초중반은 딱히 참신한 요소 없이 진행되다가 극후반에 가서야 누구나 인정하는 1인칭 시점 씬이 나와 잠시동안
들썩이게 만들죠. 덕분에 킬링타임용으론 나름 괜찮았던 작품이지만, 확장판은 얼마 추가되지 않았고 그마저 1인칭 시점 씬처럼
감흥있는 장면도 없었기에 안타까울 뿐입니다.
'고스트 라이더' 확장판이 둠과 비슷한 꼴이 났다고 할까요. '미녀삼총사2' 역시 2분 가량의 추가 분량이 딱히
뭐라 부를 지 갈피를 못잡게 합니다.
 
 
우어어~ 별 거 아닌양 생각하고 있던 머리속에 있는 걸 이렇게 모아보니까 상당히 방대하군요. 편집된 장면들은 피땀 흘린 노력의
열매에서 떨어져나온 껍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과연 영양소가 탄탄하게 차있을 지 이미 황화 현상이 일어나 있을 지는 얼마나
그것들을 적재적소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그것이 킹덤 오브 헤븐처럼 아예 영화를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고, 처럼
마지 못해 넣게 되기도 하죠. 결과적으로, 가위질된 장면들도 재활용되거나 모티브를 잡아주는 장면들로 활약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살을 도려내는 것 같은 편집 시기에 '버릴 거 하나 없다' 라는 말을 염두해두면 가능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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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28 godELSA  
우리나라는 심의 때문에 잘려버리는 경우가 많죠... 황당한 이유로..

일반판보다 감독판이 더 뛰어난 경우가 훨씬 많죠.
확장판은 그냥 일반판에서 팬서비스 정도일듯..
반지의 제왕은 서사는 늘어났지만 부가적인 내용이 너무 많아서..ㅎㅎ 그냥 일반판으로 소장중.. 킹콩도
22 박해원  
대표적인 케이스가 박쥐라고 하더라구요ㅋㅋㅠ
그래도 과거에 비해 많이 관대해지긴 했어요
5 스틸녹스  
좋은자료일거 같은데 그림이 다 엑박 뜨네요 ㅠㅠ
5 시린니  
궁금했던 거라 읽어보려고 했더니 저도 그림이 다 안보여요. ㅠ.ㅠ
2 유카츠  
리들리 스콧은 대부분 감독판을 내는데, 양이 방대하죠. 우리나란 확장판 개념보단 감독판 정도 인 것 같네요.
22 박해원  
음... 공감합니다. 대개 심의때문에 잘린 게 많으니까요ㅎㅎ